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억만장자의 죽음 23화

본성은 돈 앞에 드러나지

by Rooney Kim


한편, 집에서는 정환이가 엄마와 정선에게 처음 정민이 꿈에 나왔던 날부터 최근 전세 사기꾼을 혼내주고 모든 전세금을 돌려받은 것까지 모든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엄마는 정민이가 꿈에 나왔었다는 이야기와 그 덕에 정환이가 그동안 왜 그렇게 입을 닫고 살았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고 나서는 눈물을 펑펑 쏟아냈어. 동시에 정민이에 대한 그리움으로 한참을 더 울었지.

“그런데.. 정민이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벌었대? 녀석은 또 그걸 말도 안 해주고..”

“엄마, 형이 그렇게 번게 몇 개월 안됐데. 가뜩이나 엄마, 아빠가 이혼한 것도 돈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또 돈 때문에 가족 간에 그런 일이 생길까 두려웠대. 그래서 분위기 보고 알려주려고 했었데.. 그런데 갑자기..”

“혹시 그 코인이라는 게.. 정민이가 잘못을 저지른 건.. 아니지?”

“아니야, 엄마. 형은 투자를 한 거야. 고딩들도 많이 해. 우리 반에만 해도..”

“응? 그럼 정환이 너도 하니?”

어느새 울음을 그친 엄마는 다시 엄한 엄마 모드가 되어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어. 정환이는 에둘러 다른 이야기로 이어갔지.

“형이 원래 학교 공부는 보통이었지만 그런 잔머리는 기가 막혔잖아.”

“하긴, 정민이가 수완이 좋았어. 한 번씩 주말 알바를 다녀와서는 돈 백만 원을 떡하니 주질 않나. 복권이 되었다고 또 백만 원을 주질 않나.. 그런 건 너네 아빠를 닮긴 했어. 아빠도 한 때 엄청 잘 벌었거든.”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중 누나의 전세 사기 사건부터 해결까지 그리고 그 사기꾼이 오래전 아빠의 투자금까지 사기 친 녀석이었다는 걸 알게 되자 놀라서 한 동안은 말이 없었어.

“그 자식이.. 그 자식이라고?”

엄마는 갑자기 흥분해서는 씩씩대며 자리에서 일어났어. 그러자 정선이가 엄마 팔을 잡고 끌어내리며 말했어.

“엄마, 그 돈 전부 찾아서 우리 전세 사기금도 다 찾고 각자 500만 원도 줬어. 그리고 아빠가 당한 3억 도 받았어.”

“그 돈.. 그 돈은 누가 가지고 있는데? 아빠야?”

“응. 걱정 마. 아빠가 그 돈 다 엄마한테 주라고 했어. 아빠가 잘못했대. 이제 그 이야기..”

“아냐, 그 돈 아빠가 쓰라고 해. 아빠 아직 원룸에 산다며..? 작은 빌라라도 들어가라고 해..”

다행히 두 분이 그 돈을 서로 양보하는 모습이 정환과 정선은 기분이 좋았지만, 내심 두 분의 재결합을 바랐던 정환은 약간 풀이 죽어 버렸고 정선은 이를 보다 못해 직접 물었어.

“엄마, 그 돈도 찾았고 이제 아빠랑 다시 합치면.. 안돼?”


“대왕.. 아니 정민님, 말도 안 됩니다. 안돼요. 전 절대 받을 수 없습니다. 저 천.. 천벌 받아요. 전 복채도 장난감으로 받는 사람입니다. 제가 감히.. 어어, 안돼요!”

정도령은 정민을 앞에 두고 밤에 귀신이라도 만난 사람마냥 펄펄 날뛰고 있었어. 하지만 정민의 마음은 이미 굳었어. 이번 전세 사기꾼을 잡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정도령에게 무려 50억 원을 주기로 결정한 거야.

“네?!? 5.. 50억이요? 그렇게나 큰돈을 요? 아니요. 가당치 않습니다.”

“정도령님, 전 지금 정도령님의 허락을 구하러 온 게 아녜요. 얼른 계좌번호 불러줘요. 저 마음 변하기 전에.”

“아닙니다. 전 못 받습니다. 전 그저 대왕 도깨비이신 정민님에게 도움을..”

“그럼 오늘 하루 시간을 줄게요. 정도령님이 모시는 신들에게 물어봐요. 그리고 솔직히 몇 년 지나면 신기도 좀 빠지잖아요. 그럼 뭐 먹고살래요?”

“괜찮습니다. 아직은 벌이도 괜찮고.”

“됐구요. 이건 정도령님도 몰랐던 운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전 이제 엄마 꿈에 가야 해요. 내일 오전에 다시 올 테니 그렇게 아세요. 신들한테 꼭 물어보세요.”


정민은 깊은 잠에 빠진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며 서 있었어. 어느 타이밍에 엄마의 꿈속에 들어가면 좋을지 기회를 살피고 있었지. 이윽고 꿈을 꾸기 시작한 엄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파트 밖을 나가려 하고 있었어. 그때, 정민이 뒤에서 엄마를 불렀어.

“정민아.. 너, 정민이지?”

비록 꿈 속이었지만 정민을 만난 엄마는 엄청난 반가움과 동시에 슬픔에 빠져서는 연거푸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느라 제대로 말을 잇질 못했어.

“엄마, 좀 늦게 왔지? 미안해.”

“그래, 정환이랑 정선이한테는 진작 갔더니, 왜 엄마한테는 제일 마지막에 오니? 엄마가 너 얼마나 그리워했는데.”

정민이가 엄마의 꿈속을 바로 찾아가지 않은 데는 다 이유가 있었어. 하지만 이걸 굳이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는 없었지.

“엄마, 정환이한테 대충 들었지? 나 돈 되게 많이 벌어뒀어. 그리고 그거 이제 다 우리 가족 꺼야. 그러니까 할아버지, 할머니 재산은 그냥 큰 이모한테 주고 엄마는 그냥 내가 남기고 간 돈으로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살아, 응?”

“얘, 아무리 그래도 제대로 계산할 건 제대로 해야지. 지금 엄마가 돈 한 두 푼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잖아. 괘씸해서 그래.. 내가.”

“엄마, 내가 남긴 돈이 지금 얼마인 줄은 알아?”

“음.. 몰라? 정진이한테 들어보니까 네 돈으로 전세사기당한 사람들 돈도 다 찾아주고.. 뭐, 위로금도 주고.. 그 정도면 수 십억은 되겠지? 그나저나 넌 그렇게 큰돈을 어떻게 번..”

“3,000억 원이 넘어.”

“… 뭐?”

엄마는 전혀 예상도 못한, 현실감 없는 액수에 꿈속이지만 잠시 넋이 나간 듯 가만히 있었어.

“그러니까. 그 재산은 모두 큰 이모 드리고 엄마는 내가 남긴 돈으로 평생 호강하라는 거지.”

엄마는 깜짝 놀란 것도 잠시, 이윽고 생각에 잠기더니 곧 입을 열었어.

“너 외삼촌이 엄마 어릴 때 공부시키고 집에 돈 보내고 해서 엄마네 집이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고 말한 거 기억나지?”

“응. 알지.”

“그럼 혹시.. 이건 전부 정민이가 번 정민이 돈이지만, 외삼촌한테 좀 보내줘도 될까?”

“나야 상관없지. 이제 그 돈들은 모두 우리 가족꺼니까. 그런데 얼마나?”

“음.. 그동안 나 도와주고 우리 가족에게 크고 작게 도운 적이 많으니까 그래도 한 억.. 1억 정도는 보내줘야 하지 않을까?”

그러자 정민이 갑자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어.

“엄마, 그걸로 어디 간에 기별이라도 가겠어? 줄 거면 50억 정도 보내드려. 그래야 나중에 생색이라도 내지.”


‘따르르르릉’

오랜만에 언니에게서 온 전화를 받을까 말까 고민하던 엄마는 곧 휴대폰을 집어 들었어.

“응, 왜 그래?”

언니는 태연하게 전화를 받는 경진이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 무서운 생각도 들었어. 아무래도 미국에 있는 오빠로부터들은 얘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

“너.. 너 무슨 돈이 그렇게 나서 오빠한테.. 아니, 너 지금 집 팔아도 그 정도는 안되지 않아..? 얘, 너 도대체..”

“아, 오빠한테 들었어? 그래서?”

“아니, 난 우리 딸들 시집보내고 대학교 졸업시키려면..”

“아, 그럼 엄마, 아빠 유산, 언니가 다 가져. 난 괜찮아.”

그런데 언니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바라는듯한 뉘앙스로 말을 이어나갔어. 부모님의 유산은 유산이고 오빠에게 50억 원이나 해줬으니 자기에게도 뭔가 떨어지는 게 없는지 궁금했던 거야.

“글쎄? 언니가 엄마, 아빠 재산을 독차지하길 원해서 언니한테 다 준거야. 그래서 한 푼도 못 받은 오빠에게 위로 차원에서 좀 보낸 건데. 언니는 더 원해?”

“그렇다기보다는 그래도 우린 가족인데.. 응?”

“미안한데 이제부터 나한테 가족은 모두를 위해 가진 것도 나누고 희생하는 사람이야. 자기 잇속만 챙기는 사람은 주위에 너무 많아서.. 그럼 끊을게.”




[이미지 출처]

https://unsplash.com/s/photos/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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