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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ney Kim Oct 01. 2022

아이유 연대기 15: 시간의 바깥에서 골든아워에 닿다

너를 알아볼 수 있게 너의 이름을 불러줄게



너랑 나

https://vibe.naver.com/track/3022119

시간의 바깥

https://vibe.naver.com/track/30813509


*원곡의 해석과는 조금 다릅니다.


이번 콘서트가 골든아워였던 것만큼, 아이유 말처럼, 어쩌면 그녀가 지금 커리어의 최전성기를 보내는 중일 수도 있지만, 사실 우리 입장에선 아이유의 최전성기는 아직 오지도 않았다고 봐.


유난히 시간 관련 주제가 많은 아이유의 노래 중 과거의 아이유와 현재의 아이유가 연결되어있는 너무나도 유명한 곡은 ‘너랑 나’와 ‘시간의 바깥’.


사실 이 노래들의 원작자 설명과 해석은 이미 정해져 있지만 난 이 노래들을 들으면서 오히려 이번 ‘골든아워’를 통해 드디어 과거의 아이유가 현재의 아이유를 만나 꼭 하나가 되었다고 봐. 즉, '너랑 나'의 주인공인 '과거의 아이유'와 '미래의 아이유'가 현재, 그녀의 최전성기인 ‘골든아워’에서 둘의 하나 됨을 그토록 갈망하던 ‘우리’와 함께 만난 거지.





여자 아이


보고 싶었어. 너무 보고 싶었어. 삽시간에 1년이 지났고 그렇게 또 수년이 더 지나가면 잊힐 갈망인 줄 알았어. 맞아. 사실 좀 잊었던 것 같아. 너무 아프면 머리가 기억을 부정한다잖아. 덕분에 더 힘차게 살았던 것 같아. 보고 싶다는 감정을 드러내고 소비하는 것조차 사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벅찬 상황에서는 현재의 나 말곤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거든.


순수하고 마냥 이뻤어. 나랑 놀아주는 시간이, 별 일 아닌 이야기에 까르르 웃어주는 마음이, 문틈으로 마주친 눈에도 사흘이 멀다 하고 두근대는 심장을 들키지 않으려 움켜쥐었지. 하지만 그렇게 언제까지나 얄밉도록 이쁜 말괄량이처럼, 사고를 치고도 빼꼼히 쳐다보면 해결되는, 갖고 싶다 하면 그냥 얻어지는 삶을 살 순 없잖아.


그래서 자세를 고쳐 앉고 모양새를 달리했어. 하고 싶은 말, 보고 싶은 맘 꾹꾹 눌러 아무렇지 않은 척,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몇 날을 몇 개월을 겨우겨우 견뎌내며 살아갔어.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여기저기 골목 모퉁이 끝, 막다른 길 어디선가 그림자만 보이는 사람들이 그러더라,


’ 그 오싹하게 기묘한 아이는 왜 항상 미심쩍은 표정으로 딴 세상 사는 사람처럼 하고 다니니?’


보고 싶어 심장이 눌려 터질 것 같이 아팠지만 똑딱대는 시계 밖엔 내 말 상대가 없어. 휴대폰 속 무수한 메시지도 그저 종착지를 잃어 무의미한 종이비행기 같아. 아주 가끔 깊은 밤 새벽의 하늘에 배를 띄울 때에나 간간이 나타난 넌 오늘도 내일도 아직은 안된다는 말 뿐이지만. 혹시라도 괜찮다면 단 한 번이라도 말해주면 안 될까. 앞으로 네가 있을 그곳에서, 새벽의 무거운 장막이 내 눈꺼풀을 짓눌러 귀가 닫히기 전, 까맣도록 새파랗게 짙은 꿈결을 즈려밟고 달려와 나 혼자만 들어도 좋을 한 마디, 그저, 내 이름.



남자아이


지금은 아무리 어떤 말을 해도 내 말이 들리지 않을 거야. 결코 쉽게 장담할 순 없지만 앞으로의 몇 년을 지나온 몇 날의 마음처럼만 기다려줄 수 있다면 너와 난 결국 함께할 거야. 수상하고 미심쩍게 들리겠지만 이미 내가 보고 온 먼 훗날 네 모습은 당당하게 올려다본 눈 아래로 이어진 싱긋 맑게 올라온 입가에,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미소를 띤 채 열렬히 날 바라보고 있었거든.


그런데 참 재밌는 게 넌 이제 더 이상 예전의 그 아이가 아니었어. 오해는 마. 그 시절의 순수함과 갈망이 사라졌다는 게 아냐. 그 시절, 늘 불안함을 감춘 네 미소는 이제 하루에도 주변을 서너 번도 더 돌아볼 정도의 여유가 생겼고 고통에 찡그린 현실을 숨긴 네 눈매는 이미 미래의 나를 넘어섰다는 의미야. 혹시 변한 모습에 모래알만큼이라도 실망했냐구? 아니, 절대.


너무 안심했어. 마냥 보채고 떼를 쓰며 눈가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던 너의 하루가 몇 날이 되고 몇 개월이 되어 결국 시간의 바다를 건너오는 몇 년 동안 수 천의 해와 달이 널 비추었다 가리기를 반복했을 텐데. 내심 시간에 낡고 닳아 네가 나를 몰라보면 어쩌나 나 역시 수 천의 날들을 노심초사했거든.


똑딱거리는 시계는 이제 고이 접어 화면 너머로 보내버리고 마음 흔들리지 않게 꼭 쥔 네 손은 이제 날 위해 펼쳐줘. 그리고 이제 나랑 다시 놀아보자.


지켜보던 아이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널 지켜봤어. 오해는 하지 마. 결코 몰래 훔쳐보거나 나쁜 의도가 있는 건 아니었거든. 네가 그 아이를 만나고 친해지고 또다시 만나길 약속하는 걸 겨우 우리 동네에 길게 늘어선 낡은 담벼락 너머로 바람이 귓가에 전해준 걸 들었을 뿐이야.


그냥 네가 행복하길 바랐어. 그래야 나도 행복하니까. 네가 웃으면 나도 웃었고 네가 울면 난 가슴 아팠어. 아무런 기대나 바람 없이 조용히 손수건이라도 쥐어줄 수 있다면, 아니, 네 옆에 몰래 두고 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딱 여기까지야.


너의 밝은 미소는 항상 우리 동네를 환하게 비췄어. 넌 지나가다 우연히 마주쳐 슬쩍 인사치레로 웃어줬겠지만 난 평생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될 만큼 부른 배를 안고 하하호호 정신 나간 사람처럼 며칠을 들떴지. 뭐 물론 그럴 때마다 어른들에게 혼나기 일쑤였지만 그들은 아무래도 좋아. 네가 날 보고 웃어줬으니까.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어느 날부터 네가 보이질 않았어. 몇 년 전 받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볼까 미친척하고 네 집에 찾아가 부모님께 물을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지. 하나, 퍽이나 너나 어른들이 반기겠어. 사실, 잘 알지도 못하는 아이인데 말이야. 그리움만 쌓여갔고 쌓인 돌만큼 내 안의 빛도 잃어갔어.


알잖아. 네가 그 아이를 만나길 기다린 시간만큼 아니 어쩌면 더 깊고 빠르게 나의 시간도 흐르고 있었어. 깃털보다 가볍던 내 일상은 네가 없는 동안 물먹은 솜 베개 마냥 질펀하게 무거워졌고 무지개의 입구를 찾으러 가겠다며 깔깔대며 언덕을 넘던 시간이 흘러 책임의 가짓수가 스펙트럼처럼 다양해지는 나날이 일상이 되다 보니 네 소식은 점점 기억에서 잊혀갔어.


그러던 중 기적처럼 네 소식이 들려왔어. 잘 지낸다고 말이야. 원 없이 울었고 한없이 기뻐했어. 결국 넌 그 아이를 만났지. 드디어 내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지만 솔직히 말하면 예전의 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였어. 난 곧장 밖으로 나갔고 방문 밖에 쌓여 빛을 가린 돌벽을 손으로 밀어 무너뜨렸어.


우린 둘 다, 한 때는 같은 편차 내에 있다고 믿었어. 비록 지금은 완전히 다른 그래프를 살아가고 있지만. 그럼 뭐 어때. 아무래도 난 좋아. 너의 웃음과 네가 행복하길 바라는 내 마음은 여전히 너의 시간과 함께 흐르고 있고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네 아픔이 결국 0으로 수렴하길 바라고 있으니까.


지리하게 반복적이고 불규칙적으로 예상 불가능한 고통이 수뢰처럽 넘실대는 현실 속에서도 날 알아주고 내 마음을 다독이는 건 결국 문득문득 이슬처럼 내려와 내 일상에 스며 앉는 네 소식이니까. 이 순간만큼은 삶이라는 규정된 시간을 넘어 내 삶의 무게와 고통을 벗어나 널 만날 수 있으니 이제 너와 그 아이가 떠나는 무제한의 시간 여행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난 너무 좋아.



너의 이름을 불러줄게


사실 널 만나면 심장이 팡-하고 터져버려 죽어버리면 어쩌나 시답지 않은 고민도 많이 했어. 오래도록 기다려 만났는데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지면 너무 안타깝잖아. 드디어 기다림의 이유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는데 그토록 그리던 미래를 마주한 현실의 기분과 감정이 어떨지 모른 채 사그라진 꽃이 되고 싶진 않았어.


결국 과거에서 달려간 난 그토록 그리던 미래의 널 현실에서 마주했어. 너의 서사도 내 것만큼이나 쉽지 않았겠지만 돌고 돌아 다시 이렇게 하나가 되어 우리의 서사가 완성되었어. 더 이상 두렵지 않아. 어렵게 만난 우린 다신 떨어질 수 없는 운명이니까. 앞으로 할 이야기가, 그려낼 서사가, 풀어낼 보따리가 딸기 빛 달 아래 아직도 이만큼 한가득인데.


참, 예전부터 말했는데 기억하나 모르겠네. 사실, 우린 원래 하나였어.





[이미지 출처]

https://blog.naver.com/scottishnekoi/222843719889

https://blog.naver.com/pangoon93/221711337111

https://unsplash.com/s/photos/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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