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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ney Kim Dec 02. 2017

onthespot_01_디자인스펙트럼

디자이너들을 위한 정기 세미나

내가 나중에 리더가 되면 지금 네가 하는
실수들을 나는 하지 않을텐데..

그런데, 정말 그럴까?


날짜: 2017년 6월 24일 토요일
장소: 강남역 메리츠타워 네이버D2 16층
주제: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한 디자이너의 시선: 주니어, 시니어 그리고 팀 리더에 대한 이야기'
참석자수: 디자이너 100여명

디자이너 참석자들을 응대중인 디자인스펙트럼 팀원들

토요일 늦은 오후. 추적추적 비 마저 내리자 내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그리고 도착한 네이버 D2 16층.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도 생각보다 많이 어린 친구들이 이미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고 곧 저 이름표도 모두 동이났다.

디자이너들의 온오프라인 커뮤니티인 디자인스펙트럼이 매달 주최하는 현역 디자이너들의 모임이자 세미나인데 오늘의 주제는 회사내 디자인팀에서의 주니어, 시니어 그리고 팀리더에 대한 이야기였다. 네이버, 카카오 그리고 쿠팡에서 온 현역 디자인팀 리더들의 살아있는 생생한 사례와 조언들에 100여명의 젊은 디자이너들은 단 한 명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3시간 동안 꽉꽉 채워 세미나의 액기스들을 한 방울도 빠짐없이 얻어갔다.

오늘의 연사자들. 훌륭한 사례와 조언으로 3시간을 꽉꽉 채워주었다.

현역. 현재 여러 직장에서 자신의 포지션을 지키며 일을 하는 직장인들. 특히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아직 '퇴사'와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오늘의 연사로 나온 네이버의 송병용님, 카카오의 하경제님, 그리고 쿠팡의 이민정님, 이들 중 두 분은 퇴사를 경험했거나 스타트업에서 근무를 했었지만 다시 현역으로 돌아왔다.


퇴사이후의 삶이라는 프로젝트가 직장인들의 퇴사이후의 삶에 대해 조명을 하고 있지만 사실, 퇴사를 결심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하는 큰 요인 중 하나가 '사람'에 의한 이유인 만큼 현역들로 가득찬 오늘 이 자리와 팀, 주니어 & 시니어 그리고 팀리더에 대한 주제는 퇴사이전 또는 퇴사를 결심하기전 '사람들'이 현역들에게 미치는 환경적인 요인에 대해서 힌트를 얻어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디자이너는 아니기에 디자이너인 그들의 삶과 근무환경을 듣는 건 나에게 생경하면서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빠르게 진급하여 '관리자'의 역할을 하고 싶어하는 반면 디자이너들은 팀리더가 되는 것에 대해 그리 달갑게 여기지않는 눈치였다.

곧 시작될 세미나. 많은 디자이너들이 선배 디자이너들의 팁을 기다리고 있다.

아무래도 디자이너라는 포지션이 예술적인 기질을 기술적인 표현방법을 통해 자신의 실력과 위치를 알리는 직업이다보니 기술보다는 관리에 가까운 리더의 역할에 대해 '자기 고유의 감각과 스킬을 점점 잃어가며 덩달아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약해지면서 필드(시장)에서 자신만의 색깔과 영향력이 사라지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 만큼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예술적인 영역이나 감각에 대해 확고한 자신감이 있었고 그것을 잃는 순간 자기가 사라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도 시키면 뭐든지 해야하는 주니어 시절부터 눈치없는 주니어들도 거둬들이며 '뭔가 대중의 기억에 남을 만한 커리어'도 만들고 싶은 시니어 시절 그리고 이런 주니어와 시니어들이 모여있는 팀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하는 팀리더까지 해야하는 것이다. 그것도 싫다면 퇴사하고 이직하거나 창업을 하거나 프리랜서가 되어야 할테니 말이다.

네이버 송병용님의 발표. 꽤나 깊이있는 사례에 많은 사람들이 집중 했다.

서로 알뜰히, 속속들이 챙기는 가족같은 팀?
일 이 외에는 사소한 이야기도 나누지않는 남같은 팀?

잦은 개인사로 매번 칼퇴근을 하는 주니어와 그걸 받아들이고 매일 야근을 하는 팀리더부터 팀원의 사소한 개인사정까지 보듬어주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아 속상한 팀리더까지 다양한 리더들의 사정과 디자인과는 관계없는 모든 잡일을 마다않고 해야하는 주니어부터 회사일과 디자인과 관련된 외부행사까지 모두 챙기며 성장하고 싶은 주니어까지.


디자이너로서의 나, 잘 성장하고 있는 걸까?

디자이너들의 세계에도 서로 보이지않는 눈치, 욕심, 질투와 같은 경계의 감정 부터 관심, 배려, 존경 등 따뜻한 감정 까지 다양한 감정선들이 얽히고 설켜 그 안에서 히트작도 나오고 유명인사가 배출되기도 하며 성공한 CEO가 나오기도 했다.

세미나가 디자이너들의 팀과 역할에 대해 고민하며 서로의 사례와 조언을 통해 각자 자신의 회사에서 자신의 포지션을 유지하며 서로와 잘 지낼 수 있는 방법들을 찾을 때 나는 아직은 멀었을 그들의 퇴사와 퇴사이전의 삶과 향후 맞이할지도 모를 미래의 상황(퇴사와 퇴사이후)에 대해 잠시 생각해봤다.


열심히 강연중인 쿠팡의 이민정님.

앞서 이야기했듯이 오늘의 연사자들 중 두 명이 이미 퇴사를 경험했고 스타트업에서 일을 했으며 다시 본래의 직장과 대기업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창업이나 프리랜서를 택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만큼 자신들의 연봉을 포기하는 것도 쉽지않았을 것이고 불안전한 직업이나 상황에 자신을 던져 놓고 어떻게 될지를 기다려볼 만큼 여유있는 상황(미혼이 아니기에)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오늘의 세미나는 나름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참석자 대부분이 아직은 어린 주니어들로 보였고 그들에겐 당장 다음주 월요일에 출근하는 사무실이 현실이었고 책상이 현장이며 시니어의 한 마디가 그 한 주를 결정하는 열쇠와 같을 것이기 때문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기를 갈고 닦을 수 밖에 없다.

나는 올바른 퇴사와 퇴사이후의 삶은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맞닥뜨리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선택하고 어떻게 공부하며 또 다시 어떻게 대처하는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현실을 어떻게든 이겨내보려고 이 자리에 참석한 디자이너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토요일 오후, 집에서 뒹굴거리거나 친구나 연인을 만나거나 개인활동을 할 수 도 있을테지만(이런 것 들이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다!) 이들에겐 현재 직장에서의 원만할 생활이나 디자이너로서 성장할 자신들을 위한 자양분에 투자하는 이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리고 난 자신의 커리어나 직무에 관심을 가지고 성장하려고 하는 사람일수록 현명한 퇴사를 하고 퇴사이후의 삶을 더 잘 준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어느 덧, 3시간이 지났다. 연사자들과의 Q&A시간이 끝났고 디자인스펙트럼 김지홍 대표의 마지막 인사로 100여명의 사람들은 저마다 인사를 나누고 다시 밖으로 집으로 흩어졌다.


직장생활. 멀고 먼 항해다. 그리고 언젠간 퇴사를 통해 이직이나 독립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오늘 많은 것들을 배운 디자이너 주니어들. 그들은 과연 다음주 월요일을 어떻게 맞이할까?

삶의 하루하루는 드라마틱하게 변하진않지만 시간이 흘러 드라마틱한 변화와 성장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변화하려 노력하며 산 사람들이란 점을 잊지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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