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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동 Mar 06. 2024

이 모든게 내 마음 때문이라고?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다이소에서 6개월 정도 일을 한 적이 있었다. 

오전근무는 8시부터 5시까지, 오후근무는 1시 반부터 10시 반까지 

집이 가까워서 5분 컷 할 수 있었고 머리가 너무 복잡하던 때라 바로 면접보고 바로 뽑아주셔서 정말 바로 일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한 달 정도는 오전근무만 시켜주셨는데, 

아무리 출근 5분 컷이어도 아침밥, 세수, 양치, 로션, 우산, 준비물까지 내 잔소리로 아침을 보냈던 아이들이 나 없이 알아서 아침을 먹고 등교를 해야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어제 두 번 돌아갔던 빨래를 개고 아들 교복을 챙겨두고

아침밥을 해놓고 김치찌개를 끓이고 두부를 구워서 아침상을 차려둔 뒤에 

부랴부랴 내 도시락을 챙겨 세수만하고 7시 반 집을 나선다.

9시간 동안 다이소의 빡센 정리를 마치고 집에 오면 5시 반.


씻고 잠시 쉬려는데 남편 일을 돕고 있는 와중이라 내가 맡은 블로그를 좀 쓰라는 남편의 말.

알겠다고 하곤 잠깐 머리 말리며 마음을 안정시키려 교황님 미사를 듣고 있는데 

또 그 사이에 와서 교황님께 편지 좀 쓰라니까 왜 안쓰냐는 핀잔어린 말.


왜 이렇게 나한테 할 일을 많이 주냐니까 

되려 힘든 일이 머냐고 묻는다.

시간이 없는게 힘들다고 하니 한숨 쉬고 자기는 운동을 가버린다.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고 마케팅 사업을 시작한지 벌써 2주가 되어가고 난 그 일을 돕고 있던터라

남편이 운동간 사이 아직 다이소에 적응되지 않아 힘든 몸을 부여잡고 꾸벅꾸벅 졸며 블로그 글을 거의 마무리했다.

운동에서 돌아온 남편이 자기가 마무리 하겠다고 하는데, 그건 자기가 하는 동안 저녁을 차려달라는 의미다.

저녁을 사브작 사브작 차리고 있자니, 글이 왜 이러냐며 조사도 빼먹고 말 이어지는 것도 이상하다는 말이 등 뒤에서 들린다. 


고기를 굽고 있으니 저녁을 일치감치 먹은 줄  알았던 애들이 배가 고프단다. 애들 밥 안먹었냐고 하니 아까 짜장면 사먹여놓았다고 안먹어도 된단다.

"몇 시에 먹었는데?"

"2시"

그게 저녁이니 이 양반아.


고기를 구워놓고 돌아서서 설거지를 하는데 도무지 치밀어 오르는 화가 주체가 안된다.


난 24시간이 모자라게 살고 있지만, 

힘든 다이소 일을 선택한 것도 나고,

매 달 나가는 지출이 늘었으니 사업을 도와서 시간을 쪼개 블로그 쓰는 걸 돕겠다고 한 것도 나이다.

결국 다 내 몫이다.


자기들 아침 점심 저녁 먹은 설거지를 하는 것도, 일하고 돌아온 내 몫이고

강아지 똥 싼 것까지 치우라고 말해야 치우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화가 났지만 자기네들은 자기 할 일 다 했다는 투로 말하는 통에 더 말할 기운도 없다.

그렇게 할 일이 많다던 남편의 모니터에는 내가 퇴근해서 돌아올 때마다 게임이 켜져 있던 모습이 머릿 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스트레스 지수가 치솟는게 느껴지니 흉통이 오기 시작해서 설거지 때려치고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나섰다. 

지나가는 길에 있는 옷방엔 그 사이 열심히 일한 건조기 덕에 다시 가득 쌓여있는 빨래가 보인다.

내가 나간도해도 개져있지 않겠지. 결국 저것도 내 몫

가슴언저리가 다시 아파온다.


신발을 신으며 늦은 시간까지 해야할 공부를 해놓지 않은 아이들에게 짜증이 나서 기어코 한 소리를 내뱉으니

엄마 왜 저러는거니 하는 남편의 핀잔이 들려온다. 


도무지 진정되지 않은 마음과 머리를 식히며 걸으려고 하니

마른 하늘에 갑자기 천둥이 치기 시작한다.

정말 

진짜 

참 

그지같은 날이다.


우산도 옷도 챙겨입지 않고 나왔던터라 난 배려없는 그 집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오늘따라 유독 내가 힘들고 짜증나는 이유가

내가 오늘 생리를 시작해서 감정기복이 심해진 탓이고

내가 좀 더 부지런하지 못한 탓이라 돌려지는,

누구도 머라 하지 않았는데 내 생각이 나를 파먹고 있는 내 마음의 문제일 뿐일까.


말은 입으로만 내뱉어지는 게 아니다. 

몸짓, 한숨, 손의 위치, 눈의 떨림 그 모든 것이 말이고 누군가에게 전하는 메세지이다. 

자기 할 일은 다 끝냈으니 놀거 놀고 쉴거 쉬면서 내 몫은 내가 감당하라는 듯 모른체하며

나의 한숨과 말들을 모두 내 마음 하나 간수하지 못해서 짜증이나 내는 사람을 만드는 

그 공기가 너무 힘들다. 

늘 이런 날만 있진 않지만, 그 날따라 배려없는 말투와 행동들이 진절머리가 그런 날이 있었다. 


결국 흉통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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