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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리와날개 Mar 16. 2023

독일에선 이 모든 걸 다 누릴 수 있으니까

저는 한국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대낮에 형광등을 안 켜도 환한 집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요.


중학교 3학년 때 제 방을 처음 가져봤고, 열 평 남짓한 그 집이 태어나서 제가 살아본 집 중에 가장 넓고 멋진 집이었지만 서울, 소위 말하는 가난한 동네에서 대문을 들어가면 돌아, 돌아서 현관문이 나오는 다세대주택 2층집에 해가 들어올 리 만무했죠.


창문을 열면 보이는 건 언제나 우리 집보다 높았던 맞은편 건물 벽돌벽이었답니다.


사방이 다 막혀서 환기도 잘 안 되는 집이었지만, 낮 12시에 쏟아지는 햇살까지 막을 수는 없었어요.


학교에 안 가는 주말이면 창 가 책상에 앉아 햇빛을 맞으며 낮 12시부터 2시까지 최화정의 파워타임을 듣는 일이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죠.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우리 법에 “일조권“이라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배우게 돼요.


그리고 친구들의 집을 방문하면서 해가 하루 종일 드는 집에 사는 사람이 비교적 많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그래서 저는, 독일에 살면서 아무리 가난한 사람도 해가 드는 집에서 살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어요.


독일에 남기로 한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감성적인 이유를 대라면 그건 하늘입니다.


저처럼 직업이 없는 사람도, 외국인도, 아빠 없이 자라는 아이와 싱글맘도 해가 떠 있는 시간 동안 원 없이 햇빛을 누릴 수 있는 독일의 환경에 감사해요.


다른 거 다 상관없이 이것 하나만으로도 저는 독일에서의 삶이 좋습니다.



통창을 열면 창문 가득 쏟아지는 나의 하늘.


20년 넘게 햇빛을 못 누려보고 살아온 저에게 보내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아래 링크에서 생생한 영상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 동네 공원 구경 오세요! 같이 뛰어요 ^^


https://youtu.be/wUngmJsqq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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