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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ney Kim Dec 15. 2020

인간수업: 미성숙한 자아의 채워지지 않는 갈증에 대하여

보호가 필요한 게 아니야, 관심이 필요해


 뭘로 채우고 싶어



지구 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체는 저마다 한 움큼 이상의 갈증을 가지고 태어난다. 미물로 여겨지는 산짐승, 들짐승도 그러한데, 제법 두뇌가 높아 ‘지성’을 갖췄다고 자평하는 인간은 오죽할까. 사실, 성숙과 미성숙이 바라보는 갈증에는 큰 차이가 없다. 성숙했다고 갈증을 모르는 것이 아니오, 미성숙하다고 항상 갈증이 끓어 넘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성숙과 미성숙을 떠나 갈증은 존재한다.


'누군가로부터 받고 싶은 관심에 대한, 사랑에 대한, 돈에 대한 갈증'은 끊어낸다고 끊어지는 것도 아니고 채운다고 채워지는 것 또한 아니기에 적절한 조절 외에는 사실, 이를 해결할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 수업’은 미성숙과 갈증에 대한 이야기다.


큰돈이 필요한 똑똑한 모범생(지수)은 양심이라는 성숙의 가면을 포기한 채, 단기간에 벌어야 하는 큰돈이라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다. 하지만 교묘하게도 본인이 직접 취하는 행위는 없다. 돈을 벌기 위해 몸을 파는 것은, ‘딱한 사정에 급전이 필요한 여인네'도 아닌, 그저 쉽게 돈을 벌기 위해 ‘조건 만남’을 선택한 여성들(민희 외)이고, 조건 만남을 업으로 가진 여인들의 몸을 취하기 위해 돈을 내고 이용하는 것은 ‘성욕이라는 갈증의 어긋난 해소 방법을 택한 평범한 일부 남성들’이며, 여성들의 신상에 문제가 생겼을 때 구세주처럼 등장해 ‘무력으로 위험에 처한 여인들을 구해주는 것은 또 다른 동업자인 왕철’의 몫이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매매’와 '무력 진압’에 지수가 직접적으로 가담하는 일은 하나도 없다. 지수는 그저 인간들의 ‘갈증’과 이의 ‘미성숙한 해소’를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놀이터' 즉, 플랫폼을 만들었을 뿐이다. 그런데 제아무리 똑똑하고 철두철미한 지수라도 이런 시스템으로부터 벌어들이는 큰돈에 헤벌쭉하며 만족만 했을까? 그 역시, 돈에 대한 필요(갈증) 때문에 그가 만든 ‘부정한 매매를 가능하게 하는 부정한 플랫폼’을 일컫어 ‘보안업체, 보험사, 경호업체’라고 칭한다. 스스로 자신의 미성숙과 부정한 갈증 해소 방법을 인정하고 부끄러운 민낯을 변호한 셈이다.


이는 지수에게 양심과 도덕이라는 성숙에 대한 갈증보다, 당장 급한 돈 9천만 원에 대한 갈증이 더 크고 강렬하며, 더 달콤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미성숙과 갈증으로 점철된 헛똑똑이 남자 주인공인 지수를 시리즈의 끝까지 달리게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현대인의 민낯, ‘미성숙한 갈증의 표본들


위에서 언급한 지수 이외에도 ‘인간 수업’의 등장인물은 모두 제각각의 갈증과 미성숙함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갈증의 미성숙한 해결 방법’은 항상 인간관계에서의 갈등과 싸움을 조장한다. 여자 주인공 규리는 부잣집에 똑똑한 여학생이지만, 부모님의 지나친 기대(부모의 갈증)와 비인간적인 대우(부모의 미성숙)로부터 벗어날 꿈이라는 갈증을 품고 있다 지수를 만나 그의 비밀을 알고 되고, 자신의 갈증 해소(돈)를 위해 ‘동업 제안’이라는 미성숙한 결정을 한다.


또 다른 여자 주인공인 민희도 마찬가지다. 민희는 조건 만남이라는 성매매를 통해 돈을 버는 미성숙한 갈증 해소의 그릇된 표본이자, 그럼에도 일말의 죄책감은커녕, 이를 숨기기만 하면 괜찮다는 더 미성숙한 태도를 보여준다. 극 중, 성매매 여인들의 신상에 문제가 생겼을 때 레옹처럼 등장하는 해결사 왕철도 이를 피할 순 없다. 그의 과거가 어떻든 그도 먹기 살기 위해(갈증 해소) ‘해결사’를 업으로 받아들였다. 민희의 남자 친구인 기태는 무력으로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는 인물로 그 자체로 미성숙과 갈증을 의미하고, 돈 때문에 집을 나간 지수 아빠의 돈에 대한 집착과 코인 투자로 단번에 대박을 노리는 어리석음도 돈에 대한 갈증과 이를 버는 방법의 미성숙함을 보여준다.



렇다면 ‘인간 수업’에는 올바르고 모범적인 등장인물이 없을까. 지수의 담임 선생님인 진우는 극 중 유일하게 일관된 ‘선’을 보여주며 시리즈의 끝까지 그 ‘선함’을 지키는 인물이다. 시종일관 성숙한 어른이자 올바른 갈증 해소의 교과서인 그이지만, 이 마저도 학생들의 ‘부정한 과외 활동(조건 만남 플랫폼 운영)'에 대해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채 당하고 마는 현대의 힘없는 선생님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며 학생들의 ‘미성숙’과 ‘갈증’ 해소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부모, 선생, 정의의 부재다.
마치, ‘미성숙한 갈증 해소’가 현대인의 숙명인 마냥 말이다.
참, ‘본능 앞에 장사 없다.’


수업, 어디까지 이해했니


제목이 '인간 수업'이라고 해서 어떤 교훈과 같은 메시지를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인간 수업'의 영어 제목은 ‘Extracurricular’ 즉, 과외 활동을 의미하는데 이는 동시에, ‘부도덕한’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즉, ‘부도덕한 줄 알지만 기어이 하고야 마는 과외 활동’이라는 의미를 내포한 제목이라는 이다.


그래도 ‘인간 수업’이 무엇을 말하고 싶고, 어떤 수업을 굳이 얘기하는지 묻는다면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인간 수업은 ‘인간의 갈증과 미성숙한 해결 방법’을 에피소드별 다양한 관계 속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시리즈 전반에 걸쳐 보여준다는 것. 여기서 배울 점, 아니, 깨달아야할 점은 ‘당신도 갈증이 있으며 이를 남몰래 해결하는 미성숙한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즉, 억제할 수 없는 갈증은 인간 본능의 산물이고 이를 최대한 합법적이고 윤리적으로 해결해야 시대에 걸맞은 문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남들 뒤에서, 집에서 홀로, 누군가에게 들켜선 안될 어둡고 은밀한 곳'에서 미성숙한 갈증의 해소가 자행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인정하라는 것이다.


수업이 끝나면 모두 자문해보자. 당신은 과연, 당신의 모든 행동에 떳떳하고, 명백하며, 자랑스러운가.




[이미지 출처]

https://blog.naver.com/eun_byoul/221948444265

https://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71318

https://www.hankyung.com/entertainment/article/202005074156H

https://notefolio.net/zigzag/189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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