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억만장자의 죽음 13화

잘 봐, 밑밥은 이렇게 까는 거야

by Rooney Kim


“재철아, 이번에도 15억 해 먹었다며? 조심해라 낄낄. 그러다 꼬리 밟힐라”

“내가 누구냐? 야, 적어도 100억 원은 있어야 우리도 노후를 대비하지. 아직 멀었다. 이제 30억 모았어. 창수는 어디 갔냐. 점심이나 먹자. 낄낄낄.”

재철은 오래된 빌라를 헐값에 매입해 인테리어 공사를 싸구려 날림으로 하고 시세보다 20% 정도 저렴하게 전세 또는 매매하는 맘씨 좋은 집주인 행세로 여러 차례 부동산 사기를 치는 악질 업자였어. 벌써 서너 도시를 돌며 수 십 명의 눈에 피눈물을 낸 장본인이었지. 그리고 정민의 누나인 정선이도 그 피해자 중 하나였던거야.

‘띵동’

짜장면과 탕수육을 게걸스럽게 먹던 재철이의 휴대폰으로 문자가 하나 전송되었어. 보통 광고성 문자나 투자 유도 문자는 무시하게 마련인데 그날따라 광고 문구가 재철의 마음에 기가 막히게 와닿는 카피였던 거야.

‘청류동 재개발지역 마지막 잔존 50가구 투자, 50억 원으로 100억 벌기. 적어도 100억 원은 있어야 노후를 대비하지 않을까요?’

“야, 뭘 그렇게 보냐. 광고 문자 아냐? 다, 우리 같은 꾼들이 보내는거여. 밥이나 처먹어. 낄낄.”

재철도 은수 말마따나 이런 광고성 문자를 유심히 보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방금 전 자신이 했던 말과 똑같은 내용의 투자 문자를 보니 뭔가 신기하기도 하고 끌리는 마음이 들었던거야.

“알지 쨔샤, 이런 광고는 백퍼 구라 아니면 걍 알박기 투자로 돈줄 물리는 거지. 그런데 이 내용 봐라. 낄낄낄. 방금 내가 했던 말이랑 완전 똑같지 않냐?”

“낄낄낄낄낄. 그러네. 누가 우리 대화 도청하냐? 낄낄. 밥이나 처먹자.”

그런데 재철은 아무리 생각해도 내용이 좀 이상했어. 분명 청류동 지역은 이미 지난달에 매물이 동이 나서 남아있는 매물이 하나도 없었거든.

“어, 야 재철야, 청류동 거기 공공한다고 했다가 최근에 다시 민간으로 돌린다고 소문난 거기아냐? 요새 핫하던데.”

“야, 아직 민간전환은 아니지?”

“당연히 아니지, 윗분들이 간 보고 발표하려면 한 몇 주는 걸리지 않을까?”

재철은 갑자기 청류동에 대한 호기심이 다시 일기 시작했어. 새롭게 생기는 서북선 경전철도 비공식적으로는 예타도 통과할 예정으로 알고 있고 일대에 대형 쇼핑몰도 들어올 예정이었거든. 게다가 5,000세대 아파트가 3단지나 들어선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무려 초품아 (아파트 단지 내에 초등학교가 있는 대형 아파트 단지)라 지난달 모든 매물이 팔렸을 때 엄청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었던 거야.

‘까톡’

한참 골똘히 생각에 빠져있던 차에 카톡으로 광고 메시지가 하나 더 왔어.

‘청류동 재개발 전용 주담대. 연 10%, 최대 50억 대출 가능. 안전한 제3 금융권. 노후 자금 100억 마련을 위한 마지막 대출입니다. 전, 군민 은행장 출신이 창업한 핀테크 P2P 금융! 청류동 매물 건만 가능하며 신분증 및 담보 확인 후 비대면으로 쏴드립니다. 매물 주인에게 바로 입금하는 방식으로 상호 안전하고 편리합니다. 6개월 내 상환 시, 이자 50% 할인도 진행하고 있으니 빠른 연락 바랍니다. (현재 대출 가능 잔액 52억)’

‘오호라, 이거 한 3~50억 빌려서 반년 가지고 있다가 민간 확정되고 예타 통과 시점에 팔면 그냥 100억, 아니 150억 도 벌겠는데? 이자 5~10%야 거저고, 빨리 상환하면 더 할인해준다고? 멍청이들인가? 낄낄낄. 장사를 땅 파서 하나, 아니면 이런 게 요새 유행하는 스타트업 금융 그건가?’

“야, 너 표정이 진지한데, 진짜 그거 할 거냐? 그거 그냥 광고야. 정신 차려 미친놈아. 낄낄.”

“닥치고 밥이나 처먹어. 야, 넌 문자나 카톡 안 왔냐?”

“난 안 왔.. 어 왔네. 낄낄. 어 뭐야 이거. 50억인데 10%? 반년 안에 갚으면 5%? 이놈들 땅 파서 장사하나 본데? 낄낄낄.”

순간, 재철이는 밥을 먹다 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어. 뭔가 결심한 표정이었지.

“야, 밥 먹다 말고 어디 가냐?”

“노후 자금 벌러 간다. 넌 이번에도 안 할 거지? 나 혼자 다 먹는다 나중에 후회 마라.”

재철이는 급하게 밖으로 나갔고 은수도 곧 그를 따라갔어.


“형.. 근데 그렇게 큰돈을 어떻게 보내? 그리고 형 은행 계좌는 이미 사망 가족 신고 후 계좌 정리하고 없앴는데..”

“정환아, 잘 들어. 코인은 말야. 굳이 내 은행 계좌로 돈을 옮길 필요가 없어. 너도 거래소 계좌 가지고 있잖아? 거기로 보내면 돼. 자, 딱 이대로만 해. 일단, 비트를 팔아 60억 원어치 정도만. 그리고 그걸로 Tx를 60억 원어치 사. 그 뒤에 그 Tx를 네 거래소 계좌로 보내. 그럼 수수료도 거의 안 들고 60억 원 상당의 Tx가 들어갈 거야. 그리고 그걸 팔아. 아참, 모든 매도는 분할매도야! 지금까지 이해했어?”

“응.. 어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리고 그걸 네 통장으로 옮겨. 아참, 그리고 만약 그분들이 코인을 안 하시면 은행계좌로 보내야하는데.. 일반 은행계좌는 큰돈을 송금하기 어려우니까 핀테크 금융 아무 거나해. 아마 1일 송금 한도가 20~30억 원 될 거야. 그럼 2~3일이면 돈을 다 보낼 수 있어. 오케이?”

“어.. 응!”

정환이는 여전히 얼떨떨한 기분이었지만, 그 엄청난 돈으로 형이 무언가를 하려는 것은 이해했어. 그리고 그게 뭔지는 몰랐지만 그냥 이유를 불문하고 돕고 싶은 마음만 들었던 거야. 꼭 제대로 돕고 싶은 거지.


“철민아, 네 꿈에도 정민이가 나왔다고..? 일단, 만나서 얘기 좀 하자.”

정민이 아빠와 철민 아저씨는 학창 시절부터 둘도 없는 친구였어. 큰 물류 사업을 한다며 정민이 아빠의 돈 3억을 받아가 날아가게 만든 근태 아저씨도 학창 시절에는 엄청 친했다고 해. 성인이 되어 서로 일하는 영역이 달라지고, 각자의 사정이 생기면서 저마다 구구절절 설명하기는 번거로운 사생활과 사정이 생겼고 거기에 무리하게 투자한 게 정민이 아빠의 사정이라면 사정이었지.

“정민이가 다짜고짜 네가 어디에 사는지 묻더라. 넌? 정민이가 도대체 뭐라고 한 거야. 부동산이라니?”

철민 아저씨는 정민이가 꿈에 나타나 자신에게 했던 모든 일을 다 설명해줬어.

“청류동이라고? 거긴 공공으로 재개발하는 곳 아냐? 꾼들도 다 빠졌을 텐데?”

“나도 원래 청류동에 들어가려고 고민하다가 공공한다는 얘기 듣고 빠졌었거든. 그런데 2주 전인가? 소문에 다시 민간으로 돌린다는 말이 엄청 돌았었어. 아무튼, 포인트는 정민이가 거기 집을 50채 사라는 거야. 지금 아직 민간으로 한다는 게 공식화된 건 아니거든. 그래서 지금이 제일 싼 시기이긴 하지. 그런데 정민이가 그걸 어떻게 알고 그것도 꿈에 나타나서 말을 해준 거냐 이거지. 게다가 돈 걱정은 말래. 거기 50채면 지금 시세가 얼만데 나참.”

‘까톡. 까톡. 까톡’

한창 이야기에 열을 올리던 두 사람의 대화를 끊은 건 다름 아닌 정환이의 카톡 메시지였어. 정민이 아빠는 간단하게 답을 한 뒤 다시 철민 아저씨와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지.

‘지이이이이이잉, 지이이이이이이잉’

급기야 정환이에게서 전화가 왔고 철민 아저씨는 빨리 전화를 먼저 받아보라고 했어. 수년 전 사고 이후 묵언을 했던 아이가 저렇게 갑자기 적극적으로 연락한다는 건 필시 무슨 일이 있다고 믿었던 거야.

“그래 정환아, 무슨 일이야? 전화까지 해주니까 아빠가 너무 고마운데 지금 잠깐 아빠 친구랑.. 뭐? 정민이가 꿈에 나타나서 그런 말을 했다고? 너 지금 집이니? 우리가 금방 집 앞 카페로 갈 테니 잠깐 나올래?”

정민이 아빠와 철민 아저씨는 급히 정환이를 만나러 갔어. 두 사람 모두 정환이가 이번 일의 핵심 역할을 하는 아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직감한 거야.

“이, 이게 무슨 돈이야 정환아.. 50억.. 50억이 어디서 난 거야..? 진짜 정환이가 준거라고?”

정환이는 자신의 거래소 계좌에서 현금으로 변환된 50억을 아빠와 철민이 아저씨에게 보여주었어. 그리고 정민이가 말한 대로 이다음 나올 두 사람의 행동을 주목하고 있었어. 만약, 두 분 중 한 분이라도 ‘그 돈으로 차라리 다른 걸 하자’라는 낌새가 보이면 절대 그 돈을 보내지 말라고 했고, 둘 중 한 분이라도 ‘그래서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할까?’라고 한다면 일을 빠르게 진행하라고 했던 거야. 그리고 두 분은 거의 동시에 이렇게 말했어.

“정환아, 이제 우리가 뭘 하면 되니?”

정환이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고 곧 정민이 형이 알려준 대로 대답했어.

“아저씨, 코인하시죠? 개인 지갑 주소 좀 알려주세요!”




[이미지 출처]

https://unsplash.com/s/photos/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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