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예술 사이
우리 동네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겨울에는 항상 눈이 내렸다는데, 최근 십여 년 사이에 눈이 사라진 것이다.
그런데 지난겨울 한차례 폭설이 내렸다.
발코니에 눈이 무섭게 쌓이는 것을 지켜보다가 문득 이글루를 지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를 통해 이글루 짓기 비디오를 보며 이론을 익혔다.
장비 챙겨 본격적으로 지으려고 봤더니 비디오와는 달리 싸라기눈이라 뭉쳐지질 않았다.
일일이 물을 떠 날라다 눈벽돌을 만들어야 했다.
아이는 한 30분 정도 거들더니 춥고 힘들다고 들어가 버렸고, 남자 친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으면서도 필요하다는 물을 부지런히 날라다 주었다.
그리고는 유리창을 통해 한가하게 책을 읽으며 내 모습을 힐끗힐끗 구경했다.
같이 만들지 않겠냐고 했더니, 자기는 사서 고생하는 취미는 없단다.
5시간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는 이글루 짓기는 어느새 혼자만의 고독한 싸움이 되었다.
기초바닥공사가 중요하다는 것을 만들기 시작한 지 두 시간 뒤에야 깨달았다.
이글루를 지어갈수록 노하우가 늘어갔고, 더 잘 짓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혼자 짓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어느새 날이 어둑어둑 저물었고, 나는 내일을 기약해야 했다.
밤에 자려고 누우니 양팔이 욱신거렸다.
근육통이었다.
아파서 도저히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를 보며 남자 친구는 다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는 뜨거운 물수건으로 찜질을 해주고 양팔도 마사지해줬다.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밤새 잘 말려놓은 장갑과 털양말을 챙겨 신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이미 눈이 내린 지 며칠째라 해가 뜨는 것을 보며 마음이 조금 초조해졌다.
경사가 기울고 천장 작업에 가까워올수록 난이도가 올라갔다.
눈벽돌이 다른 벽돌과 붙을 때까지 물을 적셔 만져줘야 하는데, 그러려면 누군가 아직 붙지 않은 눈벽돌을 잡고 고정시켜 줘야만 했다.
남자 친구는 이틀째 사서 고생 중인 나를 정말 어이없어하면서도 결국 도와줬다.
그러나 날이 풀려 눈은 더 이상 내리지 않았고, 나도 슬슬 지쳐갔다.
오늘 밤에도 근육통이 찾아올까 봐 두렵기도 했다.
결국 지붕은 열어두기로 했다.
내가 이글루 작업을 하는 이틀간 남자 친구는 생전 처음 머핀을 구웠다.
그랬다. 나는 이글루를 짓고, 그는 머핀을 굽는, 우리는 최고의 파트너였다.
지붕을 완성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던 차,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바로 미완성 이글루를 촛대로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뭔가 남극 기지 같기도 하고, 어느 행성의 분화구 같기도 한 나의 이글루는 더 이상 미완성이 아니었다.
그 겨울, 아름다운 작품이 되었다.
역시 조명 장식은 인테리어의 하이라이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