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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ney Kim Apr 11. 2019

#아이유 연대기 3: 그녀, 페르소나

지금보다 더 빛날, 앞으로 더 기대되는 그녀의 다양한 페르소나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특정 장소와 특정 시기에 함께 했던 노래들은 책장 구석의 오래된 앨범처럼 꺼내 볼 때 마다 그 시절의 감성을 불러일으키며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과 함께 알 수 없는 미소가 입가에 번지며 다시 젊은 날의, 어린 날의 나를 불러온 듯한 기분 말이다.


음악에 깃든 나의 지난 시간들

아이유 이전에 보아가 있었고 박정현도 있었다

2002년 6월 뜨거운 여름에 입대한 나는 모든 군인들이 가장 힘겨워하는 이등병, 일병 시절을 보아를 통해 극복했다. 당시 ‘No.1’으로 이미 정상을 달리고 있던 보아는 군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소위 군통령이었다. 입대 후, 곧 보아의 ‘발렌티’가 나왔고 이듬해에 발매된 ‘아틀란티스 소녀’ 까지 보아는 그렇게 힘들었던 나의 일이병시절을 그녀의 노래와 함께 책임져주었다. 그래서일까 보아의 ‘발렌티’를 들으면 여름날 힘들었던 유격훈련과 매일 매일 일상이었던 고된 작업들이 아직도 아른거린다. 물론, 더 이상 힘든 기억이 아닌 그저 젊었던 시절의 한 조각으로 말이다. 시간이 흘러 상병장 때는 박정현의 노래가 힘들었던 나의 마음을 달래주었는데, 입대 전, 대학 1, 2학년 때 주로 들었던 박정현의 3집 그리고 3.5집을 들을때마다, 여전히 아련히 빛나는 나의 20대 초반의 열정 넘치던 시절이 머리 속을 연두빛으로 수 놓는다. 마치 그 순간만큼은 그 시절의 나인냥. 지나간 나의 20대 초반, 아직, 순진과 물듦의 경계에 있을때 겪은 많은 일과 일상이 보아와 박정현의 노래에 녹아있는 것이다.


아이유, 덕분에 좋은 우리 좋은 날


‘좋은 날’ 이후 듣기 시작한 아이유의 노래는 나에게 또다른 추억여행의 이정표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30대 이후, 내 삶의 작은 순간 순간을 기록하는 음악이 딱히 없던 시절, 그녀의 노래는 예기치 못한 때, 달랠 길 없던 나의 감성을 어루만져주었다. 어느 순간부터, 아이유 노래 가사와 선율이 내 처지와 똑같은 감정선에서 마치, 친구처럼 내 기분을 이해한듯 진지하게 공감대를 형성해주었기 때문이다.


아이유의 음악도 시간이 흐르며 지향하는 컨셉과 앨범의 방향성이 바뀌어왔다. 한 해 두 해 먹는 나이만큼 성장하는 아이유의 음악에 따라, 상처입은 마음에 위로를 받기도하고, 두근두근 설레는 연애의 감정에 용기를 얻기도 했다. 세상엔 노래 잘하는 가수도 많고, 잘 기획된 좋은 음반도 많지만 그저 뛰어난 가창력과 철저한 기획력 만으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릴 순 없고, 독특한 음색으로 대중에게 어필하며 인기를 끄는 가수도 있지만, 독특한 음색 그 이상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노래에서 진심이 느껴지지 않으면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이렇듯 오랜 시간동안 대중의 가슴을 적시며 큰 인기를 얻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 어려운 일을 아이유가 해내고 있다. 이는 그녀의 가창력, 음색 만의 힘이 아니다. 그녀 안에 내재된 다양한 그녀의 매력, 우리를 울리고, 웃음 짓게 하고, 위로하고, 자극하고, 힘을 주는 그녀의 에너지가 노래 안에서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우리는 오랜 시간동안 그녀의 노래를 사랑하고 듣는다. 앞으로도 계속.


사람 자체가 매력이된 가수, 아이유

시시콜콜한 나의 사소한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고 싶은,

가슴 깊은 곳 고민을 털어놓고 진지한 상담을 하고 싶은,

실망스런 내 모습에 대한 해답을 찾기위해 같이 고민해 주길 바라는,

아픔을 드러내고 펑펑 울며 아무 말 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여기저기 함께 쏘다니며 구경하고 쇼핑하며 밥도 먹고 싶은,


그런 사람, 그런 친구.


아이유 연대기 3부에서는 아이유의 다양한 매력이 드러나는 노래를 통해 우리는 어떤 노래를 통해서 어떤 아이유를 만나고 있는지 한 번 정리해보았다. 그녀가 가진 다양한 페르소나. 각 페르소나가 가진 그녀만의 힘을 한 번 들여다보자. (영화 페르소나와는 '1'도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페르소나 1 - 상큼하게 사랑스러운, 순수하게 맑은


아침 햇살에 투명하게 반짝이는 푸른 잎사귀 위의 이슬. 어느 여름 날, 뜨거운 태양아래 발랄하게 뛰노는  해변가 아이들의 즐거움. 고백할까 말까 혹시 상처 받지는 않을까,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아이가 내뿜는 청정의 에너지.


아이유의 노래를 듣다보면 마치 눈 앞에 이런 모습이 그려지는듯 맑고 생생한 기운이 귀를 타고 흘러들어온다. 아이유의 시간도 많이 흐르다보면 점점 이런 스타일의 노래는 듣기 힘들어지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슬퍼하기엔 이르다. 아이유의 앨범은 여전히 맑고 사랑스러운 그녀의 모습과 목소리를 담고 있으니.


사랑스럽고 명랑한 에너지, 그 이름은 아이유

아이유의 상큼하고 명랑한, 사랑스러운, 귀여운, 순수한, 순진한, 맑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트랙

Every Sweet Day, 바라보기, Boo, 나 말고 넷, Feel So Good, 마주보기, Love Attack, 마쉬멜로우, 두근 두근 데이트, 잔소리, 좋은 날,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너랑 나, 삼촌, Everything’s Alright, 하루 끝, 복숭아, Voice Mail, 크레파스, 마음, 봄 사랑 벚꽃 말고, 애타는 마음 등


페르소나 2 - 싫지 않은 음울함, 가끔은 푹 젖고 싶을 만큼 서글픈


학창 시절, 등교길에 한 두 번 마주칠까 말까 하는 아이에게 느꼈던 사소하지만 소중했던 짝사랑의 기억. 이루지못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 서로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좀처럼 고백을 하지않는 상대방과 고백을 했다가 괜스레 어색해져 그나마 친했던 사이마저 틀어질까 두려운 여린 아이의 마음. 그리고 첫사랑의 이별로 인한 상처와 슬픔에 자신의 감정 안에 침잠되어 그 안에서 헤매는 슬픈 아이의 가련한 감성 까지.

지나치지 않은 서글픔, 매력적인 음울함

마치 지금 사랑의 슬픔을 겪는듯, 섬세한 감정까지 살아있는 아이유의 목소리를 통해 서글픈 사랑과 이별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어린 시절, 이루지 못한 짝사랑의 감정이 불쑥 불쑥 찾아오는듯하다. 그래서 노래를 들으면 마치 철없이 어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지난 시절의 나를 부둥켜안고 울고 싶기도하고, 그 정도면 잘했다, 괜찮다 그러니 힘내라며 위로해주고 싶기도하다. 아마 아이유도 그렇지 않을까? 그 누구보다 많은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은 아이유지만, 그녀 역시 그 나이에 겪을 수 있는 애절하고 순수한 사랑에 대한 갈망은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았을테다. 그래서 그녀의 몇몇 노래를 듣노라면 ‘너도 힘들지? 사는게, 사랑이란 게 다 그래.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고,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 없기에 버겁고 힘들지만 언젠가는 또 바라는 삶과 사랑을 모두 가지며, 지난 날을 추억하는 시간이 올 테니, 네 마음으로는 멀리 내다보되, 시선은 그저 바닥을 보며 살라고, 너무 먼 곳, 높은 곳만 쳐다보면 오히려 쉽게 지치고 좌절 할테니, 그저 오늘 하루에 집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이유의 우울하고 음울한, 어두운, 아주 약간의 한, 슬픔, 아쉬움, 애절한 그리움을 느낄 수 있는 트랙

미아, 있잖아, 기차를 타고, 아침눈물, 가여워, A Dreamer, 졸업하는 날, 미운 오리, 사랑이 지나가면, 너의 의미, 이게 아닌데, 느리게 하는 일, 첫 이별 그날 밤, 혼자있는 방, 나만 몰랐던 이야기, 잔혹동화, 벽지무늬, 사랑니, 길 잃은 강아지, 4AM, 라망, 그 애 참 싫다, 싫은 날, Obliviate, 푸르던, 이런 엔딩, 마침표, 그렇게 사랑은 등


페르소나 3 - 애어른, 그래서 더 매력적인


유인나와 함께한 TV쇼에서 많이 들었기도 하고 평소 인터뷰 내용이나 큰 일이 생겼을때 대처하는 모습을 유심히 봤다면 다들 알 것이다. 아이유 속에는 '이미 한 평생을 살아낸 지혜로운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아이유는 여러 방면에서 소위, 인생 2회차 혹은 n회차로 불리는 애어른의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덕분에 일각에서는 ‘여우 같다’, ‘보통이 아니다’는 의견도 많다. 사실, 나이 어린 여자아이가 너무 어른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몇 수를 내다본 행동을 별 일 아닌듯 장난스럽게 하다보면, 그걸 보는 상대방이나 3자의 입장에서는 조금은 무서워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팬의 입장에서는 그런 아이유가 더 대견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오히려 그런 매력이 신비스럽게 여겨져, 가끔은 그녀의 노래에 기대어 덧없는 시간을 보내도 전혀 아깝지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보통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에게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을 이입하게 마련인데, 나이에 어울리지않게 어른스럽고 눈치도 빠르며 센스도 넘치는 스타라면 어느 팬이라도 스타의 그런 매력적인 면모를 따라하고 싶지 않을까?

저 이제 다 컸어요, 알거? 다 알아요~

아이유의 어른스러운, 성장하는, 신비스러운, 통달한, 인생을 다 아는 것 같은 매력을 만날 수 있는 트랙

비밀, Teacher, 분홍신, 한낮의 꿈, 금요일에 만나요, Havana, 새 신발, 무릎, 안경, 사랑이 잘, 여름밤의 꿈, 가을 아침, 얼음꽃, 잠자는 숲속의 왕자, 별을 찾는 아이, Last Fantasy, Modern Times, 아이야 나랑 걷자, 우울시계, 소격동, 밤편지, 이 지금, 이름에게 등


페르소나 4 - 거침없는 자신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내 생각엔 아마도 ‘삐삐’ 노래와 같은 당당한 모습이 아이유의 본연의 모습이 아닐까한다. 물론, 본인은 그렇지않다고 잡아뗄(?)지도 모르지만, 위기에 처했을 때 그 사람의 진면모가 나오는 것처럼 아이유가 힘들었던 순간들, 그녀는 그녀만의 거침없음과 속 깊음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전개하는 전략적인 움직임을 통해 슬기롭게 각종 난관을 헤쳐나가는 것을 보여줬고, 이는 그저 순수하고 어린 모습의 아이유만 바라보던 이들에게 원자폭탄급의 충격을 주었지만 되려, 그녀에게 더 빠져들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다. (물론, 이 때문에 안티가 생기기도 했지만) 그녀는 적당한 선에서 문제를 제기 할 줄 알고 이슈를 만들줄도 알며,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자신의 의견도 피력하고 또한 다른 사람들의 입장도 대변할 줄 안다. 무엇보다 이런 일련의 작업(?)을 진행 할 때 스스로 강약조절을 함으로써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는 점에서 팬들은 그리고 나는 그런 아이유에게 더 배우고 더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아이유 무한루프’에 올라타게 된다.

ㅁㅝ, ㅇㅓ쩌라고, 팍, ㅆㅢ. 나, 아이유야~

아이유의 도도한, 걸크러시, 당당한,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즐길 수 있는 트랙

을의 연애, 입술 사이(50cm), 누구나 비밀은 있다, 기다려, ZeZe, 스물셋, Red Queen, 팔레트, Black Out, 잼잼, 삐삐 등


아이유 연대기 에필로그


그 동안 아이유는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소화했다. 앞선 1, 2부의 아이유 연대기를 통해, 그리고 위 아이유의 다양한 페르소나를 통해 우리는 아이유의 여러 모습을 이미 경험했다. 그래서 아이유의 다음 모습을 그릴 때, 누군가는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여유롭게 노래하는 아이유를 바랄 것이고, 또 누군가는 꽃갈피 시리즈 처럼 과거 히트했던 선배들의 노래를 들고 다시 돌아와주길 기대할 것이며, 어떤 이들은 락을 부르는 아이유, 힙합을 하는 아이유 등 아직 아이유가 도전하지 않은 장르를 개척하길 바랄지도 모르겠다.


자자, 곧 새로운 앨범으로 만나요~ 아주 깜짝 놀랄거예요

개인적으로는 앞으로도 특유의 음울하고 슬픈 마력을 가진 모습도, 순수하게 삶을 바라보는 시각도, 할 말은 꼭 하고야 마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도 잃지않고, 그녀만의 다양한 색깔을 유지해주길 바란다. 나나 팬들이 무엇을 원하든, 중요한 건 그녀의 생각이다. 다행히도 아이유는 대중의 예상을 뛰어넘으면서도 기대를 저버리지않는 방법을 아주 잘 아는 것 같다. '금요일에 만나요'와  ‘소격동’이 그랬고, ‘꽃갈피 시리즈’가 그랬으며, ‘밤편지’가 그 뒤를 이었고, 또 ‘삐삐’가 이를 증명했다. 이 모든 것이 그녀가 말했듯 곧 나올 그녀의 앨범이 기대되는 이유다. 나를 포함한 팬들이 무엇을 원하고 기대하든, 사실, 우리는 그저 기쁜 마음으로 작업한 그녀의 앨범을 들으며, 그녀가 뿜어낸 밝은 에너지와 음울한 여유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느낄 수 있다면 그만이다. 그리고 덕분에 내 일상이 더 빛날수 있다면 그건 감사하게도 큰 덤이다.


자, 이제 새롭게 다가올 그녀를 맞이하자. 그녀의 시간이 곧 우리의 시간과 함께 각인되는 소중한 추억이 될테니.



[이미지 출처]

메인 이미지 http://esquirekorea.co.kr/people/아이유와-함께온-열-번째-봄/attachment/esq201705_people_iu_000/

아이유 이전에 보아가 있었고 박정현도 있었다 https://music.bugs.co.kr/track/80019062

사람 자체가 매력이된 가수, 아이유 https://www.city.kr/girl/9182432

사랑스럽고 명랑한 그녀의 에너지 https://ichoc.wordpress.com/2014/12/05/歌詞-iu(아이유)_무릎膝蓋中字翻譯/

지나치지 않은 서글픔, 매력적인 음울함 http://news.zum.com/articles/37016347?cm=popular

저 이제 다 컸어요, 알거? 다 알아요~ https://www.pinterest.it/pin/538743174169543353/?autologin=true

ㅁㅝ, ㅇㅓ쩌라고, 팍, ㅆㅢ. 나, 아이유야~ https://hypebeast.kr/tags/iu

자자, 어서 새로운 앨범으로 돌아오세요 https://m.insight.co.kr/news/21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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