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버거워지기 시작한다

by 뿌리와 날개

공식적으로 싱글맘이 되어 혼자서 아이를 챙기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었다.

그런데 벌써 혼자서는 아이가 버거운 그런 순간이 왔다.



물론 그 전에도 남편이 육아를 많이 도와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딱히 더 어려워진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집에서 살던 때와 밖에 나와 사는 것은 많이 다르다.



또 정신적인 부담도 크고, 아이가 쑥쑥 크다 보니 육체적인 피로도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난다.

돌까지는 정말 괜찮았다.

아이가 뭘 하든, 얼마나 어지르든 괜찮았다.

마음의 여유도 충분했고, 아이도 예뻤다.








그런데 하루 종일 조그만 보호소 방 안에서 아이와 복작거리고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울화통이 치밀 때가 있다.



개월 수는 정말 못 속인다고..

12개월 다르고, 14개월 다르고, 16개월은 또 다르다.



아이가 유난히 말을 안 듣는 날이 있는데, 생각해보면 사실 내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지 아이는 한결같다.

늘 건강한 개구쟁이 그대로다.



그런 우리 아들에게 요즘 들어 내가 부쩍 이런 말을 자주 한다.



하지 마, 쫌!

그만해, 제발!

아우, 또 시작이니?

엄마 힘들어, 응?

그만하라고 했잖아!

너 왜 그러니 도대체!

너 자꾸 이러면 엄마 정말 힘들어!

그러지 마!



다 내가 너무나 싫어했던 말이다.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아는데.. 그런데 그런 말들이 울컥울컥 올라온다.



그럴 때면,

정말 아이 없이 단 세 시간만이라도 노곤 노곤한 곳에서 몸을 풀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엄마, 엄마하고 귓가에 울리는 아이 목소리마저도 듣기 싫을 때가 있다.








너무 힘들었던 날,

정말 그런 말을 내뱉을 뻔한 적이 있다.



너 이렇게 엄마 힘들게 하면 정말 엄마 너 못 키워.
엄마 갈 거야.




'저런 말을 도대체 왜 하는 걸까' 하고 살았던 나다 그동안.

그런데 나도 모르게 그 말이 진심으로 나올 뻔했다.

그 순간에는 정말...

나 혼자 이 사고뭉치 아이를 감당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같이 낳아 기르기로 한 아이를 왜 나만 이렇게 힘들게 끼고 키우며 지지고 볶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억울해서 정말 다 내팽개치고 나가버리고 싶은 그런 순간이, 싱글맘이 되고 나서 딱 한번 그런 순간이 있었다.



엄마랑 전화통화로 한참을 그런 얘기를 쏟아냈다.

엄마는 당연히 그러지 말라고 했지만, 내가 우리 엄마가 아니면 어디서 가서 이런 말을 맘놓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좀 엄마한테라도 이런 말 막 할 수 있게 내버려 두라고 했다.



엄마는 묵묵히 내 얘기를 들어줬고 통화 끝에 나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힘들다고... 서럽다고...

너무너무 힘들다고....

그냥 힘들다는 말만 반복했다.



힘들다... 힘들다...








그 사이 곤히 잠든 아이 얼굴을 보니 더 눈물이 났다.

아무것도 모르고 잠든 아이를 보니 아까 했던 모든 생각들이 다 너무 미안해졌다.



물론 나도 아이 없이 못 살지만..

그래도 아이가 잠시나마 자기 곁을 떠나고 싶어 했던 엄마 마음을 안다면 얼마나 불안하고 두려울까.



어른인 나도 때로는 감당하기 힘든 현실인데,

그런 내가 흔들리면, 나한테 모든 걸 의지하고 있는 이 조그마한 아이 마음은 어떻게 되는 걸까.



내가 좀 더 힘들더라도 내 마음을 잘 추슬러야 한다.

아이 가슴에 생채기가 나지 않도록.



그리고, 당분간만이라도 우리 아이라는 생각을 좀 접어야 할 것 같다.

차라리 나 혼자 낳아 키운 내 새끼라는 생각이 내 마음에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어차피 찾아오지도 않는 아빠.



빈이는 애당초부터 내가 책임져야 할 내 새끼라고 생각하는 게 훨씬 속이 편하다.

그럼 억울하다는 저런 비겁한 생각은 들지 않을 테니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 건 나에게도 의외였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그런데 지치고 힘든 끝자락에 다가서니 그런 마음이 올라왔다.

부끄럽지만 나도 모르게 내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있었던 거다.



아이가 더 커서 내 이런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모두 이해하기 전에 마음을 잘 추스르고 싶다.

아이가 어려서 아직 잘 모르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던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아직 모든 걸 다 극복하지 못한 나로서는 그나마 다행스럽다.



내 마음을..


잘 다스려야겠다.







*표지 이미지 출처 : Google 이미지 검색, 검색어 "Traurige Frau"

*이 글은 현재 사건이 아니라 2015-2018년 사이에 제 블로그에 썼던 글을 옮겨온 것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글 원본과 사진은 아래 블로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blog.naver.com/frechdac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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