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oney Kim Mar 26. 2023

아이유 연대기 18: 이 순간, 너의 ‘이 지금’

매일매일이 네 것이니까



아이유_이 지금

가득 찬 물컵의 아슬아슬 살랑거리는 물결 마냥, 아이유만의 놀라운 매력과 넘치는 에너지가 넘쳐흐를 듯 결코 넘치지 않고 최적의 밸런스를 유지하며 봄의 절정과 초여름의 청량함으로 간질간질 내면의 흥을 북돋는다.




이 순간을 '이 지금'이 되게 하는 건


놀라운 매력이 넘칠듯 찰랑거린다. 넝쿨채 굴러온 건지, 바닥에서 솟아난 건지, 어디서 이런 에너지가 차오르는지 깜짝 놀라 그저 웃을 수밖에 없다. 도대체 어떤 비밀을 또 얼마나 숨겨놓았길래, 이미 지난 간 곡들마저 지금 이렇게 생경한 기쁨을 안겨주는지.


오뉴월 산들거리는 바람도 이보다 더 청량할 수 없고, 들판 위 나부끼는 나비의 날갯짓도 이보다 더 가벼울 수 없다. 봄볕에 녹아내리는 마음보다 날 더 설레게 하는 건 입가에 볼록하게 들어찬 미소이고, 한 그루 가득 눈부시게 채색된 푸르름보다 내 가슴을 더 들뜨게 하는 건 눈매에 그득하게 스민 기쁨이니까.


너와 나, 우리 모두가 함께 있다는 놀라운 우연.
수 천억의 은하, 또 수 천억의 태양계, 그중 지구라는 행성, 그리고 수십 억년의 시간을 건너 수백만 년의 역사를 지나 또, 하필 이 시대에 이 땅에서 함께한다는 신비한 인연.
같은 취향에 같은 감성으로 함께 웃고 떠들며 즐거이 유쾌하게 흐르는 시간을 공유할 수 있다는 무한한 감사.
마침내, 내가 너를 만났고, 네가 나를 알아준다는 사소한 기적.


기어이, 오늘 깨닫게 된, 지금 이 순간, 너와 함께하는 가장 중요한 '이 지금'.



현실은 원래 녹록지 않잖아


삶은 울퉁불퉁 돋아난 험한 돌 길과 찐득찐득 질어 눌어붙은 흙길을 지나는 동안에도 산너머 해의 자취를 쫓다 사뿐히 콧등에 내려앉은 막 피어난 꽃 향기들을 음미하며, 어느새 기다랗게 늘어진 산 그림자 그늘에 기대 다시 시작될 달콤할 내일을 기약하는 짧고 멋진 여행으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늘 나의 작고 일상적인 평화를 깨부수는 자잘한 훼방꾼들은 있게 마련이다. 맞아, 너도 그렇게 힘든데 나라고 괜찮을까.


시작이 좋은 어느 산뜻한 하루. 문득, 어느 한 녀석이 느닷없이 핀잔을 준다. 이유는 없다. 그냥 어디서 튄 불똥의 짜증을 어딘가에 풀고 싶었나 본데, 하필 그날은 그게 날 향했다.
기분 좋은 약속으로 며칠을 두근대며 기다렸다. 약속에 늦지 않기 위해 종일 쉴 틈 없는 하루를 보내고, 퇴근 시간, 조금도 늦기 싫어 자리를 일어나자마자 넘어온 새로운 일거리. 하.. 게다가 내일 오전까지 해달란다.


물론, 이런 건 어디까지나 사소하고 작은 돌멩이일 뿐이다.



살다 보면, 평화롭고 조용한 산책길을 걷다 전혀 생각지 못한 훼방꾼과 마주하기도 한다. 종종, 이 훼방꾼의 크기와 심각성에 놀라 어디론가 달아가 숨거나 피해버리고 싶기도 하지만, 이럴 땐 마냥 내 편이고 내 것 같던 산책길 모퉁이에 난 샛길도, 산너머 중천에 뜬 태양도 그저 새침떼기처럼 멀뚱멀뚱 멀찌기서 날 바라볼 뿐, 쉬이 내게 손 내밀지 않는다.


때론, 그게 너무 서운해 마음이 풀리지 않아 한 동안 하늘도, 옆도 돌아보지 않았고,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에 사방팔방 내 기분 좀 알아 달라며 떠들고 다녔지만, 나도 이젠 잘 안다. 사실, 그 일은 내가 아니면 그 누구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이제 이 문제의 정면을 똑바로 마주하고, 두 눈을 피하지 않고,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녀석을 향해 달려간다.


그게 바위든, 산이든 어차피, 그것도 조금 큰 돌멩이에 불과하니까.



그러니까, 이 지금


삶은 이렇게 크고 작은 돌멩이들에 치이고 눌려 살기에는 너무나도 밝고 찬란한 기쁨으로 가득 차있다. 산길과 흙길과 돌길을 지나, 마침내 시작한 항해에 나는 매일 새로운 기대감에 한껏 부푼다. 태양은 뜨겁고 풍랑은 거세다. 이리저리 찰랑찰랑 집채만 한 파도를 넘실넘실 넘으며 하루하루 꿈의 대지를 향해 나아간다.


조급할 필요는 없다. 시간은 많으니까. 가끔 지치면, 파도가 잔잔한 무인도에 정박해 며칠을 쉬어가고, 때론 다른 배를 만나 이것저것 서로 필요한 것도 나누고, 그렇게 모든 시간을 즐기다 보면, 음, 어쩌면 그곳을 찾아 떠나는 나의 항해가 어쩌면 영원히 이어지며 계속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 텐데,


이렇게 소중하고 장대한 내 여정의 키를 바보, 멍청이들에게 쥐어 준 채 이리저리 파고가 높은 대양에서 시간을 낭비하기에는 너무 아깝잖아.


자, 돌아보니 경험도 많이 쌓았고 힘도 얻었다. 여전히 눈앞의 파도는 넘실거리지만 적어도 그 파도를 넘을 키는 이제 내가 쥐고 있으니, 자잘한 돌멩이가 괴롭히든, 무거운 바위가 내 어깨를 짓누르든 이제 거리낄 게 없다.



힘들든, 슬프든, 기쁘든, 즐겁든 이제부턴 매 순간 내 마음대로 갈 길을 선택하고 거침없이 항로를 수정하며 매일매일 나의 기쁨으로 가득 찰 이 지금과 이 순간이니까.


참, 마지막에 들었지? 거봐, 더 놀라운 건 지금부터야.




[이미지 출처]

https://www.joynews24.com/view/656500

https://www.melon.com/musicstory/detail.htm?mstorySeq=13001

https://unsplash.com/ko/s/%EC%82%AC%EC%A7%84/sea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유 연대기 17: 그날 밤 당신의 '무릎'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