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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ney Kim May 20. 2023

아이유 연대기 19: 알아. 그냥 모든 게 ‘싫은 날'

혐오와 증오의 이유 없음에 대한 답장


*이 글은 특정인의 사건, 의견과 아무런 관련 없는 작가의 픽션임을 미리 알립니다.


마치 세상 속에 혼자 남겨진 것처럼, 타인은 행복한데 난 그렇지 못한 이유로, 내게 내민 손조차 위선으로 느껴진, 마음의 여유가 비쩍말라 차갑게 식은 이에게 보내는 역설적인 위로가 담긴 아이유의 '싫은 날'

https://vibe.naver.com/track/3958459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


애초에 네가 바란 건 나의 몰락이니까. 으스러지고 바스러져 재가되어 사라지면 그제야 무제한으로 치닫던 혐오와 분노가 사그라져 한 동안은 잠잠해지겠지. 또 다른 골칫덩이가 나타나기 전에 말이야."


약자의 편에서 본 세상은 참 쉬워.


가진 건 끝없이 내뱉을 수 있는 입과 가벼운 손놀림인데, 찰나의 시간에 사람 한 둘 죽이는 건 예삿일도 아니거든. 죄책감 따위는 없지. ‘심심해서, 재미로, 의미 없이, 그냥’ 그랬다는 변명이면 스스로도 책임감을 몇 겹은 내려놓을 수 있으니까. ‘총을 들었니, 칼을 들었니?’ 그 말 한마디로 저어기 산 넘고 물 건너 먼 구석에 사는 어린 녀석도 내 심장을 한 방에 후벼 팔 수 있으니 얼마나 쉬워.


그래. 나도 아주 잘못이 없는 건 아냐.


죗값은 처음부터 제대로 치르게 했어야 했는데, 만약, 나의 어쭙잖은 너그러움이 네 알량한 속셈의 화톳불에 숨어든 불꽃이 되었다면, 그건 사과할게, 너 말고, 그 때문에 가슴 아팠을 지극히 정상적인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말이야.


그리고 이제부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너의 이유 없는 혐오에 대한 책임을 죄 없는 타인이 티끌만큼이라도 짊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응답할게.



하나, 정말 궁금했어.


너의 가시 돋은 혀와 칼날 같은 손은 정말 나라는 존재 때문인 걸까. 혹은 나의 잘못이라고 수집한 무한대로 편향된 것들 때문일까. 보다 보면 나조차도 날 의심하게 되는 그런 것들 말이야.


만에 하나.


나의 성취와 나의 이룸이, 나의 화려함과 나의 빛남이 상대적으로 너의 그늘진 상처에 또 다른 생채기를 냈다면. 별 의미 없던 나의 한 마디와 손짓이, 내 눈빛과 웃음이, 너의 증오는 몰라본 채 마구 쏟아지는 날 향한 갈채가 너의 응어리진 열등을 터뜨렸다면.


나의 따뜻함이 널 더 춥게 만들었다면, 그래 그 정도의 괴리로 인한 서툰 감정의 발산 정도는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혐오로 가득 차 한 없이 추운 네 겨울 때문에 타인의 봄날까지 시린 공기로 채울 순 없잖아?
네 봄이 오지 않았다고 이미 흐드러진 봄꽃 나무에 고드름 얼음꽃을 피울 순 없잖아?
네 불편과 증오로 인한 집요한 혐오 때문에 평범한 일상의 평화로움이 부정한 것이 될 순 없잖아?


잘 생각해 봐.


너는 날 왜 싫어하게 되었을까.

이유는 없겠지만 누군가 부추길 수는 있거든.


불평등, 가지지 못함에 대한 부당한 불만으로 그득한 이들의 사상에 마음이 혹하면, 노력이라거나 꾸준함이라거나 또는 정의로움이라는 단어조차 가진 것들의 무기라고 여기고, 이미 오염된 저치들에 선동되어 이성을 잃은 열차에 무임승차할 수 있거든. 그 마음, 나도 겪은 바 있으니. 얼마나 쉬운지 아주 잘 알지.



마지막으로 잘 생각해 봐.


네 삶을 갉아먹는 좀벌레가 타인의 빛나는 일상일지, 썩어 문드러진 네 마음일지. 누군가 몰락하고 나서 얻는 상대적 우월감과 쾌락의 트로피는 과연 어디에 모셔둘 수 있을지. 누군가 밟지 않으면 일상이 전개되지 않는 자의 외롭고 비참한 미래는 어떨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이런 선처를 무시한다면 어쩔 수 없지.

어차피 관심 없었잖아 나의 안위 따위는.


그렇다면 두고 봐야지. 곧 내릴 깜깜한 비가 채울 몰락의 도시는 내가 사는 곳일지, 너의 마지막 기회일지.




[이미지 출처]

https://cafe.naver.com/singeriu/1795619?art=ZXh0ZXJuYWwtc2VydmljZS1uYXZlci1zZWFyY2gtY2FmZS1wcg.eyJhbGciOiJIUzI1NiIsInR5cCI6IkpXVCJ9.eyJjYWZlVHlwZSI6IkNBRkVfVVJMIiwiY2FmZVVybCI6InNpbmdlcml1IiwiYXJ0aWNsZUlkIjoxNzk1NjE5LCJpc3N1ZWRBdCI6MTY4NDU1NDUzMzY5NH0.IVlsPe15dPJTRJ3IDhyNPfbpjrmcd-GMaN0E0PY_Y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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