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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ney Kim Oct 09. 2021

아이유 연대기10: Minor State of Mind

우리 모두는 마이너니까



유난히 긴 밤을 걷는 널 위해


그녀의 노래를 듣다 보면 어느새 가사에 심취한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는 슬픈 사랑의 노래이기도, 시절의 감성에 호소하기도, 어린 시절 순수한 기쁨에 잠시 그때가 그리워져서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노래가 마이너의 감성을 유난히 도드라지게 잘 그려내서이기도 하다.


‘구부정하게 커버린 골칫거리 outsider’
‘걸음걸이, 옷차림, 이어폰 너무 play list 음악까지 다 minor’

-아이유 ‘Celebrity’ 중



어떤 이는 폭풍처럼 몰아치는 감정의 격변을 겪는 사춘기에 스스로를 세상에 하나뿐인 외로운 존재 또는 정의로운 존재로 인식하여 자신의 감정을 지독하게 깊은 심연의 골방에 가둔 채 스스로의 정체성을 조금씩 그려나가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먹을 만큼 먹은 나이에도 거친 현실과 멀어져 가는 인간관계들에 지쳐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그 안에서 휴식하고 에너지를 얻는다.


마이너들의 산물이라고 여겨졌던 이런 감정과 행위는 사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성장하며, 사회 속에서 부딪히며 치러온 루틴이었다. 마이너의 것으로만 치부했던 거센 반항, 거친 목소리, 그리고 독특한 시각 역시 알고 보니 우리 모두가 자연스럽게 취하고 넘겨주며 지나온 인류의 발자취였던 것이다.


마이너, 그 엄청난 에너지


사람은 홀로 혹은 쌍둥이로 태어난다. 하나든 둘이든 적은 수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우리는 마이너에 속한 채 태어난다. 여기서 마이너는 열등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저 물리적으로 ‘적을 뿐’이다. 그런 아이가 자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생겼다. 취향의 탄생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망이 타인에게 닿는다. 이를 거부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 안에서 나와 같은 관심을 가진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전쟁 중 고립된 군인이 아군이라도 만난 듯 반갑다. 그렇게 자신의 아군이 하나둘 늘다 보면 어느새 수백, 수천 명이 되어있다. 그렇게 팬덤이 탄생한다.


그런데 제아무리 큰 팬덤이라도 특정 스타를 좋아하는 특정인들의 모임이라는 점에서 마이너다. 대중문화라는 측면에서 특정 스타는 스타들 중 하나일 뿐이고 대중의 관심은 여기저기 얽혀있으며 하나에 오래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마이너이기에 끊임없이 존재하고 꿈틀대며 진화한다. 메이저가 되면 모든 것을 이뤄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지만, 그렇기에 오직 마이너만이 누릴 수 있는 감정들이 있다.


성장에 대한 분명한 꿈, 열정과 혈기라는 순수한 원료로 살아간다는 자부심, 현실과 타협한 재미없고, 불합리한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


이렇듯 마이너에는 언제라도 강력하게 터질 수 있는 거대한 에너지가 응축되어있다.



사실, 마이너에게는 가능성의 에너지뿐만 아니라 여러 무기가 있다.


세상이 나를 삐딱하게 보면 나도 세상을 삐딱하게 보겠다는 당돌함, 경제적인 이득이나 물질적인 결과만 추구하지 않고 좀 더 정신적인 안정과 평안함을 추구하겠다는 뚜렷한 목적성, 그리고 무엇보다 대가를 바라거나 이익을 취하거나 답변을 바라지 않고 그저 자신이 ‘이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 나를 드러낼 수 있고’,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누군가의 하루나 한 시간이 즐거움이나 기쁨으로 가득 찰 수 있다면 기꺼이 이를 행할 수 있는 ‘순수한 의도’가 바로 그것이다.


순수해서 강한, Minor State of Mind


많은 사람들이 사춘기에 짝사랑을 경험한다. 스스로가 세상 속 유일한 현자이거나, 정의의 용사이거나, 가련한 주인공일지도 모른다고 여기는 삶의 ‘제1 마이너’ 시기에, 이뤄지기 힘든, 아니 어쩌면 이뤄지지 않아도 되는 절반의 사랑을 경험하며,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과, 이를 위해 자신의 일부 또는 모든 것을 바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감정 (또는 착각)을 체험한다. 그리고 성인이 된 그들은 그 (마이너) 시절의 자신을 애틋해하고 그리워한다. 사회에서 직장에서 부단히 메이저가 되려고 애쓰는 지금보다 순수하게 자신의 열정을 불태울 수 있던 ‘감정의 장애’가 없던 마이너 시절이 가장 순수하고 정의로웠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왜 자그마한 구석에 아스라한 채광이 들이치는 다락방과 골방을 좋아하고 그 안에서 아늑함을 느낄까? 왜 이불속이 안전하고 이불 밖은 위험할까? 왜 힘들수록 집이 그립고, 가족이 그리울까? 집과 가족은 사회 구조 속에서 가장 작은 단체이고 제일 마이너 한 집단이지 않나?


아이와 나의 바다’에서 아이유 역시, 토록 거대한 성공을 거둔 자신도 여전히 이루지 못한 자신의 과거(마이너 시절의 그녀)와의 화해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린 날 내 맘엔 영원히 가물지 않는 바다가 있었지 /
물결을 거슬러 나 돌아가 내 안의 바다가 태어난 곳으로 /
휩쓸려 길을 잃어도 자유로와 /
두 번 다시 날 모른 척하지 않아


이는 모든 걸 이룬 지금보다 더 많은 감성과 가능성을 가진 ‘마이너 시절의 자신’에 대한 향수이자, 그 시절, 갈망하던 것과 조금은 다른 ‘메이저’가 되어버린 것에 자책하고 반성하며 다시 ‘마이너’의 시절로 잠시 거슬러 올라가 무한의 가능성이 샘솟아 넘치는 과거, ‘자신의 바다’에 머리까지 온몸을 푹 담가 잠시 동안이라도 쉬고 싶다는 마음의 소리가 아니었을까.


에필로그, 다시, 마이너로의 여정


시대를 풍미한 슈퍼스타와 빅 팬덤도 결국 시대의 노을과 함께 진다. 그토록 불타오르던 그 시절의 영향력은 메이저에서 다시 마이너가 된다. 결국, 마이너는 시작과 끝을 의미한다. 무명으로 시작한 한 마이너 가수가 메이저 스타가 되어 수천 만의 팬을 이끌어도, 새로운 시대의 마이너 스타가 메이저가 되면 그 자리를 물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에필로그’에서 아이유는 미리 그 마지막의 언저리에 잠시 다녀온듯하다. 잠시 자신과 함께 메이저로써 머물렀던 시간이 ‘기뻤는지, 좋았었는지, 또 여전히 위로가 되는지 ‘묻는 아이유의 목소리에서 잔잔한 떨림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는 언젠가 돌아갈 ‘마이너’에 대한 두려움의 떨림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노래를 선택하고 사랑하며 마이너의 길’을 선택해준 수많은 마이너들에 대한 감사함과 따뜻한 애정이 묻어있다. 마치, ‘우리는 처음부터 같은 마이너였고, 잠시 소풍을 떠난 뒤 다시 그 길로 돌아왔으니 지난 화려한 시간들을, 이제 조그만 햇살이 들이치는 다락방에서 함께 곱씹으며 나이 들어가면 어떨까’라고 부탁이라도 하듯이.


인생은 마이너로 시작해서 마이너의 영역으로 다시 돌아가는 여정이다. 감사하게도 우리에겐 그 여정에 ‘아이유’가 있고, 아이유에겐 ‘우리’가 있다. 소외받고 홀대받는 마이너 판에서 정말 소중한 인연이다.


그리고.. 여전히 메이저이지만 앞으로도 오랜 기간 동안 ‘마이너’들의 감성을 달래줄 그녀를 바라며, ‘그녀의 멋쩍은 모든 질문들’에 ‘그렇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미지 출처]

https://blog.naver.com/jty001002/222406349766

https://blog.naver.com/8bodies/222245509062

https://vibe.naver.com/video/273971

https://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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