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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리와날개 May 15. 2021

아이가 버거워지기 시작한다

공식적으로 싱글맘이 되어 혼자서 이를 챙기기 시작한   달이 넘었다.

그런데 벌써 혼자서는 이가 버거운 그런 순간이 왔다.



물론 그 전에도 남편이 육아를 많이 도와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딱히 더 어려워진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집에서 살던 때와 밖에 나와 사는 것은 많이 다르다.



또 정신적인 부담도 크고, 아이가 쑥쑥 크다 보니 육체적인 피로도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난다.

돌까지는 정말 괜찮았다.

아이가 뭘 하든, 얼마나 어지르든 괜찮았다.

마음의 여유도 충분했고, 아이도 예뻤다.








그런데 하루 종일 조그만 보호소 방 안에서 아이와 복작거리고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울화통이 치밀 때가 있다.



개월 수는 정말 못 속인다고..

12개월 다르고, 14개월 다르고, 16개월은 또 다르다.



이가 유난히 말을  듣는 날이 있는데, 생각해보면 사실  컨디션이  좋은 날이지 이는 한결같다.

 건강한 개구쟁이 그대로다.



그런 우리 아들에게 요즘 들어 내가 부쩍 이런 말을 자주 한다.



하지 마, 쫌!

그만해, 제발!

아우, 또 시작이니?

엄마 힘들어, 응?

그만하라고 했잖아!

너 왜 그러니 도대체!

너 자꾸 이러면 엄마 정말 힘들어!

그러지 마!



다 내가 너무나 싫어했던 말이다.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아는데.. 그런데 그런 말들이 울컥울컥 올라온다.



그럴 때면,

정말 아이 없이 단 세 시간만이라도 노곤 노곤한 곳에서 몸을 풀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엄마, 엄마하고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마저도 듣기 싫을 때가 있다.








너무 힘들었던 날,

정말 그런 말을 내뱉을 뻔한 적이 있다.



너 이렇게 엄마 힘들게 하면 정말 엄마 너 못 키워.
엄마 갈 거야.




'저런 말을 도대체 왜 하는 걸까' 하고 살았던 나다 그동안.

그런데 나도 모르게 그 말이 진심으로 나올 뻔했다.

그 순간에는 정말...

나 혼자 이 사고뭉치 아이를 감당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같이 낳아 기르기로 한 아이를 왜 나만 이렇게 힘들게 끼고 키우며 지지고 볶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억울해서 정말 다 내팽개치고 나가버리고 싶은 그런 순간이, 싱글맘이 되고 나서 딱 한번 그런 순간이 있었다.



엄마랑 전화통화로 한참을 그런 얘기를 쏟아냈다.

엄마는 당연히 그러지 말라고 했지만, 내가 우리 엄마가 아니면 어디서 가서 이런 말을 맘놓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좀 엄마한테라도 이런 말 막 할 수 있게 내버려 두라고 했다.



엄마는 묵묵히 내 얘기를 들어줬고 통화 끝에 나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힘들다고... 서럽다고...

너무너무 힘들다고....

그냥 힘들다는 말만 반복했다.



힘들다... 힘들다...








그 사이 곤히 잠든 아이 얼굴을 보니 더 눈물이 났다.

아무것도 모르고 잠든 이를 보니 아까 했던 모든 생각들이  너무 미안해졌다.



물론 나도  없이  살지만..

그래도 아이가 잠시나마 자기 곁을 떠나고 싶어 했던 엄마 마음을 안다면 얼마나 불안하고 두려울까.



어른인 나도 때로는 감당하기 힘든 현실인데,

그런 내가 흔들리면, 나한테 모든 걸 의지하고 있는 이 조그마한 아이 마음은 어떻게 되는 걸까.



내가 좀 더 힘들더라도 내 마음을 잘 추슬러야 한다.

아이 가슴에 생채기가 나지 않도록.



그리고, 당분간만이라도 우리 아이라는 생각을 좀 접어야 할 것 같다.

차라리 나 혼자 낳아 키운 내 새끼라는 생각이 내 마음에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어차피 찾아오지도 않는 아빠.



빈이는 애당초부터 내가 책임져야 할 내 새끼라고 생각하는 게 훨씬 속이 편하다.

그럼 억울하다는 저런 비겁한 생각은 들지 않을 테니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 건 나에게도 의외였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그런데 지치고 힘든 끝자락에 다가서니 그런 마음이 올라왔다.

부끄럽지만 나도 모르게 내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있었던 거다.



이가  커서  이런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모두 이해하기 전에 마음을  추스르고 싶다.

아이가 어려서 아직 잘 모르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던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아직 모든 걸 다 극복하지 못한 나로서는 그나마 다행스럽다.



내 마음을..


잘 다스려야겠다.







*표지 이미지 출처 : Google 이미지 검색, 검색어 "Traurige Frau"

*이 글은 현재 사건이 아니라 2015-2018년 사이에 제 블로그에 썼던 글을 옮겨온 것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글 원본과 사진은 아래 블로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blog.naver.com/frechdac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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