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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t Jul 30. 2023

본캐

청계천 런웨이


시청역을 나와 광화문 방향으로 걸어가면 오른쪽에 청계광장이 보인다. 여기서 항상 청계천을 내려다본다. 어느 날 직접 가보자는 생각에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물소리가 생각보다 크다. 의외로 물은 맑다. 일렁이는 물결에 반사된 햇빛을 찍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태양을 찍기 위해 치켜든 시선 앞에 뜻밖의 실루엣이 카메라를 의식한 듯 자세를 잡고 있었다. 렌즈를 향하고 바로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순간 프로 모델처럼 날아오르며 바로 다음 포즈를 취해 준다.


나중에 찾아보니 ‘청계천 왜가리’라고 유명한 녀석이다. 사람인 나보다도 사람에 익숙해진 것 같다. 관종인 것 같기도 하다. 청계천 물길을 런웨이 삼아 날개를 펼친 채 날아 주면 양옆 관중석에 앉아 있던 관람객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저 사냥에 집중하기 위한 행동 일 텐데 그게 멋있어 보인다.

역시 자기 일을 할 때가 제일 멋있어 보이는 법이다. 새는 날아올라야 하고, 나는 계속 찍어야 한다. 멋있게 살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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