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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ney Kim Aug 06. 2023

아이유 연대기 20: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는 좋은 노래들이 무수히 많다.

그리고 그 노래의 이면에는 ‘노래 자체’가 가진 의도 외에도 많은 의미가 숨겨져 있다.


(가수로써) 성공해야 한다는, 인정받고 싶다는 혹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세속적인 것부터.
(오래도록) 공감받고 싶다는, 내 마음을 알아달라는, 나도 아직 살아있다는 영속적인 것까지.


대중음악부터 뉴에이지를 지나 클래식에 이르기까지 장르와 경계를 넘어 비록 대중적인 인기가 없는 노래라 할지라도 분명, 지구상의 어느 누구의 가슴 하나는 절절히 달래 끝없는 위로와 안식을 안겨주고 있을 것이다.


인연이라는 게 있다


내가 너를 만난 것도, 내가 이 물건을 고른 것도, 내가 이 노래를 듣고 위로받고 마침내 한 가수를 좋아하게 되는 것도 인연이 아닐까 한다. 이런 ‘연’에 노래의 주인은 굳이 나를 알 필요는 없다. 그저 내가 위로받은 만큼 감사하고 그 마음만큼 소비하면 그만이니까."


그 마음을 소비 행위로 표현하자면 앨범을 구매하고 콘서트 티켓팅을 하고 굿즈를 사는 것이겠고, 일상의 면으로 드러내자면 음원을 스트리밍 하고 주변에 자랑하고 글을 쓰는 등 다양한 형태로 드러난다.


그런데 한 노래에 대해, 한 가수에 대해 그렇게 깊숙이 빠져들다가도 때론 급격하게 멀어지는 때도 있다.



실제로 만난 적도 없으면서 적잖이 실망하거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마음을 배반당한 듯한 기분에, 그렇게 좋아하던 노래를 들어도 멍하니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는 날도 가끔 찾아온다. 그렇게 변한 감정에 사로잡혀 어쩌면 이 관계는 여기서 곧 끝이 날 테니 이제 그만큼 나의 삶의 더 집중하는 게 낫겠다거나 혹은 다른 누군가의 노래와 매력이 눈에 들어오는 날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다시 찾게 되고야 마는 날이 온다.


일상의 잡음이, 사회생활의 압박이 정기적으로 나를 괴롭혀 즐겨 듣던 노래를 들을 마음의 여유조차 없는 시간이 수 없이 이어질 것 같다가도, 문득 떠오르는 한 구절의 가사가 머리를 때리고, 감미롭던 멜로디가 귀에서 재생되면 어느새 잊고 있던 감정이 내 손을 다시 잡아끌어 그 시절의 말랑하던 나의 감성으로 되돌려 놓는다." 


우스워 보일 수 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의 삶의 목표가 ‘건강하고 안정된 삶’에 있다는 측면에서 이런 고민은 굉장히 합리적이고 합당한 경계에 있다. 화려한 누군가를 응원하고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적당한 선에서 이뤄지고 노래를 통해 위로를 받고, 최애 덕분에 기분이 나아질 수 있다면 또 이 만큼 건강하고 건전한 취미가 있을까.


비로소 다시 찾게 되는 마법 같은 노래들


그때, 내가 무너졌을 때 이 노래는 어떻게 다시 나를 불러줬을까.
이 아이와 이 노래는 내 상태를 어떻게 알고 나를 끄집어냈을까."


혹자는 힘들 때 퇴근 후 시원한 맥주로 마음을 달랜다고 한다. 또 혹자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시도 때도 없이 담배를 입에 문다고 한다. 하지만 술도 담배도 하지 않는 나는, 그렇다면 무얼 해야 할까.



정말 하루하루가 버거운 시기에는 그 어떤 것도 위로가 되지 않고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잠깐 동안 삶에서 로그아웃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다고 심각한 수준의 질병 단계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그저 외부로부터 나를 잠시 차단하여 그 어떤 외세 침략의 사소한 빌미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삶이 내게 일깨워준 삶에로의 의지다.


이럴 땐 노래도, 쇼도, 스타도, 캐릭터도 한동안은 그 긍정적인 역할을 상실할 때가 있다. 내가 스스로 로그아웃을 했으니 연결이 될 리 만무하다.


하지만 로그아웃한 상태임에도 어느 날 문득, 나를 당기는 노래 한 소절, 한 곡이 있다. 이후 그 노래는 머릿속에서 자동 재생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감성적인 마이너(단조) 멜로디로 가슴을 후벼 파는 후렴구가 내게 닿을 때쯤, 나는 어느새 다시 일상에 로그인하여 음원을 틀고 아주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오래도록 몇몇의 곡을 무한히 재생한다.


학창 시절, '머라이어 캐리와 퀸'이 그랬고, 사병 시절, '보아와 박정현'이 그랬으며, 사회생활이 시작된 2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아이유'가 그렇다.


많은 가수들이 탄생하고 사라진다


한 때 해외에 있는 앨범까지 사모으며 내가 좋아했던 가수들은 여전히 간간이 싱글을 내며 자신의 건재함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한 번 바뀐 트렌드를 바꿀 젊은 날의 기세와 기운은 어느덧 화려했던 문명의 유물처럼 쇠퇴해 버렸다.


아이유에게도 물론, 그런 날이 오겠지.



아직 적어도 이십 년은 더 건재하겠지만, 언젠가 더 이상 ‘국힙 원탑’이 아니면 어떻고 더 이상 귀여운 ‘국민 여동생’이 아니면 어떻나, 그녀의 매력은 그 나이에 맞게 끝없는 세포분열을 통해 성장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테니.


배우로서도 계속해서 새로운 세계관을 보여줄 것이고, ‘감성 원탑’의 타이틀은 거의 평생 갈 것이니 어쩌면 우리가 상상도 못 할 방향으로 뻗어나가지 않을까.


그녀의 노랫말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가물지 않을 끝없는 매력의 바다’가 계속해서 우리에게 손짓하지 않을까.




[이미지 출처]

https://unsplash.com/ko

https://windowsforum.kr/index.php?mid=gallery&document_srl=16492115&m=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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