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 세상을 다시 보게 된다.
내게는 하나 특별할 것 없는 것들이 막 세상으로 나온 아이에게는 새롭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아이가 어릴 때에는 너무 바쁘고 정신없어서 달팽이 따위에 정신 팔려있는 아이를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가슴으로는 답답해했다.
이제 슬슬 눈에 달팽이도 들어오는 걸 보면, 나도 좀 살만 해졌다 싶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의외로 빠르다, 이 녀석들.
한국에서는 집을 지고 다니는 달팽이 밖에 본 일이 없다.
집 없는 달팽이를 본 적이 있는가?
독일에는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Nacktschnecke라고 한다. Nackt는 “발가벗은, 나체의”라는 뜻이고 Schnecke는 달팽이라는 뜻이다.
한국어로는 민달팽이라고 부른단다.
한국에서 집을 반드시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가 집 있는 달팽이밖에 보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닐까?
집 없는 민달팽이가 집 이고 다니는 달팽이보다 훨씬 많은 독일에서는, 그래서 사람들이 집 사는 데 별 관심이 없나?
집이 없어서 그런가, 민달팽이는 살도 통통하게 올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