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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ney Kim Oct 31. 2021

스우파의 묵직한 한 방:진짜 하고싶은 것을 한다는 것

마이너의 반란, 새로운 세대의 메이저 02



우리는 많은 꿈을 꾸며 자랐다. 조금 우습지만 하늘을 나는 능력을 가지는 초자연적인 꿈을 가진 적이 있고, 또 어떤 꿈은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엄청난 부자가 되는 꿈이었다. 과학자가 되겠다는 기성세대의 어린 시절 꿈이 ‘그 시대’를 반영했듯, 연예인, 웹툰 작가 그리고 유튜버 등, 소위 요즘 아이들의 꿈은 조금 더 구체적인 경제관념을 바탕으로 ‘요즘 시대’를 반영한다. 이들에겐 자신의 꿈도 소중하지만 그 꿈이 자신을, 가족을 ‘먹여 살려 줄 만한’ 파급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꿈은 이제 ‘댄서’에까지 닿았다.


백업 댄서 (back-up dancer)

소위, 백댄서로 불렸던 이 직업은 주인공 뒤에서 춤추는 사람이라는 인식과 멸시를 이겨낸 소수의 아이들이, 부모님과 주변의 갖은 핍박과 꾸중 마저 견뎌낸 후 경력과 능력을 키운 덕분에 꾸준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왔다. 그리고 그렇게 댄서로서 커리어를 쌓으며 리더십이 정점에 달한 댄서들이 스우파를 통해 그들만의 정정당당한 무대와 다양한 카리스마로 한껏 웅크렸던 잎사귀를 스스로 피우며 만개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 단순히 댄서 씬의 일시적인 신드롬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랜 기간 동안 쌓여온 구태의연한 사회구조에 대한 불만, 노력해도 줄지 않는 격차, 결코 합일되기 힘든 세대차이, 올라타 보기도 전에 사라진 사다리 등 어른들이 그토록 강요했던 전통 사회적인 가치관과, 하면 될 것이라는 노력의 가치가 실제 우리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달려들어도 결코 쥐어지지 않는 신기루가 된 이때, 노력의 가치, 인고의 값어치, 꾸준함의 열매, 포기하지 않음의 멋짐, 그리고 또 해냄의 매력이라는 ‘삶 속의 가치가 실현된 현실’을 마주하며 그 안에서 일궈진 일상의 기적을 보고있는 것이다.


‘맞아, 노력하고 인내하면, 원래 되는 거였지?’


가치의 종말


21 세기 들어 현대 인류가 처음으로 겪은 전 세계적인 전염병인 코로나는 인류 기술의 비약적인 성장의 상징인 손 안의 스마트폰이 무색할 정도로 취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끝없는 불황이 이어졌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는 강대국들마저 무너뜨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나마 통화의 힘을 가진 선진국들은 오랜 기간 동안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했는데 이는, 곧 현금 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현금 가치가 떨어지자 대체재인 금, 원자재, 유류가 급등하더니 이제, 사람들은 자산을 지키면서도 불리기 위해 주식, 코인 등 금융 투자와,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도 주거 및 임대라는 뚜렷한 목적성을 가진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면서 공급 없는 수요 폭증으로 인해 이른바, ‘벼락부자’가 탄생했다. 그러자 이에 질세라 강화된 부동산/대출 정책 등이 쏟아지며, 하루아침에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벼락 거지’도 탄생했고, 막막한 현실에 대한 화풀이 겸 탈출구로 코인 (암호화폐)을 찾았지만, 또, 코인에 대한 법적인 규제와 세금 정책이 등장하며 코너에 몰린 민심의 분노는 쌓여만 갔다.



누구는 부동산으로 하루아침에 부자가 되고 누구는 코인으로 듣지도 보지도 못한 현금부자가 되는 상황이 주변에 생기다 보니 많은 사람들의 직업, 직장에 대한 가치관이 송두리째 흔들려버렸다.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좋은 아파트를 골라 사는 방법이 삶에 더 유익하고, 직장에서 승진하고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며 연봉을 높이는 것보다 잘 고른 코인 하나가 훨씬 큰 수익을 가져다주니 ‘전통적인 가치’의 기준이 퇴색되어버린 것이다.


어떻게든 코인으로 대박이 나서 짧은 기간 내에 연봉 정도의 한몫을 챙기거나, 연봉으로는 꿈도 못 꾸는  자산 증식을 위해 부동산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 더 이상 ‘일확천금’을 바라는 허황된 꿈이 아니라,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살아남기 힘든 이 시대, 이 시국에, 아이러니하게도, ‘현명한 삶의 기준’이 되어버렸고, 그렇게 근로 의욕이 떨어져 버리니 직업의 위치와 가치가 사라졌다.


공무원은 ‘공무 수행’이라는 봉사보다는 ‘철밥통’이라는 노후 대비를 위한 테크트리가 된 지 십 수년이 넘었고, 경찰, 소방, 교사 등 사회의 안녕과 가치를 위한 명예직의 가치가 상실된 지 오래다.


스우파, 홀리뱅 그리고 허니제이


사람들이 스우파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꿈, 열정, 노력의 가치에 대한 순수한 열망과 누가 뭐라고 하더라고 하고 싶은 것을 꾸준히, 오래 해내며 결국, 승리한 이들을 통해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스우파가 제시한 배틀의 무대와 룰에는 정치적 잣대로 인한 남녀, 세대, 젠더 갈등 등 분파 이슈가 없었고 현대 사회의 계급론을 논할 때 빼놓지 않고 나오는 금수저 논란이 없었다. (물론, 소수 참가자의 학폭 논란은 있었다)


말 그대로, 목표 의식, 성실성, 인내심, 노력, 실력, 인성, 리더십을 겸비한 채 제 갈 길을 걸어온 이들의 건강한 한판 승부와 그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보는 이로하여금 그동안 대중문화매체에서 느끼기 힘들었던 건강한 정의로움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준 것이다.


그리고 스우파의 8개 크루의 총 8명의 크루 리더 중, 허니제이가 바로 그 중심에 있다.



단순히, 허니제이가 수장으로 있는 홀리뱅이 우승 크루라서가 아니다. 그녀는 스우파가 진행되는 동안 그녀의 화려한 커리어, 현재 댄서 씬에서의 위치를 내려놓고, 그저 크루를 해체했던 아픈 과거사를 딛고 일어선 ‘한 댄서’로써 후배들과 정정당당하게 겨루는 모습을 보여줬다. 거기에, 그녀를 힘들게 했던 스우파 초반의 불운을 이겨내고, 중반 ‘메가 크루 미션 1위’부터 자신과 크루의 진가를 발휘하며 결국 우승하는 서사를 만든 것이다.


그녀는 한국 대중문화의 스트릿 댄서 씬이라는 척박한 땅에서 대한민국의 걸스힙합 스타일과 길을 닦아왔다. 지금은 홀리뱅의 수장이자 실용음악과 교수 그리고 스우파의 우승 크루로 커리어의 정점을 쌓고 있지만, 그 여정이 순탄치 많은 않았다. 그저 춤이 좋아 초등학생 때부터 춤을 추며 꾸준히 한 길을 걸어오며 2000년대 전설적인 댄싱 크루인 ‘소울 시스터즈’의 막내로 지냈고, 이후, 본인의 첫 팀인 퍼플로우를 만들어 한국 스트릿 걸스힙합의 주류 스타일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결국 해체했고 이후 그녀는 ‘홀리뱅’이라는 새로운 크루를 만들었다. 그리고 1년 뒤 과거 퍼플로우의 팀원들이 리헤이를 주축으로 ‘코카엔버터’를 만들며 오해와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개인적인 그녀의 모습과 과거사는 모르기에 한 개인을 영웅화시킬 의도는 전혀 없다. 다만, 역사적인 사건 후에 쓰인 모든 영웅 서사가 그렇듯, 성공스토리는 결과적으로 성공한 자가 누리는 영광이다. 다행인 점은 그녀의 학창 시절 친구부터 현재 지인 등 모든 사람이 그녀의 인성에 대해 인정하고, 뛰어난 실력은 물론, 훌륭한 리더십까지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새로운 가치는 없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현대에도 존경받는 사람들의 태도와 성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스우파에는 저마다 각양각색의 개성과 실력을 갖춘 여덟 명의 리더가 나왔다. 비단, 허니제이 뿐만이 아니라 다른 리더들도 각자의 색으로 현명하게 크루를 이끌고 있고, 당연하게도 각 리더들이 지금 자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모두 똑같은 이유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이 명확했고,
꾸준히, 오래, 포기하지않고 노력했으며,
이를 위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활동했고,
어떠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각자의 스타일로 팀을 리드해냈으며,
잘못이 있으면 반성을 했고,
혹시나 자기의 길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주변의 반대, 비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도라고 믿은 길’을 이탈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
결국, 모두에게 인정받고 성공했다.


스우파는 단순히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이라는 타이틀을 떠나 공정과 정도에 대해 ‘전통적인 가치를 현대적인 색’으로 입혀 굉장히 세련된 형태로 재정의했다.



위에서 설명했듯 우리는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종류의 갈등, 분노, 차별, 대립, 싸움 속에서 살고 있다. 따라서, 어디로, 어떻게, 어떤 길을 가야 할 모르는 현대인에게는 바른 길과 방법을 알려주는 ‘교과서’가 필요하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열심히, 성실하게, 최선을 다한다'는 것의 가치를 애써 무시하며 살아왔다. 오히려, 약삭빠르게, 다른 사람을 제치고, 누군가를 속여서라는 이기는 것이 현대인의 덕목인 양 살아온 것은 아닐까.


스우파는 공정과 정의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이 시대에 가장 목마른 이야기였다. 그 안에 새로운 가치는 없다. 그저 ‘열정, 노력, 인내’가 정의라는 레일 위에 시간이라는 열차를 타고 오래 달리다 보면 어느샌가 도착한 ‘해냄’이라는 가치를 보여줬을 뿐이다. 그리고 스우파의 여덟 크루는 모두 이를 증명했다.




[이미지 출처]

https://namu.wiki/w/허니제이

https://program.genie.co.kr/swf/clip

https://www.genie.co.kr/detail/mediaInfo?xvnm=213415

https://program.genie.co.kr/swf/crew

https://blog.naver.com/spelf123456/222549975064

https://entertain.naver.com/read?oid=465&aid=0000005134

https://blog.naver.com/aumi0214/222526735866

https://unsplash.com/s/photos/street-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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