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거품이 잔뜩 묻은 수세미로
접시를 쓱싹 닦아낸다
제아무리 찌들어 붙은 기름때도
뜨거운 물과 세제의 조합에는
못 당한다
컵과 수저와 그릇과 접시와 냄비를
씻다 보면 마음속에 찌든 때도
스스럼없이 벗겨지는데 사람 사이의
때도 그렇게 벗겨지면 얼마나 좋을까
눈에 가득한 욕심,
몸짓에 드러나는 이기심,
숨겨지지 않는 입가의 위선은
벗겨내려 할수록 오해와 분노만
쌓고 또 다른 사건 사고만 늘어간다
세제 거품이 좀 모자라면 세제를
꾹꾹 더 눌러 빼면 되는데
사람 사이 갈등의 골은 너무 깊어
아무리 세제를 짜내도 절벽 아래 수십 리
어느 골짜기 어느 이끼에 묻었는지
어색한 공기는 여전하고, 돌아서면
이간질에, 자리를 비우면 뒷담화로
입이 마를 날이 없다
문득 떠오른 기분 나쁜 얼굴
세제 거품이 잔뜩 묻은 수세미로
그 입과 눈과 귀를 닦아본다
화들짝 놀라 거품을 닦고 욕하며
달아날 그 못난 얼굴이 눈에 선하다
고소한 마음에 속이 좀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