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나비의 감성에, 그대에게 보내는 서간
잔나비 두 번째 소곡집
빨래를 개다 그 시절이 떠올랐다. 고백하지 못한 채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던 성당 누나의 환히 웃던 옆모습. 비록 나를 향한 웃음은 아니었지만 그 웃음으로 다시 얼굴을 마주할지도 모를 다음 주를 기약하며 한 주를 설레며 지새던 그 때.
설거지를 하다 그날이 떠올랐다.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은 친구 때문에 마시지도 못하는 술 두어 잔에 취해 길바닥에 나앉아 상심한 마음으로 밤새 별이나 새던 이십 대 초반 극 청춘의 일기 한 장.
그래서 ‘초록을 거머쥔 우리’가 다시 일상과 전투하며 공격받고 상처받을 때 한 번씩 그 기억들을 꺼내 삶의 전술에 압도되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