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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ney Kim Sep 25. 2021

스우파를 통해보는 새로운 세대의 메이저

마이너들이 움직이는 세상



스트릿 우먼 파이터, 메이저 시장을 강타하다


2021년 하반기의 대한민국 대중문화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 (이하 스우파) 빼놓고 논할 수 없다. 프로그램 흥행 여부의 척도인 시청률만 봐도 그렇다. 8월 24일 방영된 1회분이 0.8%였던 것에 비해 회를 거듭해 상승하더니 가장 최근 방영분인 4회는 2.6% (순간 시청률 4.2%)를 기록했다. 첫방의 3배가 넘는 수치다. 하지만, 단순히 2.6%라는 시청률만으로는 스우파가 현대의 대중문화에 끼치고 있는 영향력을 대변할 순 없다. 시청률로만 따지면 10%, 20%를 넘기는 쇼와 드라마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어떤 무기와 스킬로 대중을 공략하고 있을까? 스우파에는 이미 셀럽급의 인지도를 가진 댄서들도 있었고, 댄서씬에서는 유명한 이들도 많았지만, 대중은 그들을 몰랐다. 뛰어난 실력자들이지만 무명이었던 그들이 댄스 배틀을 하고 팀별 무대를 하면서 이들의 진가는 곧 확연히 드러났다. 단순히 춤만 잘 춰서도 아니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크루들의 매력은 물론, 댄서 별로 제각각 다른 취향과 매력이 대중을 어필하면서 잠재되어있던 인기가 터져버린 것이다.

게다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각 인물들의 관계와 사건 그리고 갈등과 오해, 다툼으로 여러 번 바뀌었던 크루 간의 서사 히스토리만 보아도 웬만한 영화나 드라마보다 훨씬 극적이고 다채롭다.



매력의 핵심, 크루와 멤버들


댄서씬의 아이돌 아이키, 댄서계의 교수님 모니카, 댄스 배틀의 여왕 립제이, 댄싱머신인 허니제이와 그녀의 제자이자 코카앤버터의 수장인 리헤이 간의 갈등 히스토리, 가장 젊은 피인 댄싱 천재 리정, K-pop 안무의 교과서인 라치카의 가비, 시미즈, 리안, 원밀리언 출신의 효진초이 그리고 미녀 댄서로 유명한 노제 등 이미 유명한 댄서들 외에도 립제이에게 도전하는 피넛의 열정과 이를 감싸 안아준 립제이와의 레전드 영상, 허니제이와 리헤이의 무대에서 빚어진 갈등의 고조와 화해를 통한 공감의 카타르시스 등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도 삶에서 겪을 법한 일들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깊은 공감과 동질감을 이끌어냈다. 게다가, 너무 멋있고 재미있지 않은가.


스우파의 화제성은 이런 재미와 공감을 바탕으로 하며 엄청난 결과를 쏟아내고 있다. 유튜브에서 그녀들이 방송한 영상들의 조회수가 이를 증명한다. 8월 말까지만 해도 선공개되었던 팀별 미션 영상은 기껏해야 1만~5만 회 정도의 조회수를 보였주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팀들의 연습 영상도 100만 회는 그냥 넘겨버리고 계급별 댄스영상, 메가 크루 미션 등은 300만도 훌쩍 넘겨버린다. 게다가, 인기의 또 다른 척도라고 불리는 바이럴 지수와 패러디 영상물의 완성도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이미 유명해질 대로 유명해진 ‘스트릿 개그우먼 파이터’ 영상은 영상이 나온 지 1주 만에 200만 회를 넘겼다. 거기에 이들이 입은 옷, 액세서리, 가방 등이 품절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렇듯, 스우파는 방영 3~4회 차만에 보통 A급의 아이돌들의 평균적인 조회수 기준 (공식 뮤비 제외)인 100만 회를 우습게 여겨버릴 정도의 화제성과 파급력을 가진 ‘메가 히트 트렌드’가 되어가는 중이다.

가히, 메이저의 아성을 뒤흔들 마이너의 반란이 아닐 수 없다.


대중은  ‘마이너 손을 들었나


현대의 대중문화와 이를 평가하는 대중은 더욱 냉혹해졌다. 사실, 이 현상은 모두 사회구조와 현상 그리고 이를 버겁게 버티고 있는 각 세대의 감성에 기인한다. 현대의 대중이 과거와 다른 가장 큰 차이는 스타에 대해 막연히 동경만 하던 때와는 달리, 화려한 주인공 (스타 또는 성공한 사업가, 부자 등)에 대해 식상함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는 점이다. 당연히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느끼던 상대적 박탈감이 이젠 대중적인 감정이 되어버린 것이 현시대의 특징다. 특히, 현대의 2030 세대가 이런 감정에 취약해져 있다. 물론, 대부분의 젊은 세대는 ‘노력한 자의 수고’와 그가 흘린 '땀과 눈물의 의미'를 알고 박수를 보낼 줄 알지만, 부유한 이들, 성공한 이들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와 부정적인 감정은 어느새 뿌리 깊게 박혀버렸다. 그리고 여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최근 수년간 자주 보도되었던 고위직 관리, 기득권의 자녀들의 학력, 취업 프리패스를 보며 ‘권력과 돈’이 보여준 '수저의 차별성’, '사다리의 유무’로 인해 새롭게 생성된 ‘지배 계급’의 안하무인한 태도와 후안무치한 행동은 대중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고


특히, 사회로 첫발을 내딛기 위해 집 밖에서 수많은 크고 작은 경쟁을 치러온 2030 세대들의 ‘가진 것들’에 대한 분노를 일깨우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이는 '성공한 메이저'들에 대한 어긋난 잣대를 키우고 만 것이다.


메이저? 마이너? 세대 간의 시각 차이


그렇다면 마이너에 감성적으로 반응하는 현 젊은 세대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세대를 크게, 기성세대로 분류되는 50대 중반 이상과 신세대로 분류된 40대 중반 이하로 나눠 보면 이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우선, 기성세대의 삶의 환경은 지금의 젊은 세대와는 확연히 달랐다. 그들은 어린시절 가정에서 보통 서너 명에서 다섯 명 이상의 형제들과 나고 자라며, 이미 그 안에서 극심한 경쟁을 치렀다. 당연히 부모들이 이들에게 기대하는 바는 그리 크지 않았다. 아프지 않고 죽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키워 결혼만 시키면 끝이라는 게 이 시대 부모들의 바람이었다. 이들의 학력은 대부분 초, 중졸이 많았고 고졸이면 평균 이상의 학력을 가진 세대였다. 이 세대에 대학 졸업은 이미 부유함을 뜻했다. 따라서, 사회나 기업에서 기대하는 학력은 낮았고, ‘노동집약적’인 일자리가 지배적이었으며, 취업인구 대비 일자리는 많아서 마음만 먹으면 노동을 하든, 취업을 하든, 또는 공무원이 될 수 도 있었다.


하지만, 소위 MZ세대로 불리는 현재의 2030 세대는 어떤가? 그들은 보통 한 명 또는 두 명의 자녀로 구성된 가정에서 자라며 그다지 큰 경쟁 없이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들의 부모들은 자신들의 어린 시절과 달리, 자녀들이 원하는 거의 모든 것을 해주었다. 하지만 이들은 자라면서 집 밖의 친구, 모르는 사람들과의 생소한 경쟁을 시작하며 사회성을 기르는 단계에서부터 ‘양보’ 또는 ‘싸움’이라는 허들을 넘기 시작했다. 그리고 허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많아지고 높아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문대 또는 4년제 대학교를 졸업했고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다녀왔을 정도로 학력은 높아졌고, 사회의 노동 직종 구성 율은 그 사이에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노동의 형태는 ‘지식집약적’으로 바뀌었고 당연히 취업의 기준은 높아진 평균 학력 이상으로 높아졌다. 과거에는 농업, 현장 노동, 사무직 등 다양한 직군이 골고루 인기가 있었다면 이들은 지배적으로 사무직을 원했다. 게다가, 2차 베이비붐 세대답게 취업 인구 역시 역대급으로 많았다. 대기업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고 공무원은 신의 직장이 되었다.



즉, 기성세대가 가정 내 어린 시절 형제들과의 경쟁 이후 사회로 나올 때쯤에는 경쟁의 벽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에 반해, 어린 시절부터 경쟁 없이 모든 사랑을 독식하다 학교, 취업, 사회 등 단계를 밟을 때마다 커지는 경쟁의 강도와 벽 때문에 이미 가슴 안에 경쟁의 치열함과 실패의 아픔으로 인한 분노가 쌓여온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있는 집’의 자녀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분노 없이, 노력 없이 손쉽게 모든 결과를 취하고 있으니 이들의 ‘메이저’에 대한 과한 분노는 결코 과하지 않은 게 되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많은 대중이 부자, 권력층, A급 연예인들의 성공에 동기부여가 되기보단 그들의 성공을 기득권 세력의 칼날처럼 여기고 이에 분노하게 되어버렸다. 물론, 그들 중에도 진정한 노력을 통해 개천에서 용이된 사연도 있을 테지만, 부유층과 성공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처럼 존경과 경외가 아닌 의심과 분노가 되어버린 건 ‘기득권 세력의 그릇된 사회 인식과 권력의 오남용’ 탓이 크다.


분노와 좌절, 부캐를 낳다


메이저가 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과 좌절은 곧 마이너의 세계, 즉, 부캐로 이어졌다. 작년부터 이어진 부캐 (부 캐릭터) 열풍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부캐는 자신의 본업과 달리 다른 일, 취미 등을 하며 ‘억압된 일상’에서 벗어나 기분을 전환시키고, 일상의 루틴이 아닌 새로운 일, 환경, 취미로 자신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며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삶의 에너지를 얻고자 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부캐에 진심인 사람들은 오히려 부캐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생산해내며 부캐가 본캐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취미가 돈벌이가 되면 원래 취미가 가지고 있던 ‘여유’와 ‘자유로움’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즉, 부캐가 본캐가 된 사람들은 또 다른 부캐를 찾게된다.


이 모든 현상이 일상이 현실을 만족시켜주지 못해서 발행한다. 즉, 메이저에 대한 불만을 마이너 (부캐)로 풀고 싶은 욕망과 본능에서 비롯되었단 말이다.



조연은 또 다른 주연으로


과거에는 백업댄서들에게 다양한 불문율이 존재했다. 무대 위 주연인 가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과한 표정, 카메라 의식, 튀는 복장이나 행동은 자제되었다. 물론, 대부분의 불문율은 여전히 유효하다. 게다가, 조연이 돋보이면 주연으로 가야 할 시선과 관심이 흩어지기에 조연들은 결코 튀어서는 안 된다.


한 예로, 2010년대에 ‘티벳 여우’를 닮은 조연 배우가 유명해지며 광고도 찍는  인지도를 얻자 오히려 ‘조연 일감’이 줄어 생활이 더 어려워졌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기획사와 광고주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주요 매출원인 연예인이 돋보여야 계속해서 방송과 광고에서 자신들을 불러줄 텐데 ‘조연’이 더 관심을 끌고 인기가 있다면 그들의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우파의 행보는 남다르고 과감하다. 춤을 전문으로 하는 프로 댄서로서 무대 위 조연의 역할을 유지한 채 그 누구보다 돋보이는 실력을 가진 것을 보여주는데 망설임이 없다. 스우파는 새로운 이야기와 보통이 주목받는 성공 스토리에 목마른 젊은 세대의 갈증을 자극했고 이를 충분히 적셔주고 있으며 이제 댄서들도 소위 백업댄서로 불리며 무대에서의 조연을 자처했던 과거와 달리, 음지에서 양지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덕분에 대중의 볼거리와 즐길 거리는 한 겹 더 깊은 스펙트럼이 생겼지만, 결국 조연이 주연이 되면, 그 주연은 또 수많은 조연들의 시샘의 대상이 된다. 이는 이제 주연이 된 스우파의 크루들이 직면하며 타계해나가야 할 새로운 과제다.



또 하나의 다른 과제는 기획사들이 스타가 된 해당 댄서들을 대하는 태도다. 위 ‘티벳 여우 배우’ 사례와 같이 스타성과 강력한 매력으로 유명해진 댄서들을 자신의 가수, 아이돌의 무대에 같이 세워야 하나에 대한 고민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장은 넓어지고 기회는 열린다


하지만, 이 역시 깨버려야 할 고정관념이다. 스우파를 통해 댄싱 크루들이 유명해지고 팬덤이 생겼다는 건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는 의미다.

기존 가수, 아이돌로 유지되던 대중문화의 판이 더 넓어졌고, 기획사들은 이를 빨리 캐치하여 비싼 몸값을 주고 그들을 데려가야 한다는 뜻이다. 무대 위 강렬한 춤사위만으로 관련 곡은 음원 차트의 상위권에 올랐고, 해당 영상은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자랑한다. 그렇다고 이들을 백업댄서로 쓰지 말라는 법도 없다. 기존 유명한 아이돌들이라면 이들과 함께 콜라보 무대를 꾸며볼 수 있고, 이제 막 데뷔를 준비하는 신인이라면 오히려 이들을 통해 아이돌의 인지도를 만드는 역발상 마케팅을 진행할 수도 있다.



이 덕분에 댄서씬의 영향력은 커질 것이고 상대적으로 미미했던 그들의 수입이 늘어나 ‘스타’에게만 편중되었던 자본이 골고루 분배되는 역할을 할 것이며, 이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새로운 댄서들의 유입으로 이어지며 ‘댄서씬’이라는 시장을 확장시키며 안정화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들 덕분에 스타일리스트들도 전문 팀이 있다는 것과 그들의 의상 선정 실력이 무대와 파급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스타일리스트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주연이든 조연이든, 실력과 매력을 갖추었다면 관심을 끌게 마련이다. 새로운 시대의 주연은 과거의 공식과는 다르다. 사람들은 여전히 '개천에서 용이 난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기다린다. 거기에 인물 관계, 숨겨진 이야기, 갈등과 화해 등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면 누구나 주연이 될 수 있다. 스우파가 이어갈 마이너의 반란, 함께 지켜보자.




[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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