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_제2의 유년

또 배우고 성장하면 그것은 새로운 유년이다

by Rooney Kim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지나간 과거에서 많은 행복을 찾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어도 생애 한 번 이상은 어린 시절 살았던 곳을 다시 한번 찾아가 그때 그 시절의 향수와 감흥에 젖게 마련이다. 고향을 찾는다는 것 또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랐던 곳을 찾는다는 것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선다. 행복했던 그 시절의 자신을 다시 찾아 잊고 지냈던 좋은 순간들을 다시 간접적으로 느끼고 싶음이고 이를 통해, 현실에서 부족한 자신을 채우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나약해져 소멸 직전의 메마른 자신의 감성을 치유받고 유년의 에너지를 받아 다시 잘 살아가려는 것.
공감할 수 없는 현실을 떠나 공감할 수 있는 과거와의 조우를 통해 자신을 인정받고 싶은 것.
그래서 잊고 있던 추억의 장소에서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싶은 것.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고향을 찾고, 내가 뛰어놀던 아파트 단지를 찾고, 내가 살았던 동과 호 수를 쫓아가 어린 시절 베란다 창 밖을 바라보며 바다와 하늘을 응시하던 나를 다시 찾는 것이다.


골목을 따라 달려가면 어디선가 뛰어나올 것 만 같은 그 시절 나의 모습 그리고 기억

유년기 동안 우리의 몸과 마음은 성장한다. 동시에, 평생의 추억이 될 양식도 쌓인다. 그래서 자신이 살던 주택, 아파트 단지가 여전히 그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친구들이 부럽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고향을 떠나온 나는 내 온전한 어린 시절을 보낸 아파트 단지와 주변 상가들이 사라진 뒤에야 그곳을 찾고는 진작 와보지 않은 것을 매우 후회했다. 그래서 형과 함께 고향을 내려갈 때마다 이제는 전혀 모르는 동네가 되어버린 아파트 단지와 그나마 남아있는 주변 가게들 그리고 친구들과 뛰어놀던 곳, 학원을 오가던 길, 고등학교 등 우리가 함께 시간을 보냈던 고향의 흔적들을 찾으며 마음을 달래곤 한다.


세상이 많이 변하긴 변했나 보다. 단순히, 높은 건물이 많아지고 기술이 더 발전하는 류의 변함이 아닌 사람들이 살아가는 양식과 구조 등의 변화 말이다. 적어도 나의 부모님 세대, 즉, 70~80년 대에 20~30대를 보낸 분들의 삶의 행태만 보더라도 지금과는 눈에 띄게 많이 달라졌다. 그분들의 시절에는 20대가 되면 다들 독립했고 그 이후, 결혼하지 않은 채 다시 합가 해서 사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30대가 되어도 결혼하지 않은 채 부모님과 사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40대에도 그런 경우가 허다하다.


유년은 괜히 유년이 아니다. 내 정서가 풍부해지고 더 자라면 그 시간은 내가 새롭게 성장한 유년이라 불릴만하다.

형과 함께 서울로 올라와 반지하와 옥탑에서 자취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3년이 넘었을 즈음, 어머니께서 서울로 올라오시면서 다시 함께 살게 되었다. 그리고 강동구의 대단지 주공아파트에서 30살에 다시 맞이하게 된 나의 두 번째 유년이 시작되었다. 그때도 느꼈지만 굳이 이 시절을 다시 유년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가족이 다시 함께 살게 되면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횟수가 많아졌고 덕분에 많은 것들을 새롭게 배우며 성장했기 때문이다. 광화문 & 경복궁 나들이, 어린이 대공원 소풍, 식물원 방문, 교외 드라이브, 쇼핑, 맛집 외식 등 오히려 20대에는 함께 하지 못했던 것들을 어머니, 형과 다 같이 다시 살게 되면서 마치 유년기의 추억처럼 새로운 동네, 새로운 고향에서의 시간들이 쌓여갔던 것이다.


그때 우리가 살던 주공아파트가 워낙 오래된 아파트라 이미 재개발에 대한 소식이 왕왕 오가고 있었는데, 이때 나는 어린 시절 내가 살았던 아파트 단지가 사라지면서 추억들이 송두리 채 사라진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우리가 살았던 집은 물론, 아파트 단지, 건물, 주변 가게들 그리고 주변 경관들 까지 모두 사진으로 남겼다. 시간이 흘러 다시는 못 보게 될 곳이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너무 서글펐기 때문이다. 재개발이 다가올 때쯤 나는 결혼을 하게 되어 인천에 신혼집을 차렸고, 이후 한 달에 두어 번 살던 동네를 오갔는데,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친하게 지내던 동네 미용실과 약국이 하나 둘 문을 닫았고 그렇게 나의 두 번째 유년의 고향이 막을 내리고 있었다.


태어난 고향이 아니더라도 수년간 지내며 추억이 쌓인 곳이 사라지는 건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그 뒤로도 수년이 더 지났다. 형과 나는 드라이브 삼아 종종 우리가 살았던 아파트 단지의 재개발 현장을 둘러보았는데, 여전히 공사 중이지만 이젠 새 아파트 건물들이 제법 높게 많이 솟아올라있었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들 사이의 도로나 가게, 경치들은 여전히 그대로라 다행인 것도 있고, 사진을 많이 찍어놓은 터라 그때가 그리우면 사진을 보며 위안을 받는다.


어머니와 형을 만나 가끔 그때 이야기를 하면 하나같이 즐거웠던 시간이었노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그곳이 우리의 두 번째 고향이었다는 걸 모두 공감한다. 다시 어머니와 형과 함께 지내던 그때, 나의 학창 시절의 기분을 느꼈음은 물론, 학창 시절엔 못했던 나들이도 함께 많이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이 시기를 나의 두 번째 유년이라고 믿는다. 이 시대, 삶의 행태가 많이 바뀌어, 아마도 나의 부모님 세대는 누리지 못했던 제2의 유년 덕분에 내 과거는 더 생동감 넘치는 추억들로 풍성해졌고, 내 현재는 추억할 좋은 기억들 덕분에 더 멋져질 미래를 꿈꾸게 되었다.

또 어떤 곳은 또 내게 소중한 추억을 안겨준 곳이 될 것이다. 지금 당신이 살고 있는 그곳이 그런 것처럼.




[이미지 출처]

*메인 및 건물, 아이 이미지: Unsplash https://unsplash.com/search/photos/nostalgia

*재건축 이미지: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732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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