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억만장자의 죽음 12화

프로젝트 리벤지 시작

by Rooney Kim


“정민아! 미안하다.. 아빠가 미안했어..”

정민은 자신을 얼싸안고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도무지 어떤 말을,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어. 아빠가 친구의 사업에 큰돈을 투자하는 바람에 집안이 풍비박산 났지만 사실, 정민은 아빠를 크게 원망한 적은 없었거든. 아빠 친구에게 사기를 당하기 전까지 아빠는 단 한 번도 큰 실수를 한 적이 없었거니와 가족들과 함께 20여 년이 넘도록 살면서 성실하게 직장 생활을 하셨고 덕분에 가족들이 따뜻한 집에서 맛있는 밥을 먹으며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셨기 때문이야.

“아빠가 왜요.. 전 괜찮아요. 저 대신 누나랑 정환이 잘 챙겨주세요.”

“그래.. 정민아 고맙다. 그래도 이렇게 꿈에서라도 만나니 좋구나..”

정민은 아빠와 간단하게 안부를 물은 후 아빠를 꼬옥 한 번 안아주었어. 자신의 생전에는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행동이었는데 막상 죽고 나니 그게 그렇게나 후회되었던 거야. 비록 꿈속이고 자신은 영혼의 상태였지만 아빠의 온기가 느껴졌어. 항상 크게 느껴졌던 아빠의 몸집이 생각보다 작게 느껴져서 조금은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지. 정민은 이런저런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지던 찰나 정도령의 말이 생각났고, 시간이 없었던 정민은 얼른 정신을 차렸지.

“아빠, 혹시 철민 아저씨가 어디에 사는지 아세요?”

“응.. 철민이? 왜..?”

아빠는 갑작스러운 정민의 질문에 궁금해 물었지만, 정민이도 철민 아저씨를 찾아야 하는 이유는 알지 못했어. 그냥 정도령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니까 말이야. 그래서 정민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갑자기 멍한 얼굴을 하고 말았지.

그때였어. 갑자기 아빠의 모습에 물결 같은 잔상이 일더니 점점 그 잔상이 커지기 시작했어. 정민은 이제 이런 이상 현상에 익숙해져서인지 잔상 뒤로 사라지는 아빠의 모습이 아쉬울 뿐 놀라진 않았어. 아빠는 커다란 물결 뒤로 점점 사라지는 정민을 향해 뭐라고 소리치고 있었지만 정민은 더 이상 들을 수 없었지. 왜냐하면 정민은 이제 철민이 아저씨의 꿈속으로 들어갔거든.

‘철민이 아저씨야.’

철민 아저씨는 아주 오래전에 이혼하고 딸과 함께 산지 오래였어. 철민 아저씨의 딸은 정민이와 동갑이었는데 사실, 정민이도 초등학생 때 가족 간 모임에서 본 것 말고는 본 적이 없어서 누군지도 잘 몰랐어. 꿈속의 아저씨는 깊은 밤 들판을 걷고 있는 중이었어. 그리고 아저씨 앞으로 아주 오래된 주택들이 보였는데 마치 달동네에서 볼 법한 낡은 주택들이었어지.

“아저씨!”

정민이 아저씨를 부르자 주택으로 향하던 철민 아저씨가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어. 그리고 동그랗게 놀란 눈을 하고는 정민이에게 달려왔지.

“정민아! 너, 정민이 맞지? 어떻게 아직 여기에 있는 거야?”

철민 아저씨가 정민이를 향해 오는 동안 정민이의 귓속으로 정도령의 한마디가 흘러들어왔어.

‘철민 아저씨에게 재개발 지역인 청류동 지역의 오래된 주택들을 알아보라고 하세요. 그분은 부동산 투자가 본업이 분이시니 분명 관심이 있을 거예요. 돈 걱정은 말라고 하시고요.’

‘네? 땅.. 이요?’

곧 철민 아저씨가 정민이 곁으로 다가왔고 정민이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정도령이 시킨 대로 이 한마디를 내뱉었어.

“아저씨, 제가 지금 좀 바빠서요. 청류동 알죠? 달동네랑 오래된 주택 많은 곳이요. 거기에 괜찮은 집들을 좀 알아봐 주세요. 돈 걱정은 말고요.”

철민 아저씨는 다짜고짜 부동산 얘기를 하는 정민을 보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보였지.

‘아저씨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해요.’

정민이 철민 아저씨의 표정에 말을 잇지 못하고 있자 정도령이 또 한 마디를 거들어줬어.

“아저씨 도움이 필요해요. 내일 저희 아빠한테 연락해주세요.”


“응, 정선아, 이번 주말에도 집에 온다고? 웬일이야, 우리 딸 요즘 자주 와. 집에 오면 엄마가 특식 만들어줘야겠네. 아니면, 오랜만에 가족끼리 외식을 해도 좋고~”

정민이 누나인 정선은 엄마와 통화를 마친 후 왠지 마음이 더 무거워졌어. 차마 그 얘기를 전화 상으로 할 순 없었던 거야. 집을 나와 자취를 시작한 지 어느덧 7년이 다 되어가는 정선이는 2년 전 현재 살고 있는 전셋집인 신축 빌라로 이사를 했어. 투룸에 넓은 거실 그리고 드레스룸까지 딸린 집인데 전세금이 2억밖에 하지 않아서 그동안 모아둔 돈과 대출을 받아 입주했던 거야. 하지만 문제는 전세 만기가 다 되어가면서 발생했어. 만기를 앞두고 정선이가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도무지 전화를 안 받는 거였지. 급기야 2주 전부터는 전화기가 꺼져있기 시작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호실의 이웃에게 물어봤는데 다른 사람들도 연락이 안 되는 건 마찬가지였던 거야. 그때 정선이의 머릿속에는 딱 한 가지 생각만 떠올랐어.

‘이거.. 전세 사기 아냐?’

이후 정선이는 전세 사기, 이중 계약 등 다양한 사례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2주 전 고향집에 다녀온 사이에 주말 동안 자신의 집으로 다른 세입자가 두 명이나 계약을 했는데 입주일이 다음 달이었던 거야. 마음이 급해진 정선은 사방팔방으로 방법을 알아봤지만 이미 마음먹고 도망친 사람을 잡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았지. 그 주 주말, 정선은 엄마, 정환이와 함께 오랜만에 외식을 했어. 오랜만에 말이 많아진 엄마와 수년 만에 밝아진 정환이의 얼굴을 보니 기분이 좋았지만,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음식을 삼키려다가도 도로 튀어나올 지경이었어.

“누나.. 그런데 혹시 요즘에 무슨 일 있어? 왜 이리 표정이 안 좋아? 누나 원래 파스타랑 스테이크 좋아하잖아?”

불쑥 들어온 정환이의 한마디에 비밀이 들킨 듯 가슴 한쪽이 찔렸지만 정선은 끝까지 아무런 일이 없는 척했어. 하지만, 이제 며칠 안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했지.


정민은 이 모든 것을 바로 그들의 옆 테이블에서 보고 있었어. 누나가 이중계약으로 전세사기를 당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 집은 융자를 갚지도 않아 얼마 안 가 경매로 까지 넘어갈 상황인데 이 집에 전세로 입주하겠다며 찾아온 사람이 두 명이나 있는 상황에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 모르고 앉아 있는 누나를 보고 있자니 안쓰러운 마음에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집주인 놈을 잡아 족치고 돈을 되찾고 싶은 마음이었지.

“정도령 님, 그래서 이젠 어떻게 하면 되죠. 철민 아저씨는 곧 아빠한테 전화할 텐데요. 청류동의 집은 어떻게 하고 또.. 아, 너무 복잡해요.”

“아유, 정민님,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입니다. 제가 다 판을 만들어 놓았으니 걱정 마세요. 그리고 아빠랑 철민 아저씨가 연결되면 정환이를 통해서 50억 계좌를 아빠에게 전달하세요. 그 돈으로 청류동의 재개발 주택을 50채 정도 살 겁니다. 아마 거의 딱 50억 원 정도 들 거예요.”

“네, 그 정도야 뭐 괜찮아요. 그리고요.”

“그리고 이제 누나에게 사기 친 집주인 잡으러 가야죠. 우선, 누나에게 집주인 전화번호를 알아오세요. 이제부터 작업 들어갑니다.”




[이미지 출처]

https://unsplash.com/s/photos/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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