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변곡점 07화

격세지감

글 글 글 그리고 또 글

by Rooney Kim

이런 사자성어를 쓸 만큼 나이 들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은, 불혹과 맞닿을 만큼의 세월이 흘렀다. 꽤 오랫동안 글을 썼고, 전자책도 만들어보고 소설 연재도 해봤지만 딱히, 그럴듯한 성과도 못 이룬 채 세월만 좀먹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워낙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차고 넘치는 세상이지만, 요즘은 자신의 감정을 널리 전달하기에 좋은 플랫폼들이 많아서인지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쓴다. 좋은 현상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안에 묵은 혹은 새롭게 피어난 감정을 조리 있게 풀어내는 과정이니까. 자신을 위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누구를 향해 글을 쓰든, 한 번 세상에 배설된 글은 건강한 자양분이 될 확률이 높다. 배설을 딱히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카타르시스와 같은 말 아닌가. 역시, 밥을 먹고 소화를 시켜 배설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사람은 누구나 밥을 먹든, 욕을 먹든, 충격을 먹든 또는, 기쁨과 사랑을 먹든, 결국, 이를 ‘배설’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몸과 마음속에 오래 남아있으면 병이 된다. 가령, 변비, 배탈이라거나, 스트레스, 우울증, 공황 장애 따위로 발현되어 자신을 괴롭히게 마련이다. 기쁨도 너무 오래 머물면 조증이 된다. 일반적이지 않아 진다는 말이다. 결국 내 삶과 건강의 밸런스를 위해 배설은 너무나 중요하다.


따라서, 배설이 잘된 어떤 이들의 글은 신비롭다.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다. 나 역시 내가 추구하는 세계관과 글의 방향성과 목적 그리고 이를 풀어내는 문체와 즐겨 쓰는 단어들, 뉘앙스가 있지만, 어떤 이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나를 놀라게 하는 글들이 있다.


나이는 상관없다.


난 애초에 사람의 인성, 성향, 성격은 타고난 게 9할이라고 믿기에, 그들의 배려심과 성격은 어릴 때부터 드러난다. 따라서, 나이가 굉장히 어림에도 불구하고 단, 한 문장으로 사람의 감성을 적시고, 머리를 띵하게 내려치는 글을 쓰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들은 어찌 보면 ‘기인’이다. 행동도, 드러남도 예사롭지 않다. 나 같은 범인은 감히 따라잡지 못할 것만 같다. 그렇다고 나를 심하게 낮추는 건 아니지만. 그저 그들은 자연스럽게 타고난 경지가 있는 것이고 난, 여전히 나만의 세계관을 만드는 중일뿐이다.


그래서일까.


그들의 글을 읽으면 부러움과 동시에 약간의 질투마저 느껴진다. 왜냐하면 그들의 대부분은 이미 유명해진 작가들이니까. 내가 그렇게 갈망했던 글 쓰는 것만으로 먹고살 수 있는 경지를 이미 그 나이에 이뤘다는 게 너무너무너무 부러웠다. 그럴 땐, 내가 한없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물론, 내가 쓴 글 중에서도 몇 개는 내가 생각해도 좋은 글이 있긴 한데, 출판사와 전문가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게 서글프기도 했다.


그런데 이미 유명해진 그들의 과거도 지금의 나처럼 서글프긴 마찬가지였다. 십 수년의 무명을 견딘 작가, 자신의 글을 받아주지 않아 직접 연재와 출판을 시작한 작가, 그리고 무료라도 좋으니 ‘그 훌륭한 작품’을 한 푼의 대가도 받지 않고 봉사하고 있는 작가들까지. 다행인 건, 그들은 지금 ‘글로 밥 벌어먹고살고 있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부러워 ‘미’ 치고 팔딱 뛸 지경이지만, 난 나의 때를 하루라도 빨리 당기기 위해 오늘도 부지런히 글을 쓰겠다.



잠깐 솔직해지자.


난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리고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는 경험을 매번 하는, 즉, 글 쓰는 게 좋아서 주말에도 평일 출근 시간보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다. 그래서 한 때는 무료 봉사라도 좋으니 글을 쓰고 싶어, 무료로 소설 연재도 했고, 무료 칼럼 기고도 했었다. 그런데 내가 ‘무료’를 지향하니, 나에게 무료의 기회밖에 오지 않았다. 이러다 ‘무료 인생’이 되지는 않을까 약간의 조바심도 생겼다.


‘글 쓰면서 먹고사는 방법을 만들어내는 게 나의 가장 큰 과제니까.’


출판사와 연재 플랫폼이 나를 매력적인 유료 자원으로 생각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이 세상에도 나의 글을 매력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있지 않을까.


좋은 글은,


‘잘 쓰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나만의 글’을 생산하느냐의 문제이고,
'누구보다 더 뛰어나냐의 문제'가 아니라 진실된 ‘너의 삶’이 녹아있느냐의 문제이며,
'얼마나 많이 조회되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울렸느냐’의 문제이니까.


자, 그럼 또 글 쓰러 가야지.




[이미지 출처]

https://unsplash.com/s/photos/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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