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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ney Kim Dec 18. 2022

캐나다 체크인: 모든 생명은 사랑받을 자격이 있으니까

작은 손도 큰 도움이 된다



우리  유기견, 밤비 이야기


'캐나다 체크인'을 보니 2011년에 떠나간 우리 개, 밤비가 떠올랐다. 밤비는 유기견이었다. 사실, 그 전에는 부잣집에서 살던 귀하게 자란 개였다고 한다. 원래 주인이었던 부자 할머니가 별세하시고 그 아들에게 밤비의 재산까지 물려주며 잘 보살피라 했지만 그 아들은 집도 팔고 밤비도 버리고 떠났다고 한다.


그렇게 떠돌던 밤비는 동네의 다른 개들과 어울리려 했지만 오히려 부유한 티가 나던 밤비는 따돌림을 당했었다고 한다. 밤비를 우리 집으로 데리고 온 엄마에 따르면 밤비는 종종 동네의 높은 언덕에 올라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곤 했다고 한다.


엄마의 말로 밤비는 매우 특별했다고 했다. 처음 먹이를 준 날부터 엄마를 기억하더니 이후에는 매번 만날 때마다 엄마 옆을 졸졸 따라다니다가 엄마가 집으로 돌아올 시간이 되면 거리를 두고 떨어지다가 엄마가 길을 건너면 버스를 타시고 올 때까지 바라보다가 터덜터덜 혼자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너무 마음 아프셨다고 하셨다.


기어이, 엄마가 밤비를 데리고 오려고 마음먹은 날, 밤비는 자신이 지내고 있던 한 동네 중국집으로 엄마를 데려가더란다. 그곳은 오래된 페인트가 덕지덕지 굳은 물통과 남은 음식들이 담겼던 것으로 보이는 밥통 등 개가 먹고 지내기에도 너무 열악한 환경이었던지라 엄마는 결국, 중국집의 주인을 찾아가셨다. 그때 밤비는 다리도 조금 절었고 어딘가 아픈지 상태도 안 좋았다고 한다.


그러자 남자 사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딴지를 걸더란다. 떠도는 개를 자기네가 보호해서 밥도 주고 물도 주고 키웠으니 그냥 보내줄 수는 없다고 했다. 누가 봐도 그곳은 그냥 밤비가 잠이나 잘 정도였지 소중하게 케어하고 기르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고 한다. 엄마는 그럼 엄마가 직접 동물병원에 가서 치료를 하고 올 테니 밤비의 외출을 허락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남자 사장은 대뜸 데리고 가려면 10만 원을 주고 가라고 했다고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엄마는 그렇게라도 해서 밤비를 데려오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그 순간, 중국집의 여자 사장, 남자의 아내분이 가게 뒷문으로 나왔단다. 상황을 들은 여자 사장은 갑자기 남자 사장을 꾸짖더니 만약, 엄마가 원한다면 밤비를 데리고 가 키우라고 하셨다. 듣자 하니, 어느 날, 밤비가 가게 뒷문으로 들어와 새벽이슬만 겨우 피하고 자길래 안에 들여놓은 거지 자기들이 기르는 개도 아니고, 보아하니 좋은 주인이 될 사람이 나타났으니 데리고 가라고 한 것이다.


그렇게 밤비는 버림받은 이후 처음으로 동물 병원에 갔다. 기생충은 물론 장도 탈이 나 있었고 무엇보다 다른 떠도는 개 무리와 다툼으로 온몸 여기저기 상처도 많았고 특히 아랫배 쪽은 물어 뜯겨 살이 찢길 정도로 크게 다쳤었다고 한다. 나중에 들어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밤비를 괴롭히던 유기견 무리가 어느 날 동네에서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지방의 동네에는 개장수가 한 번씩 와서 떠돌이 개들을 싹 쓸어 간다고 했는데 그때, 유기견 무리들이 개장수에게 모두 잡혀갔고 외톨이던 밤비는 다른 곳에 혼자 있다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그렇게 밤비는 2박 3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나중에 들어보니 엄마가 다시 데리러 오기까지 3일간 밤비는 아무것도 안 먹었다고 한다. 3일째 되는 날, 엄마를 다시 만난 밤비는 순식간에 엄마가 준 소시지를 꿀떡꿀떡 삼키고 사방팔방 날뛰며 엄마를 반겼고, 동물 병원 사람들은 이토록 식음을 전폐하고 주인을 기다린 강아지는 처음 본다며 웃었다고 한다.


밤비는 굉장히 똑똑한 아이였다. 우리 집에 온 첫날밤에 자려고 누운 내 방 문을 밀고 들어와, 나에게 오라고 고갯짓을 해 따라가니 베란다 문을 열어달라고 또 고갯짓을 하여 문을 열어주었더니 베란다 배수구로 가서 오줌을 누던 영리한 아이. 이외에도 너무 똑똑해 사람처럼 느껴지던 밤비와의 다양한 기억들은 지금도 머릿 속에 생생하다. 이후, 밤비는 약 6년간 우리에게 즐거운 추억을 안겨주고 떠났다.


밤비를 데리고 왔을 때 다섯 살쯤 되어 보였으니 우리와 함께한 6년까지 더해 열한 살 정도까지 살고 갔다고 추측한다. 부유한 집의 강아지에서 떠돌이 외톨이 생활을 하다 다시 우리 집으로 와서 6년을 더 살다 간, 밤비. 밤비의 생각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우리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행복했길, 음, 행복했으니 종종 내 꿈에 나타나 주는 것이라고 믿고있다.


이효리와 유기견,  특별한 인연



이효리네 집에는 개들이 많다. 그중 아무래도 가장 유명한 아이는 순심이다. 유기견에 아픈 아이였던 순심이를 입양한 그녀는 이후 그 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그날까지 많은 사랑을 주었다. 이렇듯 워낙 많은 개를 기르는 그녀가 유기견 봉사를 한다는 건 어렴풋이 듣기만 했지 강아지들을 해외로 입양하는 일까지 했다는 것은 몰랐다. 그렇게 이효리가 캐나다로 보냈던 아이들을 만나러 떠나는 것으로부터 캐나다 체크인은 시작된다.


지금도 많은 강아지들이 해외로 특히, 미국과 캐나다로 많이 입양되고 있다. 입양되는 강아지들은 대부분 다른 종끼리 교배되어 태어나 ‘잡종’으로 불리는 믹스견이다. ‘질서와 책임’이라는 인간 사회의 테두리에 따르면, 주인 없이 인간들의 거주지를 떠도는 유기견들은 인간에게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여 ‘제거’되게 마련이다. 즉, 유기견들은 주인을 찾지 못하면 얼마 안 가 죽음을 맞이한다는 말이다. 이들에게 의미 없는 죽음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버려지지 않거나, 입양되는 것’ 뿐이다.


사실, 이런 기만적인 잣대는 오직 인간이, 인간에 의한, 인간 만을 위한 이기적인 결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거리에 버려진 모든 유기견들을 데려가 키울 수 있는가’라며 묻는 다면, 현실은 그럴 순 없다. 유기묘와 늘어나는 길고양이들 그리고 캣맘으로 불리는 사람과 일반인들의 갈등도 이와 비슷하게 심각하면 심각했지 덜하지는 않다.


그저 이런 사태의 모든 원인은 책임감 없이 귀여움만으로 반려 동물을 데려갔다가 얼마 안 가 버리는 인간들, 인간들이다.


혈통, 품종, 인종, 그리고 생명  자체, 뭐가  중요할까



잠시 인간 세상의 입양에 대해서 살펴보자. 한국의 해외입양은 한국전쟁 이후 고아 구제를 위해 임시적으로 시행되었다. 하지만 해외 입양아 수는 한국이 전후로 안정을 찾고 경제적으로 큰 도약을 하던 70~80년대에 더 급속히 증가했다. 그리고 OECD 가입국인 지금도 한 해 수백 명씩 해외입양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입양을 원하는 국가는 역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많다. 슬픈 사실은 미국 사람들도 흑인 아동이나 미국 원주민 아동은 선호하지 않는 반면, 한국 아동은 국제 입양 시장에서 가장 선호되는 아동 중 하나라고한다. 그동안의 입양 데이터로 인해 한국에서 입양된 아동들이 비교적 건실하게 성장한 것도 이유 중 하나겠지만, 엘살바도르, 멕시코, 스리랑카 등 아동 납치나 밀매를 통해 유입되는 아동들과 달리, 한국 아동은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입양기관을 통해 안전하게 인수된 아동이기 때문에 더 선호한다고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미국 내 입양 부부의 인종 선호도이다. 미국 내 국내 입양은 공공기관에서 주도하다 보니 아동의 나이, 인종 등을 양부모가 선택할 수 없는 반면, 해외입양은 사적 중개기관에 의해 입양을 원하는 양부모가 선호하는 아동을 선택할 수 있다. 즉, 안전한 방법을 통해 공급되는 특정 인종이 인기 있다는 말이다.


흑인, 미국 원주민, 남미 그리고 동남아시아 아동에 비해 ‘한국 아동’을 선호하는 미국인은 또, 한국인에게 버려져 유기견이 된 ‘잡종’을 선호한다. 어떤 면에서는 종의 차별이 없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보이지 않는 종의 차별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아이러니한 현실은 이 또한 ‘질서와 책임’이라는 잣대에서 선택된 결과라는 점이다.


인기 있는 ‘ 살아남을 것인가



우리는 개인적인 취향으로, 타인의 시선으로, 불편을 피하기 위해, 혹은 자랑하기 위해 품종을 따지고, 혈통을 중시하고 인종을 구분한다. 우성이 있으면 열성이 있듯, 지배 종이 있으면 피지배 종이 존재하는 건 자연의 섭리이기도 하지만 인종이든 품종이든 그것이 생겨난 자연선택의 이유를 잊어선 안된다. 종이 생기고 다양한 아종과 종류가 발생하는 건 그래야만 더 건강하고 오래 살아남는 새로운 유전자의 조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다양성’이라고 부른다.


다양성 덕분에 종은 다채로워지고 생태계는 더 건강해진다. 혈통을 고집하기 위해 같은 피만 고집하다간 유전병을 피할 수 없고, 특정 인종의 특정 우수성에 집착하다 보면 인종 차별로 인한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특정 품종을 선호하고 잡종은 버려진다. 그렇게 많은 유기견들이 세상 밖으로 버려진다. 불필요한 설명 없이 인정받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잡종’보다는 말이 필요 없는 ‘혈통’을 선호한다. 질서에 위배되는 종과 많은 책임을 요구하는 종은 점점 사람들에게서 멀어진다.


과연, 누구를 위한 혈통일까. 나? 타인? 혹은 인스타그램?


버려진 종의 여행 그리고 얻은 새로운 


캐나다 체크인에는 유기견과 관련된 많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최초에 유기견을 구조한 구조자, 구조한 유기견들을 입양 전까지 보호하는 임시 보호자 그리고 해외입양이 확정된 유기견들의 이동을 도와주는 이동 봉사자 등등.


‘한 사람’에게 버려진 ‘잡종’은 어느새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역할’ 덕분에 새로운 보금자리로 찾아가 새 삶을 얻는다. 한 곳에서 소외받은 잡종은 다른 곳에서는 환대를 받는다. 작고 약한 생명체로 태어나 강건한 몸으로 성장하기까지 참으로 수많은 난관을 헤쳐나가야 하는 것이 마치, 차별받는 종의 인간을 닮았다. ‘잡종’ 덕분에 다양한 종류의 역할과 선한 영향력이 생겼다.



그렇게 이효리는 수년 전 떠나보낸 유기견들을 만나러 캐나다로 떠났다. 강아지 시절, 겨우 며칠에서 한두 달을 함께 보냈을 뿐인데, 이 아이들은 자신을 임시 보호한 사람들을 알아보며 꼬리 치며 달려든다. 그들의 환대에 사람들은 또다시 치유받고 다시 또 다른 상처 입은 영혼들에게 새로운 사랑을 퍼다 줄 에너지를 얻는다. ‘잡종’ 덕분에 사랑의 종류는 더 다양해졌다. 이런게 바로 ‘먼저 도움’의 선순환이 아닐까.


우리 모두는 지구상에 태어난 이상, '보호받을 권리와 보호할 책임'을 지고 있다. 이는 인간의 질서나 법적인 테두리를 넘어선다. 길가에 흔히 자라난 잡초도 들판을 어지러이 날아다니는 풀벌레도 모든 생명에는 저마다 탄생한 이유와 살아갈 권리가 있다.


우리는 모든 사람과 동식물을 보호할 수는 없다. 제아무리 뛰어난 권력가라도 영향력의 범위는 제한적이다. 그저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생명이 있다면, 딱 자신의 능력 내에서라도 도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다. 과거, 누군가 자신에게 내밀었던 손을 잡아본 경험이 있다면, 이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한 어떤 생명에게 손을 내밀어보자. 당신의 손 덕분에 그 생명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당신은 당신의 역할을 충분히 다했다.




[이미지 출처]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2111207213987935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0308075&memberNo=15305315&vType=VERTICAL

https://www.starnewskorea.com/stview.php?no=2022121718393695190


[내용 참고]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168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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