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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룽지 Mar 03. 2021

출간 후 한 달이 지났다.

<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가 나오고

책이 나오고 한 달이 지났다.

책이 서점 매대에 올려지고 포털 사이트에 제목을 검색하면 제법 리뷰가 검색된다. 열심히 힘써준 창비 분들 덕분이리라.

그 사이 인터뷰도 두 건, 팟캐스트 녹음도 한 번 했다. 아침마다 출근을 하며 야근도 한다.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채 미묘하게 변화했다.

나를 정의하는 몇 가지 타이틀에 한 가지가 늘었고, 글쟁이로서의 소명의식도 강해졌다. 관심 가져주시는 독자들과 이제는 700명 가까워져 가는 브런치 구독자들에게 앞으로 어떤 글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지 날마다 고민이다. 글로 밥 벌어먹고 살 적에는 마감에 쫓겨 쓴, 매달 휘발되어 버리는 기사를 위해 이 정도 고심을 해 본 적이 없어 나름 생경한 경험이다.

출간 후, 스스로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면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쓴 사람으로서의 책임감일 것이다. 말에는 힘이 있다고, 머릿속에 담고 있던 것들을 말로 내뱉으려니 그 무게는 글로 쓸 때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졌다. 진심을 담되 과장하지 않도록. 말이 힘을 발휘하길 바라며 애쓴다. 책이 나온 후의 변화의 크기는 밖에서보다 내 안에서 더 크게 일어났다.

두 번째 이야기에 대해서도 전과 다르게 고심하게 됐다. '동거의 실질적인 모습과 문제를 쓸 거야!'라고 2년째 함께 살고 있는 남자 친구에게 입버릇처럼 이야기했지만 정작 글을 쓰려니 그 안에 어떤 메시지와 인사이트를 담아낼 수 있을지 망설여진다. 자꾸 부족한 점만 보이게 되는 첫 책 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같은 식이장애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또, 먹어버렸습니다>의 저자 김윤아 님과 좌담 형식의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다. 책이 나온 후 가장 좋은 점은 같은 관심과 고민을 갖고 있는 많은 분들을 만나 뵙고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책을 내길 가장 잘했다고 생각되는 순간들이다.

<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는 유난스럽지 않게 천천히 이 책이 필요한 독자를 만나가는 중이다. 출간 직후 일주일 정도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꿈에 부풀어 밤잠을 뒤척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처음 이 책을 쓰기 시작했을 때 가졌던 마음처럼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오래도록 이 책이 가 닿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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