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베스트셀러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남자와 여자의 사고방석이 다르다는 본질적인 차이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던 책이였다.
그 당시 난 별로 관심이 없던 분야여서 읽어보진 않았지만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제목이 뇌리에 박혀있던 책이었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말들에 대해 고민하는 요즘, 이 책이 들춰보고 싶어졌다.
남자와 여자의 본질적인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우린 이야기를 해본 적이 있었다.
결혼 후 살던 곳을 떠나 낯선 곳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살게 되면서 아이들 또래 엄마들과 많이 친해졌었다.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놀러다니고, 생일잔치를 하고, 집에 무슨 일이 생기면 가족만큼 아끼면서 살았다. 그렇게 가까이 살다보니 사실 서운할 일들도 많이 생겼고, 오해가 쌓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 날 언니들에게 이런거 좀 서운하더라 저런게 좀 서운하더라 하고 저녁에 남편에게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그럼 만나지마. 머하러 만나면서 스트레스 받아."
"아니, 스트레스를 받는다는게 아니라 그냥 서운했다고. 근데 언니 입장은 다를 수도 있는거잖아."
"그 사람은 원래 좀 그래. 그냥 내일부터 아는 척하지 말고 다녀. 스트레스 받지 말고."
당시에는 이 대화가 너무 혼란스럽기만 했는데, 추 후에 왜 당신은 그렇게 말을 하냐고 하니
"난 당신이 말을 하면 그 일을 해결해줘야 한다고 생각해.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그래. 그게 누구든 어떤 말을 하든 해결할 방법부터 찾게 되어 있어."
"난 해결해달라고 하는게 아니야. 그냥 서운했었구나 한 마디면 된다니까."
"그러니까. 난 그게 안된다고."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또 종결되었었다.
감정을 공유하고 위로받고 위로해주고 그런 가벼운 대화들이 정말 우리에겐 너무 어려운 대화의 영역인 것일까?
지금은 서로가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만큼, 해야할 말들을 조금씩 가려하는 편이고 그 편이 더 편할 때가 있지만, 난 여전히 위로해주고 위안받으며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관계를 꿈꾼다.
어느 정도는 포기했다고 생각을 했지만 최근 윌라에서 <<부부 같이 사는 게 기적입니다>> 라는 오디오북을 듣게 되었다. 30여년 간 부부상담을 진행하신 김용태 박사님께서 쓰신 글로, 가장 공감이 되었던 부분은 "감정공유"에 대한 부분이었다.
서로가 서운했던 부분들을 말하고 싸우며 이해해 나가는 과정을 많이 겪는 부부일수록 잘 살지만, 경제적인 부분과 아이들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빼곤 서로 할 이야기 없다면 둘 사이엔 감정에 대한 공유가 되고 있지 않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하셨다.
딱 내 상황인 것 같다.
우리의 대화는 대체적으로 평화롭고 일상에 대한 이야기들도 잘 하는 편이며 큰 마찰도 없지만,
당신이 이럴 때 난 싫다 좋다 하는 이런 이야기들을 하게 되면 무언가 가로막힌 벽을 느낀다. 그게 설사 나 혼자만 느끼는 벽이라고 할지라도 이 대화들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는 것 투성이다.
그 사람은 정말 화성에서 오고 난 금성에서 살다 온 서로 다른 종족이 맞는 걸 결혼 후 10년이 지났을 때 인정하기 시작했다 생각했는데, 내가 바라는 건 무엇일까.
부부로 함께 산다는 건 정말 기적같은 일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