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언저리까지 상처 받은 가슴을 녹이는 감성 사냥꾼들
‘모난 돌은 어느 방향으로든 뻗어나갈 수 있지만 정 맞은 돌은 그 모양 안에 갇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예외적인 사항은 차치하고, 그저 현악기의 힘 빠진 병약미로 감성의 현을 튕겨 아스라진 가슴을 눈물짓게 하는 인트로와, 무심하게 긁은 목소리의 한 구절 음률만으로도 지독한 고독함의 공감을 잡아끌어내 냅다 매쳐 한쪽 가슴 시리게 맺혀있던 지난 추억들을 가을볕에 툭-하고 (마치 고추라도 말리듯이) 늘어놓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가수들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것도 이 시대에 드물게 롱런 중인 두 남자가수, 장범준과 잔나비에 대해서 말이다.
보통 남자들의 희망사항을 대신 읊어줌, 찌질한 용기, 그런데 알고 보면 나쁘지 않은 외모, 자신은 없지만 자신감은 넘치는(?) 우리네 보통 남자들의 근거 없는 자신감을 대변함.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 이 속담은 정확히 장범준의 노래를 위해 우리 선조들이 구전해준게 아닌가 싶다.
소심하지만 속은 굉장히 깊고 그 누구도 감히 예측할 수 없는 거대한 바다 같은 마음을 가진 평범한 남자아이. 쉽게 상처 받지만 쉽게 상처주지는 않는, 그래서 세상이, 좋아하는 마음이 더 버거운 아이. 누군가는 화낼 법하고, 누군가는 짜증내고, 그래서 다툴법한 상황에도 마치 득도한 구루(guru)처럼, 세대를 초월하는 현인과 같은 한마디를 남기는 아이.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의 현실 고증형 가수가 아닐까 싶다.
-싱글: 잠이 오질 않네요
-멜로가 체질 OST: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 향이 느껴진 거야
-장범준 3집: 노래방에서, 당신과는 천천히
-버스커버스커 1집: 벚꽃 엔딩, 꽃송이가, 여수 밤바다
-ELLE Korea: 사라진 모든 것들에게
-잔나비 소곡집 I: 가을밤에 든 생각, 그 밤 그 밤
-전설: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꿈과 책과 힘과 벽
-Monkey Hotel: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싱글, OST: 처음 만날 때처럼, SHE, 나는 볼 수 없던 이야기
남자의, 남자에 의한, 남자’만’을 위한 감성 울림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둘의 미래는 더 강력하게 롱런할 것으로 보인다. 아니, 꼭 그래 주길 바란다.
사회인이 되었든 아니든, 사랑에 빠졌든 아니든, 삶의 언저리에 있든 아니든, 우리는 상처 받고 싸우며 서글프다. 이런 혼란한 가슴에는 항상 극약처방이 필요하다. 나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극약이 아닌 ‘화와 슬픔과 아픔’으로 들끓는 보통 사람들의 곪아 터진 감성을 끄집어내 녹여 처치하고, 다시 건강한 감정으로 온 정신과 몸을 가득 채우는 감성 테라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