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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ney Kim Sep 04. 2020

코로나, BTS 그리고 다이너마이트

전 세계인의 지친 마음을 위한 감성 백신


인간의 삶은 원래 고달프니까


코로나 블루, 사실, 이는 단순히 코로나 때문은 아니었다. 자연재해, 전염병, 테러, 체제 변혁 전쟁 등 국가적, 세계적인 큰 재난 상황이 아니더라도 인간의 삶은 충분히 고달프다.


예컨데, 인류 역사상 최대의 호황기였던 80~90년대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들은, 부모님 세대는 결코 완전히 이해하기 힘든 취업난과 실업난을 겪었고(현재는 Z세대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후에는 상명하복 거부, 워라벨, 사생활 중요성 증대 등 이전 세대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문화로 인한 기성세대와의 갈등으로 고달픈 삶을 살고 있다.


그렇다면 기성세대와 기성세대들의 부모님은 또 어땠나. 그들 역시, 6.25라는 전쟁을 이겨냈고, 산업의 근대화, 현대화에 이바지하며 개개인의 삶을 포기한 체 '전체(국가)'를 위해 청춘을 바친 세대다. 게다가 밀레니얼 세대의 부모님 세대로 분류되는 현재 60대 이상은 IMF라는 희대의 경제적 국난 역시 온몸으로 받아냈다.



즉, 코로나가 아니어도 이미 너무 힘든 삶이다.


그런데 올해 초, 정확히는 작년 말 중국에서부터 시작된 코로나는 전 세계적인 1차 대유행을 거쳐 조금 잠잠해질 틈도 없이 이미 2차 대유행이 시작되었다. 이로 인해 유치원, 초중고등 및 대학교의 원격 수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도 재택 업무에 돌입하며 이에 맞섰고, 카페는 테이크아웃 전용 영업으로 업무를 전환하며 테이블을 모두 치웠으며, 식당에서도 띄어앉기가 시작된 지 오래다. 공공시설, 대중교통 및 길거리를 다닐 때 마스크는 필수며, 이로 인해 시비가 엇갈리며 폭언 및 폭행이 일어나는 등 사회적인 문제 또한 야기되고 있다.


세계적, 국가적으로 아무런 일이 없어도 가뜩이나 버거운 '개인의 삶'인데 거기에 코로나를 필두로 몇 중의 고난이 마치 밀푀유처럼 쌓여 우리를 짓누른다. 때론, 이렇게 쌓인 스트레스와 걱정들을 밀푀유 마냥 한입 베어 물고 마구 씹어 삼킬 수만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 삶의 모습이다.


Shining through the city with a little funk and soul
So I'mma light it up like dynamite, woah


어? 그런데 예정에도 없던 그들이 갑자기 깜짝 컴백을 했다.

우리 삶에 코로나 블루까지 더해져 긴장과 고통으로 점철된 우리의 일상을 번쩍이는 다이너마이트처럼 상쾌하고 경쾌하게 밝혀준 'Dynamite'를 들고.


디스코, 그 짜릿한 선택



디스코를 모를 사람이 있을까? 무스로 올린 올빽 머리와 길쭉한 칼라를 뽐내는 화려한 셔츠 그리고 나팔바지와 뾰족구두로 마무리되는 패션으로 상징되는 디스코는 전 세계 여러 유명한 가수들이 꼭 한 곡 이상은 히트곡으로 가지고 있는 굉장히 대중적인 음악 장르 중 하나다.


오늘날, 여전히 거의 모든 국가의 문화를 장악하고 리드하는 미국의 대중문화, 그중에서도 음악은 상당 부분 흑인 문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소울, 리듬 앤 블루스, 락큰롤, 펑크(funk)에서부터 힙합에 이르기까지 흑인 음악의 전 세계적인 영향력은 굉장하다. 그리고 펑크 뮤직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디스코는 77년 '토요일 밤의 열기'라는 영화에서 처음 소개되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즉, 전 세계 지구인들의 가장 호황기인 80~90년대의 문을 화려하게 열어젖힌, 누구나 즐기는 장르인 것이다.


디스코라는 장르는 BTS가(혹은 작곡가가) 의도했든 아니든, 이 시기에 모든 사람을 위해 택할 수 있는 가장 영리한 선택이었다. 게다가 BTS는 디스코라는 레트로 한 장르를 뉴트로 감성으로 풀며, 그들의 안무 또한 완전한 새로운 것보다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 눈에 익은 '아, 저 춤, 나 알아!'와 같은 내용으로 구성했다. 그중에서도 누가 보더라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동작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영원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그리고 영원한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의 안무다.



잭슨의 빌리진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BTS의 경쾌한 발차기 춤에서 짜릿한 반가움을 느꼈을 테다. 물론, 엘비스의 머리를 빗어 넘기는 동작도 마찬가지다. 이 동작들은 서구권, 특히, 북미권의 전세대를 아울러 공감할 수 있는 댄스 오마주로 이미 톡톡히 그 효과를 보고 있다. 이는 BTS 다이너마이트의 해외 리액션 영상을 조금이라도 봤다면 단번에 눈치챌 수 있는데, 북미인들의 정신문화를 지배하고 있는 마이클 잭슨과 엘비스 프레슬리의 시그니처 안무를 맛깔스럽고 유쾌하게 재현한 BTS 다이너마이트의 안무를 보면서 반가움과 동시에 '기분 좋은 정신 승리'를 누리며 환희에 찬 리액션을 보면 우리의 마음 마저 흐뭇해진다.


따라서, BTS의 다이너마이트는 기성세대의 추억과 향수를 이끌어내 흥겨운 공감을 얻는 동시에, 젊은 세대에 새로움과 신선함을 아주 적절히 잘 버무린 '이미 1등을 예약한 싱글'이었을 수밖에 없다.


다이너마이트, 인류의 일상을 달래다


그럼 BTS의 글로벌 대히트 송의 주인공인 '다이너마이트' 노래를 어보지않을 수 없다. 그런데 가사에 대한 분석이나 상징성을 해석한 이들은 너무나도 많으니,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겠다.


먼저, 전체 가사를 한 번 다 읽어보자. 가사를 다 읽고 나면 아마도 약간 미묘한 기분이 들 것이다. 분명히, 발랄한 가사 덕분에 상쾌한 기분이 들었는데, 동시에 어쩌면 조금은 슬픈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코로나로 외부 활동이 제한된 지 반년이 훨씬 넘은 시점의 관점에서 보면, 다이너마이트의 가사는 너무나도 평화롭고, 흥겹고, 희망에 찬 젊은 이들의 그저 단순한 일상의 흐름, 즉, 코로나 이전에는 '단순한 일상'이었던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온몸으로 느끼게해주고, 불과 작년이었던 '그 시절, 지극히 평범했던 일상'에 대한 향수 속으로 나를 던져놓기 때문이다.



(마스크 없이) 아침에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하고, 마치 르브론처럼 원하는 것을 해내며, 친구들을 불러 다 같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그래, 난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 (아마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난 어쩌면 우주에서 가장 빛나는 별 같은 존재일지도 몰라')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고민'은 자기들에게 맡기고 그저 신나게 놀라고.


BTS는 다이너마이트로, 마이클 잭슨의 'Heal the world'나 'You're not alone' 그리고 존 레넌의 'Imagine'처럼 적극적으로 지구인들의 문제를 타계하려 들거나 구체적인 조언을 제시하지 않았다. (물론, 그들의 노래는 너무 훌륭하다!) 대신 그들은 코로나 이전의 일상, 즉, 코로나 이전이었다면 그저 '어느 젊은 아이들의 평범한 일상'을 그린 노래를 통해 '우리의 평범했던 삶'을 보석처럼 반짝이는 시간들로 만들어줬다. 이 고통스러운 코로나 시대, 현 인류가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대재앙으로 인해 일상을 잃어버린 시각에서 이를 그려 보면 너무 그립고, 아쉽고, 간절히 원하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래서일까, 가사 속, 그들의 평범한 다짐과 외침이 조금은 서글프게 , 하지만 너무 감사하게 가슴을 후벼판다.


다이너마이트는, 단순한 K팝 가요와 북미 문화의 답습이 아니라 전 세계인 누구나 알고, 거부감이 없는 디스코라는 음악 장르의 리바이벌을 통해 '인류의 대재앙'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엄청난 에너지를 줬다. 음악이 코로나 백신이 될 수는 없겠지만, 코로나로 깊은 상처를 입은 인류의 가슴을 달래는 치료제임은 분명하다.


코로나 그리고 우리의 갈 길



드디어 빌보드 핫 100에서 1위를 차지한 BTS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한  다이너마이트의 메시지와 상징성은 간단하다. 비록 힘든 일상이지만 BTS 팬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 모두 디스코의 경쾌한 선율에 잠시 몸을 맡겨 펑크 리듬과 소울에 마음을 달래고 다시 일상을 이겨내며 살아가길 바라는 아티스트의 마음이 녹아있는 노래다.


코로나로 개인 간, 집단 간, 지역 간, 직업 간, 산업 간의 불신은 물론, 질병을 관리하고 국민의 안전을 도모해야 하는 국가와 국민의 반목, 마스크 하나로 폭언과 폭력이 오갈 수 있는 불안한 일상으로 등에 업고 살아가야 하는 이 시대에 공인들이나 예술가들 조차 쉬이, 그리고 널리 대중을 달랠 수 없는 시기에 BTS가 선물한 '다이너마이트'는 적어도 노래가 재생되는 3~4분 남짓한 순간만큼은 시대의 걱정이자 큰 불안 요소인 '코로나'를 잊게 만들어줬다.


그렇다고 현실이 변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우리의 마음 가짐은 변했다. 이 노래의 효과가 1주일이든, 한 달이든, 그동안은 '코로나 블루'에 아랑곳 않고 힘을 내며 살아갈 에너지를 얻었다는 것, 그럼 된 거 아닐까? 그 힘으로 공부든, 일이든 활력 넘치는 동기부여가 되었다면 아마, BTS도 이에 정말 감사할 것이다.


자, 그럼 한 동안은 '다이너마이트'의 눈부신 빛에 물들어보자. 바이러스는 뜨거운 열기를 제일 싫어하니까.




[이미지 출처]

https://unsplash.com/s/photos/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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