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ot Nov 06. 2023

방심했더니 가을

코스모스, 은행나무, 단풍나무, 그리고 일교차


 누레진 은행나무 아래를 지나다가 구린내가 나면 가을이 왔음을 깨닫는다. 으깨진 열매를 밟지 않으려 예의주시 한다. 잘못 밟았다간 운전하는 내내 똥내를 맡을 수도 있다.

 초록만 무성했던 저 멀리 산은 불그스레한 얼룩이 곳곳에 피어나 있다. 코스모스는 가을의 대표 크루. 비염이 없어서 다행이라 여기며 잔뜩 펼쳐진 꽃밭을 누비고 꽃내음을 한껏 마신다. 핑크뮬리는 언젠가 생태계 교란종 이라며 씨를 말려 버리더니 요즘 들어 다시 조금씩 심는 분위기다. 역시 예쁜 건 끝까지 살아남는다.

 알록달록함에 취해서 사진을 찍다 보니 해가 빨리 떨어진다. 분명 낮엔 더웠는데 밤이 되니 춥다. 미처 외투를 꺼내 입지 못해 닭살이 여기저기 피어난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추위 녀석이 이제 익숙해질 만한데도 매년 당한다.

 가을 하늘과 얼굴에 부딪히는 선선한 바람이 딱 좋았다. 이제 곧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바람과 추위를 맞이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소름이 돋는다. 오들오들 떨면서 집에 도착해 작년 겨울에 입었던 외투를 꺼내놓았다. 올 겨울도 잘 부탁해!




작가의 이전글 을왕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