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 본격 맘고생 1/5
놀이방 보모 율리아는 문을 열자마자 깜짝 놀라며 내가 일주일 정도 아이를 데리고 집에서 더 쉴 줄 알았다고 했다.
독감에 옮아 일요일에 열이 났던 아이를 월, 화 지나 수요일만에 이렇게 맡기러 나올 줄 몰랐다고...
나는 분명 독감으로 인한 진단서가 수요일부터 다음 주 화요일까지 6일이니 큰 문제가 없으면 아이를 맡기겠다고 아프기 시작했을 때 얘기를 했었다.
율리아는 그때, 아이가 아플지 안 아플지 상황을 지켜보자고 말을 했었는데 그게 집에서 오래 쉬기를 권하는 완곡한 표현이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그녀는 현관문 입구에 서서, 아무래도 네 아이는 우리 놀이방과 맞지 않는 것 같다며 그만 나오는 게 좋겠다는 말을 했다.
나는 당황스러웠고, 놀랐다.
아직 2월, 바람이 너무 차니 들어가서 얘기하자고 했다. 그제야 율리아는 우리를 들여보내 주었다.
나는 월요일에 소아과에 다녀왔고, 의사 선생님도 괜찮다고 한 데다 이미 2월 달에 당신의 병가로 인해 나는 증명서류도 없이 무단결석을 이틀이나 했기 때문에 더 이상 독어 수업을 빠질 수 없어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율리아는 어이없어 웃는 표정을 한번 짓더니, 보육교사도 아플 수 있는 거라고 했다.
그렇긴 하지만 율리아는 나에게 증명서류를 주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정한 법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도시가 정한 법이다. 증명서류가 없으면 나는 무단결석이고, 교통비까지 지원해주는 이 수업에서 출석률이 나쁘면 수업에서 쫓겨난다.
이미 그렇게 걸러진 학생들이 9명이었다.
율리아는 그렇게 심하게 아프고 난 뒤 이렇게 아이를 빨리 맡기는 게 영 그렇다고 했지만, 그것은 율리아의 마음이 불편한 거지 나와 아이는 큰 문제가 없었다.
내가 이렇게 당당한 것은 이제 다 지나고 차분히 글을 쓰기 때문인 것이지, 그 당시에 나는 율리아의 그 눈빛에서 자식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모진 엄마라는 질책이 느껴져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몰랐었다.
율리아는 많은 말들을 했다. 워낙 이유가 다양했기 때문에, 그래서 도대체 왜 빈이가 더 이상 이 놀이방에 올 수 없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대략 요약하자면,
1. 아이들이 집에 가서 빈이가 때렸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했다. 그래서 부모들이 불쾌해했다고.. 아이가 보통 이렇게 공격적일 경우 대부분 가정에서 학대가 이루어지는데 너는 그런 사람은 아니라고 내가 믿으니...
빈이가 다른 아이들을 자주 때린 것은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안다. 이미 첫마디에서 나는 죄인이 되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율리아는 빈이가 다른 아이들을 때리는 것을 내가 집에서 아이를 때리기 때문이라고까지 생각을 했던가보다. 나는 정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2. 빈이가 우리 놀이방 그룹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미 놀이방에 다닌 지 5개월 째인데 여전히 아이들 사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방황한다고..
그 부분이 자기는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늘 아이들 사이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게..
빈이가 놀이방 아이들과 겉돌았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법을 잘 모르니 집에서 가르쳐주라고 했을 때 그런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었나 보다.
3. 빈이는 Aufmerksamkeit(관심)이 아주 많이 필요한 아이라 돌보는 데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든다고 했다. 아이들이 넷이나 되는데 빈이 하나에게 들어가는 에너지가 다른 아이 셋보다 더 많이 필요하다고..
너희가 보호소에서 8월 말까지 살았는데 놀이방에 다니기 시작한 것이 9월 말 아니냐며, 아이에게 그 모든 상황은 분명 쇼크였을 거라고 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봤을 때 빈이는 놀이방이 아니라 아직은 엄마 품에서 안정을 취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부모가 되어 처음으로 아이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들었다. 학교에 불려 가 고개를 숙이는 부모의 심정을 그날 처음 느껴보았다.
마음이 정말 아팠다.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고, 그래서 두 돌도 안된 아이를 놀이방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는 죄책감과 아이를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해 다른 아이들의 부모들 마음까지 아프게 했다는 미안함과 부끄러움에 나는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나는 모든 이유마다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했고, 율리아는 그런 내 표정을 살피며 내가 상처 받지 않을까 변명이라도 하듯 끊임없이 주절주절 말을 이었다.
이게 네가 아이를 잘못 키웠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라며, 자기가 보기에는 아이뿐만 아니라 너도 휴식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뜻밖의 말이었다.
1. 내가 언제나 아프고, 피곤해 보인다고 했다. 그런 와중에도 늘 웃는 모습으로 다니는 네 모습이 참 인상적이지만 집에서 좀 쉬었으면 좋겠다고..
2. 내가 너무 하는 일이 많아 보인다고 했다. 언제나 바쁘고, 늘 뭔가를 계획하고, 끊임없이 쫓기듯 사는 내 모습이 힘들어 보인다고..
아이에게도, 너에게도 너희가 당한 일은 트라우마가 되었을 텐데 안정을 취할 새도 없이 숨 가쁘게 달렸으니 이제는 좀 쉬는 게 어떻겠냐고..
3. 나더러.. 깨지기 쉬운 도자기 같아 보인다고 했다. 많은 보살핌이 필요해 보인다고.
독일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뭐가 필요하고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도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아 보이니 유겐트암트에서 도와줄 사람을 연결해주겠다고 했다.
유겐트암트 얘기를 할 때 율리아는 특히나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왜냐하면 유겐트암트는...
부모가 부모 노릇을 제대로 못하면 아이를 뺏아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면 이웃들이 신고를 하는 곳도 바로 이 유겐트암트이다.
싱글맘으로 산지 8개월이 채 못되어 나는 아이를 제대로 키우지 못해 놀이방에서도 쫓겨나고, 더 나아가 혼자서는 아이를 키울 능력이 부족해 유겐트암트에까지 불려 가게 된 것이다.
내 가슴은 이미 저릿저릿했고, 눈물이 솟구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었지만 나는 의연하게, 내 앞에서 미안해하는 율리아의 손을 붙잡고 미안해말라고 오히려 그녀를 위로했다.
더군다나 깨지기 쉬운 도자기 같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앞에서 우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었다.
내가 율리아의 말을 순순히 듣고 동의했던 것은 그 당시 상황 때문이었다.
1월 들어 율리아를 포함, 독일의 친구 엄마들까지 세 명에게 같은 이야기를 들은 터였다. 아이를 좀 더 Streng 하게, 엄하게 키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말이었다.
세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교환할 사이가 아닌데 그런 말을 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1월 한 달간 빈이를 유독 엄하게 대했다. 어떤 엄마는 아이가 백번 잘못하면 백번 혼내라고 했고, 어떤 엄마는 아이를 격리시키라고 해서 격리도 시켰다.
하지만 내가 강하게 나갈수록 아이는 더 엇나갔다. 나와 기싸움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 번은 아이가 벌을 서다 스스로의 화를 주체하지 못해 얼굴이 시뻘게진 채로 목이 쉴 때까지 악을 쓰며 울었다.
내가 쳐다보자 바닥에 침을 뱉으며 소리를 질렀고, 내가 외면하고 곁을 떠나자 공포에 질려 발을 구르며 소리를 지르고 울었다.
내 주변의 친구들이 모두, 내가 너무 아이를 부드럽게 대한다고 지적했고, 나 역시 그렇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날은 끝을 볼 작정이었다.
그러나 20분이 넘는 대치 끝에 아이가 나와 떨어지는 것에 공포를 느끼고 발을 구르며 악을 쓰고 우는 것을 보고는, 나는 더 이상 이 상황이 교육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말없이 다가가 팔을 벌렸고, 아이는 울음을 뚝 그치고 다가와 나에게 안기더니 내 품에서 서럽게 울다가 2분도 안되어 그대로 지쳐 잠이 들었다.
그런 에피소드가 이미 2월 초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날 놀이방을 나오며 아이의 교육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교육이 어디가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도대체 앞으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어쩌면 나는.. 정말 엄마 자격이 없는 사람인 것은 아닌지.. 깊은 자괴감에 빠지기 시작했다.
내 한 몸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아이를 잘 키우겠다고 다짐했던 내 자신이 바보같았다.
*이 글은 현재 사건이 아니라 2016년 블로그에 썼던 글을 옮겨온 것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글 원본과 사진은 아래 블로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blog.naver.com/frechdac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