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왜 너는 당근을 그렇게 주는가

by 뿌리와 날개

아이가 자주 놀러 가는 놀이공간에 토끼들이 있다.


토끼들이 좋아하는 먹이를 자유롭게 줘도 된다.


아이들이 하나둘씩 당근을 들고, 토끼들이 다 먹도록 잡고 들고 서 있는 틈에서 빈이는 당근을 꽂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런 생각은 어디서 나는 걸까.


남의 집 아이들은 얌전하게 하나씩 들고 주는데 왜 내 아이는 당근 하나를 줘도 꼭 듣도 보도 못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줄까.

그곳에 있던 모든 아이들이 빈이 곁으로 몰려와 당근을 여기저기 꽂기 시작했다.


훗. 아이가 학교에서 맨날 혼난다는 이유를 알겠다.


하라는 대로, 하던 대로 해야 하는 독일 학교, 순종적인 아이들 틈에서 내 아이가 하는 짓은 언제나 새롭고, 너무 튄다.




그런데 난, 아이디어가 썩 맘에 든다.


열 마리 정도 되는 토끼들을 굳이 팔 아프게 들고 일일이 먹이지 않아도 되니까.


당근 좀 꽂았다고 세상 안 뒤집어진다.


학교에서 자주 혼나는 빈이가 안쓰럽다.


그렇지만 난 왠지 빈이가 학교를 벗어나는 나이가 되면 말 잘 듣는 아이들보다 훨씬 재미있고 당차게 사는 어른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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