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이 네 것이니까
오뉴월 산들거리는 바람도 이보다 더 청량할 수 없고, 들판 위 나부끼는 나비의 날갯짓도 이보다 더 가벼울 수 없다. 봄볕에 녹아내리는 마음보다 날 더 설레게 하는 건 입가에 볼록하게 들어찬 미소이고, 한 그루 가득 눈부시게 채색된 푸르름보다 내 가슴을 더 들뜨게 하는 건 눈매에 그득하게 스민 기쁨이니까.
너와 나, 우리 모두가 함께 있다는 놀라운 우연.
수 천억의 은하, 또 수 천억의 태양계, 그중 지구라는 행성, 그리고 수십 억년의 시간을 건너 수백만 년의 역사를 지나 또, 하필 이 시대에 이 땅에서 함께한다는 신비한 인연.
같은 취향에 같은 감성으로 함께 웃고 떠들며 즐거이 유쾌하게 흐르는 시간을 공유할 수 있다는 무한한 감사.
마침내, 내가 너를 만났고, 네가 나를 알아준다는 사소한 기적.
시작이 좋은 어느 산뜻한 하루. 문득, 어느 한 녀석이 느닷없이 핀잔을 준다. 이유는 없다. 그냥 어디서 튄 불똥의 짜증을 어딘가에 풀고 싶었나 본데, 하필 그날은 그게 날 향했다.
기분 좋은 약속으로 며칠을 두근대며 기다렸다. 약속에 늦지 않기 위해 종일 쉴 틈 없는 하루를 보내고, 퇴근 시간, 조금도 늦기 싫어 자리를 일어나자마자 넘어온 새로운 일거리. 하.. 게다가 내일 오전까지 해달란다.
그게 바위든, 산이든 어차피, 그것도 조금 큰 돌멩이에 불과하니까.
이렇게 소중하고 장대한 내 여정의 키를 바보, 멍청이들에게 쥐어 준 채 이리저리 파고가 높은 대양에서 시간을 낭비하기에는 너무 아깝잖아.
힘들든, 슬프든, 기쁘든, 즐겁든 이제부턴 매 순간 내 마음대로 갈 길을 선택하고 거침없이 항로를 수정하며 매일매일 나의 기쁨으로 가득 찰 이 지금과 이 순간이니까.
참, 마지막에 들었지? 거봐, 더 놀라운 건 지금부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