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선택의 순간에서 만난 서로 다른 방향의 고민들.
우리는 설렘을 안고 또는 그저 떠밀리듯 커리어의 시작점에 서게 됩니다. 그 길을 가다보면 좀 더 넓은 길로, 혹은 다른 길로 시선을 옮겨 걷고 싶기도 하죠. 때로는 그 여정의 중심에서 주인공이 된 듯한 희열을 맛보기도, 혼자인 듯한 외로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루트임팩트가 준비한 제 3회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 <일하고 싶은 자, 일하고 있는 자, 일하기 싫은 자>에서는 다양한 일의 모습과 의미, 그리고 그 중심에서 ‘나’를 발견하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제 3회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의 기록을 여기에 그대로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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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
남들과는 다르게, 하지만 남들의 기대를 외면하고싶지 않은 커리어 선택의 순간, 각기 다른 태도로 커리어를 선택한 밀레니얼과 Z세대를 만납니다. 전통적인 커리어를 선택했거나, 세상에 없던 일을 만들어냈거나, 생계유지수단으로써 일의 가치를 재발견한 사람까지. 이들에게 커리어의 의미는 무엇인지 그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패널(좌측부터)
<저 청소일하는데요> 작가 김예지 일러스트레이터,
밀레니얼 시사메일링 서비스 뉴닉(NEWNEEK) 빈다은 COO,
대전광역시 유성구 황은주 의원.
진행
루트임팩트 최병주 매니저
안녕하세요, 루트임팩트 최병주입니다. 남들과는 다르게, 하지만 남들의 기대를 외면하고 싶지 않은 커리어 선택의 순간. 각기 다른 태도로 커리어를 선택한 밀레니얼과 Z세대를 만납니다. 전통적인 일을 선택했거나, 세상에 없던 일을 만들어냈거나, 생계유지 수단으로써 일의 가치를 재발견한 사람까지. 이들에게 커리어의 의미는 무엇인지 그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각각 전통적인 커리어에 대한 접근(황은주), 세상에 없던 뉴미디어를 만들어낸 경우(빈다은), 그리고 일이라는 것을 자아실현을 위한 혹은 생계유지 수단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시는 경우(김예지)이십니다. 하지만 세 분 모두 밀레니얼 혹은 Z세대에 속한다는 점에서 커리어에 대해 접근하는 다양한 태도와 모습이 기대되기도 하죠. 요즘 하고 있는 일의 근황을 간단히 업데이트 부탁드리겠습니다.
'청소일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창업한 지 1년, 여전히 좌충우돌하며 지내고 있어요.'
'의원으로 당선된 후 1년간을 돌아보고 있어요.'
김예지
저는 여전히 청소일을 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고요. 거기에 추가로 책을 출판 하기 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강연가”라는 타이틀이 생기게 됐습니다. 이 타이틀에 맞게 요즘은 정말 바쁘게 강연을 다니고 있어요. 당연 여전히 그림과 청소도 하고 있고요. 그래서 근래는 사람들 앞에서 저의 이야기를 말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또한 그들의 이야기들을 들을 시간이 많아졌다는게 저의 변화라면 변화인 것 같습니다. 생각 외로 강연가라는 타이틀이 너무 흥미롭고 재미있어, 이런 기회도 많이 많이 생기길 고대하는 중입니다.
빈다은
막 창업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창업을 한지 1년이 다 되어가더라고요. 모르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서, 서비스에 대해 설명을 간단히 드려야할 것 같은데요. 뉴닉은 월수금 아침마다 시사 이슈를 일상의 대화처럼 정리해서 이메일로 보내드리는 서비스예요. 약 5만 명의 구독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비스 본격적으로 시작한지는 7개월차인데, 여전히 좌충우돌 부딪히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 발행 어떻게 조금이라도 빨리할까'였다면, 요새는 좀 더 ‘어떻게 우리가 함께 더 행복하게 일하며, 잘 할까'에 포커스 맞춰진 삶을 살고 있어요.
황은주
이번 주에 회기가 끝났어요. 얼마 전 당선된 지 1년을 맞이했는데요(내일 모레가 임기 시작한지 꼭 1년이랍니다). 그동안 한 일들을 정리하고 자평하는 시간을 갖고 있어요. ‘의정보고서’를 작은 브로셔와 짧은 영상으로 만들어보려고 기획 중이에요. 그 이야기를 나누는 ‘의정공유회’도 열어볼까 해요. 1주년 기념해서 명함도 새로 파고요.
세 분 모두 밀레니얼 세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한 편으로는 일반적인 밀레니얼 혹은 Z세대가 쉬이 택하지 않는 커리어의 모습을 이행하고 계십니다. 이를테면, 대부분의 경우처럼 수십개 일반기업에 이력서를 넣고, 입사 후 부서배치를 받는 형태는 아니라는 것인데요. 그래서 일러두자면, 청중분들께서는 앞에 계신 이 세 분을 각기 다른 캐릭터의 페르소나라고 생각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커리어 선택과 이행에 있어 가장 큰 고민이 되는 세 개의 축- 정확히는, '잘 알려진 커리어, 이전에 없어서 만들어낸 커리어, 생계유지 수단으로서의 커리어' 라고 언급하는 것이 정확할 것 같아요. 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을 테니까요. 자 그럼, 세 분이 각각 지금의 일을 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들어보고 싶습니다.
'생계와 자아실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투-트랙의 직업을 선택했죠.'
'불확실성이 곧,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다는 장점으로 다가왔어요.'
'제가 사는 동네에서 변화를 만드는 게 곧 자유롭게 사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김예지
일단 구직활동에서 계속 낙방했었고, 그래서 프리랜서로 전환을 했는데 그래도 꾸준히 일이 들어오지 않았었죠. 사실 저는 이후에 상품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으로 회사를 다녔었어요. 제가 추구하고자 했던 일러스트레이터와는 아예 다른 성격의 커리어였죠. 게다가 심리상담 결과 조직문화에 적응하는 게 굉장히 힘든 사람이었더라고요. 그렇다고 일러스트레이터로 커리어를 전환하자니 직장생활을 짧지만 했었고 게다가 저는 서양화과를 나왔기 때문에 포트폴리오가 굉장히 부족했어요. 그렇다고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작업을 놓고 싶지는 않았기에 너무 고민이 많았어요. 그 때, 저희 엄마가 작업만 하는 것은 지속가능하기가 힘드니 two-track으로 일을 해 보면 어떻겠냐고 하시면서 함께 청소 일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해주셨어요. 그래서 청소 일을 시작했고, 작업과 청소일을 병행하고 있죠.
아직 제게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능력을 발휘할 시기가 없었고, 다만 저의 일상을 만화로 그려내기가 참 쉽더라고요. 평소 독립출판에도 관심이 많았고 저의 이야기를 만화라는 방식으로 그려내면 참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화는 태어나서 한 번도 그려본 적이 없어서 최대한 간단히, 이야기를 담아 그리게 됐죠. 예상치 못했는데, 이 만화가 처음에는 독립출판으로 세상에 나왔고 이를 바탕으로 출판사에서 러브콜이 많이 왔어요. 처음으로 연락 온 게 21세기북스였고 에디터님들과 함께 출간을 하게 된 것이 ‘저 청소일하는데요?’라는 제 책이예요. 세상에 나오기까지 거의 10개월 정도 된 것 같아요.
빈다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어떻게 하면 잘, 왜곡 없이 전달을 드릴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그냥 스스로 “이거 왜 했냐" 물으면, 가장 솔직한 대답은 “이런 걸 줄 알았냐" 인 것 같아요. 오히려 왜 순간순간 창업가가 이런 거구나! 알게 될 때도 안 때려쳤나를 물어보는 게 더 진솔한 질문일 것 같습니다. 정말로, 1년 전 지금의 일을 하겠다고 결정할 때는 ‘창업가가 되겠다’고 결정하는 것과 정말 달랐어요. 오히려 ‘이런 프로젝트-볼 뉴스가 너무 없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한 뉴스 만드는 것-' 있는데. 빡세게 같이 해볼래? 같이 느껴졌고요. 회사를 세운다는 생각이 되게 어렴풋하게 있었던 것 같아요. 다만 세상에 이게 필요한 서비스라고 생각하고, 기왕이면 내가 잘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라는 생각만 있었죠.
제가 마침 딱 졸업반(수업 1-2개 들으면 졸업할 수 있는)이었고,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는 프레셔를 받는 시기였어요. 그 프로젝트에 함께 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물론 공동창업자가 너무 좋고, 비즈니스가 잘 될것 같다는 등 여러 생각이 이 들었지만, 되게 오랜만에 “이게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 하는 설렘 같은 게 있었고 나 자신을 그런 불확실성에 조금이라도 어릴 때 좀 던져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어차피 저는 제너럴리스트이고, 앞으로도 사회가 원하는 스페셜리스트(특정 분야의 박사, 변호사, 개발자 등)로 살아가긴 재미를 덜 느낄 것 같다는 건 스스로가 알고 있었는데, 사회에서는 자꾸 이런 사람들에게 대안은 안 주고 겁만 주는 거죠. 대학에서도 자조적인 분위기만 있고. 그래서 오히려 불확실하다/아무도 해 본적이 없는 길이다는 것이 ‘제가 하나의 새로운 업을 만들 수 있고,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장점처럼 다가왔었어요. 더불어 앞으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진짜 필요한 스킬이 뭘까 생각했을 때, 저는 fancy한 여러가지 스킬들은 나중에 배우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문제를 설정하고, 예쁘지 않지만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풀어보고. 그러면 창업을 하다가 정말 망해도 너무 값진 경험이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황은주
돌이켜보면 대학을 졸업할 즈음에는 무모할 정도로 용감했었던 것 같아요. 영리기업에 가는 게 곧 ‘부자가 더 부자 되는 일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공무원은 마치 수동적인 사람처럼 느껴져서(법과 규정에 뒷바라지를 하는 일이라 생각해서) 하고 싶지 않았어요. 공무원 시험에 20대인 제가 시간 등의 자원을 쓰기 아깝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죠.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비영리재단에 지원을 했었는데요, 대부분 다 낙방하고 고민이 많았어요. 더군다나 가장 가고 싶었던 기관에서 ‘나이가 왜 이렇게 많냐’, ‘해외 유학도 안 다녀오고 지역에서 무얼 했냐’ 등의 질문만 받고 제 생각은 거의 보여주지도 못했었고요. 지방 국립대를 졸업했으니까, 그런 질문들을 예상 못 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객관적인, 이른바 ‘스펙’에서 밀렸으니까요. 하지만 채용 기준과는 다른 질문만을 제게 하는 것을 보면서 제가 바라보고 있던 비영리 섹터에 대한 실망감도 컸죠.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결국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곧 제가 사는 동네에서 주위의 동료들과 작게 변화를 만들어나가자는 거였어요. 오히려 그게 자유롭게 사는 거라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대전 유성구에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청년 실태조사와 보고서를 만들었고요. 시청에 찾아가서 정책을 제안하면서 살았어요. 그러다보니까 동료들도 생기고, 지역사회에서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어른들도 알게 됐어요. 이후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고, 같은 시기에 아버지가 부당해고를 당하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길을 만들자는 생각을 했죠.
이야기를 들어보니, 세 분 모두에게 각각 직업이라는 것이 삶의 과정 속에서 다른 의미로 찾아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요즘, 유수의 미디어를 살펴보면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으로 “남들과는 다르게, 나답게, 내 삶의 의미를 찾아서”라는 이야기가 많이 등장해요. 이렇게 말을 하니까 마치 광고카피 같아서 조금 오글거리기도 하는 것 같은데요, 세 분에게 지금 시점에서 ‘직업’은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세요?
'직업이라는 타이틀을 떠나, 좋은 일이란 무엇일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저한테 뉴닉은 직업 이상의 의미, 그냥 제 삶이기도 해요.'
'저의 직무수행이 공동체의 성패와 연결되기도 해요.'
김예지
'청소 일로 생계를 유지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자아실현한다'고 썼듯, 사실 제가 책에 직업의 의미를 적어두긴 했었죠. 그런데 최근 다른 인터뷰를 하면서 든 생각은, 직업이라는 타이틀을 떠나서 ‘좋은 일이란 뭘까’에 대해 고민이 들더라고요. 요즘 드는 생각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주지 않고 나 자신에게 떳떳한 노동을 지속할 수 있다면 그게 곧 ‘좋은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가치 있는 노동을 하는 것이 반복되면 그게 곧 ‘일’이 되는 것이고요. 제가 책에서 말씀드렸던 ‘직업 = 나’의 수식에 따른 한정적인 의미보다는 조금 더 포괄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효능감에 대해서 말하자면, 저는 청소일은 생계를 위한 거지, 효능감을 위한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요. 반면 그림을 그릴 때 효능감은 상처 받은 영혼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순간이 되었을 때죠. 사실 접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 안하고 이 책을 만들었는데, 자기에 맞게 해석을 해 주시더라고요. 자존감이 많이 깎여 있을 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알려주었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또 인정욕구에서 벗어나서 나의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용기도 얻었다고 하시는데, 그 때 효능감을 느꼈어요.
빈다은
‘직업'이라는 뜻이 애초에 생계 유지를 위해 내 능력과 적성에 맞는 일을 하는 것이라는 뜻인 것 같아요. 근데 제게 뉴닉은 직업 이상의 의미이긴 해요. 이미 생계 유지를 위한 수단은 아닌거죠. 어떻게 보면 좀 촌스럽긴 한데(요새 분들 퇴근 하시고 또 다른 나를 찾는 게 멋있고, 힙하죠), 저한테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제가 풀고싶은 문제를 잘 풀어내는 일이에요. 그래서 지금의 직업은 그냥 제 삶이기도 해요.
많은 분들이 “직업이 삶인 게 너무 힘들지 않냐” 라고 물어보실 것 같은데. 물론 힘들 때도 있죠. 이게 앞에서 말씀드렸던 “왜 창업가 때려치지 않는가” 와도 좀 이어지는 대답일 것 같은데요. 잠을 너무 못 자는 삶이 이어지는 순간에서도, 내가 받는 보수에 대해 생각해 볼 때도, 아웃풋이 나오지 않을 때도 분명히 있고. 때려치고 싶은 순간이 있지만요. 삶을 살다가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생의 기쁨을 사랑하면 죽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창업가만이 느낄 수 있는 생의 기쁨이 좋았던 것 같아요. 내 손으로 일궈낸 것들이 세상에서 빛을 볼 때, 나의 업의 방향성을 내가 가장 진정성있는 순간으로부터 찾을 때, 마치 자식이 생긴 마음처럼 어떻게 저런분들이 내가 하고 싶다는 일을 도와서 같이 일해주실까 하는 감사한 마음이 들 때 모두 참 행복한 일입니다.
황은주
저도 다은님처럼 지금 의원직이 직업이라기 보다는, 삶 그 자체라는 의미가 커요. 삶을 넘어서, 실은 소명 그 자체에요. 우선은, 제가 ‘직업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경력과 깜냥이 안 되고요. 또 직업적 목표로서 의원직에 도전한 것이 아니었어요. 사회적 약자들을 포용하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서, 그리고 그걸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 정치다라는 걸 느껴서 도전하게 되었어요. ‘직업 정치인이 많아져야 한다’는 명제에는 동의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정치를 업으로 삼을 정도로 전문성을 가진 정치인이 늘어나야 한다는 의미지, 정치에 의존해서 사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또 흔히 말하는 ‘직업’과는 확실히 다른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한 공동체를 책임지는 공인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죠. 저의 직무수행이 그냥 저 개인의 성공이나 실패로 끝나는게 아니라, 공동체의 성공과 실패로 연결돼요. 일반 직업인들은 직장에서만 자신의 직업인으로서의 자아를 갖지만, 저는 어찌보면 24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불특정 다수에게 평가를 받아요. 능력 뿐 아니라 인성, 도덕성을 함께 갖춰야 하죠.
결국 직업 선택의 중심에 내가 있고- 직업이라는 것에 내가 잠식되지 않는 것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하지만, 이걸 바로 서게 하고 잘 버틸 수 있게 하는 건 다시 내 주변의 환경인 것 같기도 하거든요. 은주 님의 마지막 이야기를 듣다가 생각이 드는 건데, 수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선택하고 커리어를 이어나가며 주위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기가 쉽지 않거든요. 심지어 가족조차도 내가 ‘어떻게 일하는지’ 보다는 ‘무슨 일을 하는지’에 관심을 먼저 가지는 경우가 있잖아요. 세 분은 어떠세요?
'저는 일찍이, 이기는 것보다는 견디는 것을 선택한 거죠.'
'남들이 다 안 된다고 하면 블루오션이라고 직감하는 편이예요.'
'다른 자리에 있게 돼도 행복을 느끼는 지점이 같다는 걸 발견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김예지
제 책의 가장 큰 화두가 바로 ‘사회적인 시선’ 이예요. 청소일은 그야말로 시선에 던져지는 직업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일찍이 ‘이기는 것’보다 ‘견디는 것’을 택한 거죠. 그러고 나서 생각해보니 일단 내 인생을 살아가는 게 ‘나’이고, 주변의 시선보다는 나한테 집중하면 괜찮은 것 같아요. 너는 나 대신 내 인생을 살아줄 수 없고, 나 대신 버텨줄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면, 휘둘리지 않고 가고자 하는 목표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더라고요.
빈다은
저 같은 경우에는, 남들이 다 안 된다고 하면 ‘이건 블루오션이야!’라고 직감하는 편이에요. 10명 중에 7명이 ‘그런 거 왜 해’라며 시선을 보내도, 한두 명이 ‘와 재밌다’고 진정성 있게 반응하면 그것에 더 집중해요. 실제로 잘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제가 데이터분석을 공부할 때, 그 때는 문과 출신이 데이터분석 거의 안 했었거든요 참고로. 하지만 그 때 전 분명 ‘이 분야 잘 될 것 같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잘 됐어요. ‘잘 될거야’라고 선택했던 결과가 좋았던 적이 있었기에 점차 주변 시선에 신경 안 쓰게 된 것 같아요.
황은주
주변의 시선, 자기 업이 지지받는 환경이냐는 중요한 것 같아요. 지속가능함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느껴요. 저는 고집이 있는 편이어서, 누가 뭐래도 마이웨이를 가는 성향임에도 불구하고, 시민활동가로 살 때, 항상 목말랐던 것은 ‘사회적 존중’이었어요. 명예 이런 게 아니라. 그런 정도는 바라지도 않았고, 무시 받는 일이 많아서, 그게 힘들었어요. 그런데 의원이 되고 나서, 제 내면은 변한 게 없고, 하는 일의 본질도 같은데, 너무나 달라진 시선이 한편으로는 씁쓸하더라고요. 한국이 특히 간판에 죽고 못사는 사회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이렇게 극과 극을 경험해보니 오히려 겁이 없어지기도 해요. 여전히 저는 퇴근할 때 제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는 것에 행복한 거에요. 다른 자리에 있게 돼도 행복을 느끼는 지점이 같다는 걸 발견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직업에 대한 환상이 없어지니까 겁이 없어져요. 그래서 저는 제 직위가 곧 저라는 착각에 빠지는 걸 경계하고 있어요. 잠깐 시민들이 맡겨주신 권한인데, 그게 원래 제 것이었던 것 마냥 착각하고, 그것에 집착하게 될까봐, 그게 가장 두려워요. 저의 본질을 잘 지켜내고 싶어요.
직업이라고 하는 게, 어쩌면 사회적인 관계에 더 가깝다는 생각도 드네요. 어쩌면 직장을 갖고, 이직하고, 퇴사를 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크게 바뀌는 게 없는데 한국 사회에서는 직장이라는 간판이 크게 작용하다보니 직업을 통해 사회적 관계가 크게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결국 그렇다면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아는 게 의미 찾기에 가장 중요한 것 같은데. 우리가 어릴 때부터 귀에 못 박히게 듣는 ‘네 적성에 맞는 걸 찾아라’라는 답 없는 클리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네요. 이 말은 곧 ‘네 적성에 안 맞는 걸 지워라’ 라는 말로도 들리겠네요.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면 뭐라도 해야 성에 차는 성향이다보니.'
'긴 호흡을 가지고 나의 행복에 집중해보겠다는 마음가짐'
'이전과는 다르게, 참아내는 연습도 많이 하고 있어요.'
황은주
저는 늘 공익적인 삶을 살고 싶었어요. 하고 싶은 직업은 계속 바뀌었는데, 가치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어릴 때부터 바뀐 적이 없어요. 저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스스로 가치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 일을 하는 거에요.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은 채로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 가장 힘들게 느껴져요. 그래서 기성 조직에 들어가 일을 하는 것, 대신에 안정적인 수입을 버는 것에 대한 미련을 빨리 버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무언가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면, 고치려고 뭐라도 해야 성에 차는 성향이다보니, 정치를 하게 된 것 같아요.
빈다은
저는 사실 ‘적성'이라는 말이 참 스트레스였던 것 같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직면하기 무서운 일이기도 했어요. 대학교 처음 갔을 때는 사회에서 성공했다고 불리는 그 직업들 있잖아요, 그 직업이 나의 적성이 아니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에 제 진심을 많이 무시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제가 대학교 때 진짜 열심히 했던 게 ‘인액터스'라고 대학생 비영리단체인데 비즈니스를 짜서 사회적 약자 분들을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거였거든요. 제가 그때 했었던 일이 시각장애인 분들을 위해 안마센터 설립해드리는 거였는데. 그 활동을 1년 반동안 하면서 일주일에 3-40시간씩 자발적으로 할 정도로 정말 재밌었어요. 물론 힘들기도 했지만요. 근데 그 일이 이제 팀으로 비즈니스 모델 짜서 검증하고, 이게 working하는 걸 보기 위해 온갖 궂은 일 (선릉역 가서 전단지 뿌리기 등)도 다 했어야 하는 일인데 저는 그게 내심 재밌었거든요. 다 같이 팀으로 세상에 없던 일을 만들어내고, 어떤 방법이 됐건 그걸 검증해내고 결과를 보는 일이 좋았어요. 근데 이제 그 활동을 끝내면서, “자 이제 내 적성을 찾아볼까?” 이렇게 마음을 먹었던 것 같기도 해요. 제가 좋아하는 마음을 느끼는 분야가 너무 20수년의 예상과 달라서 자꾸 인정하지를 않았던거죠.
오히려 긴 호흡으로 ‘나에게 솔직하겠다’, ‘나의 행복에 집중해보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면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게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을까 생각해요. 어렸을 때는 (지금도 일할 때도 그렇지만) 효율성이 너무 제게 중요한 워딩이라서. 어떻게 하면 돌아가지 않고 커리어를 선택할까? 같은 게 오히려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인생에서 낭비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거죠. 길게 봤을 때 마음 가는대로 진심으로 하고, 그 분야에서 default 값을 바꿔보려고 노력하고. 그런 태도가 훨씬 건강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예지
회사를 1년 정도 다니다가 퇴사를 했는데, 저는 일하면서 포토그래퍼랑 의견 충돌하는 게 너무 싫었어요. 그러면서 느낀 게, 내가 협업이라는 방식으로 일하는 게 맞는 사람일지에 대한 고민이었죠. 근데 참 재밌는 건, 저도 이전에는 그만두고 싶으면 관두는 사람이었는데, 청소일 5년째 하면서 싫은 것도 참아내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저는 말 그대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버티는 연습을 하게 된 거죠. 물론 또 직장을 다니게 된다면 적응해야 하고, 협업하는 것 보다는 혼자하는 게 좋다고 생각은 하게 되겠죠. 하지만 이렇게 버티면서, 엄마랑 일하는 게 정말 편하다는 걸 깨닫게 되기도 했고, 청소일이라는 게 경제적으로도 어느정도 여유를 주기도, 또 제 성향에 맞는 부분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빈다은
저는 재미있는 일을 좀 자극적으로 선택하는 스타일이여서, 오히려 요새 훈련은 하기 싫은 일을 어떻게 좋아하게 만들지에 대한 거예요. 물론 창업자로서 책임감이 좀 더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내가 싫어하는 일을 잘 매니징하는 것’도 삶에서 오는 훈련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엔 너무 좋아하는 것만 찾는 것 보다, 싫은 것들을 참아내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황은주
사실 어른들과 일해본 경험이 적은데, 저는 어르신들과 소통하고, 부모님 세대와 같이 일할 일이 많은 직업이거든요. 시민단체 활동을 할 때는 정말 자유롭게 했어요. 예를 들면 동료들에게 동의 구해서 출퇴근 시간 정하고, 하고 싶은 일도 유연하게 했었죠. 하지만 지금은 보이지 않는 의도를 해석하고, 수많은 이해관계 속에서 처신을 잘 해야 하고- 공인이라는 이유로 옷 입는 것부터 소소한 행동들까지 저의 선호보다는 사람들의 기대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김예지
요즘 ‘존버’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그런 말 너무 싫어하기도 하더라고요. ‘어디까지 버텨야 돼?’ 라는 생각이 들고 되게 막연해하고 불안하니까요. 하지만 저도 일단 버텨서, 아주 자그마한 실현을 해낸건데, ‘너가 했으니까 그렇게 버티라고 얘기를 하지’ 등의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하지만 이건, 우리가 다이어트할 때도 버티는 거 처럼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빈다은
진부한 얘기지만, 저는 김연아 선수보면-운동선수 인터뷰나 다큐 보면서 영감을 얻는데- 김연아 선수가 한 말 중에 ‘그냥 한다’는 말 굉장히 좋아해요. 결국에는 그 사람이 그냥 한다는 건 버틴 거고, 다만 자신이 매일매일 이 일이 미칠듯이 즐겁지 않더라도 ‘그냥 한다'는 건 이 일이 주는 기쁨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오히려 그냥 하다보니 이 일이 주는 기쁨을 더 잘 알게 될 수도 있고요.
황은주
정치하면서 어려운 건, 나이와 성별에 대한 차별이에요. 현실 정치판에서 아무래도 청년과 여성은 아직 소수집단이죠. ‘어린 게 뭘 아냐’, ‘시집 잘 가려고 의원 하냐’ 는 등의 얘기들도 그렇고, 의원이 되고 나서도 심심치 않게 겪는 성희롱, 성추행 등이 그렇죠.
무슨 일이 그렇지 않겠냐마는, 정치는 특히 혼자할 수 있는 것이 없고, 사람들이 도와줘야 할 수 있는 일들 투성이에요. 예를 들어, 제가 어떤 공약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면, 관련 시민들의 참여도 필요하지만 집행부(구청) 공무원들이 같이 움직여줘야만 일을 할 수 있는데, 현저하게 젊고 여성이기 때문에 제 발언이나 행동이 다른 의원들보다 가볍게 여겨지는 게 없지 않다고 느껴요. 간부급 공무원들이라고 하면, 제 부모님세대 나이시거나 그보다 많은 분들인데, 저의 존재 자체가 불편한거죠.
관료 집단의 저항이 또다른 숙제에요. 공무원들은 또 가장 큰 유권자 집단이자, 지역의 오피니언 리딩 집단이기도 해요. 의원은 이들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기관인데, 오직 그 역할에만 충실하다 보면, 공무원들이 의원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만들어내고, 당내 평판에도 영향을 끼치고, 그게 정치적 입지로 연결이 되어버리는, 어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때로는 행정기관의 잘못을 뻔히 알면서도 눈감아줘야 할 때도 있고, 보이지 않는 딜을 해야 하기도 해요. 주민들을 상대할 때도 그런 경우가 있어요. 제가 원하는 1을 하기 위해서는,원치 않는 99를 참아내야 하는, 그런 때 회의감이 들기도 하죠. 이럴 거면 뭐하러 의원 하나. 나도 기성 정치인처럼 물들어가는 것 같고. 협력과 견제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 항상 고민이에요. 갑인 것 같지만, 실은 모두에게 을인게 의원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믿는 가치관에 따라서 했던 일들이 내 주변 사람들의 삶에 펼쳐지는 걸 볼 때, 그 보람 때문에 정치를 하게 돼요. 공적 영역에서 성취를 해냈다는 자부심은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렇게 계속해서 스스로 다독이면서 내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요즘 밀레니얼이 직업을 선택하고 이어나가는 모습들 둘러싸고 상반된 평가가 많아요. 일각에서는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자아실현을 위해 나아간다’고 바라보는가 하면 또 한편으로는 ‘직업정신이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죠. 어떤 방식으로 ‘참아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 이른바 꼰대가 되기도, 진정한 조언이 되기도 합니다. 세 분은 이러한 평가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자기가 자신에게 인정받는 게 가장 중요하죠.'
'버틸 힘이 있어서 근육이 생긴다기보다, 근육을 키워가며 버틸 힘을 키우는 것.'
'각을 잘 재면서 나의 선택에 안정성을 만드는 것'
황은주
자기가 자신에게 인정받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요. 있는 자리에서 버텨 내든, 새로운 일을 위해 떠나든, 내가 나는 이게 최선이다 혹은 할 만큼 했다, 싶으면 된거죠.. 결국 나를 가장 잘 아는 건 나니까.
내가 지금 힘든 원인을 명확하게 정의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요. 일 때문인지 다른 이유인지, 일 때문 이면 어떤 이유 때문인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건지, 버틸지 말지. 결론을 내보는 거죠. 자기가 인생에서 하고자 하는 업이 있고 소명이 있으면, 그 업의 형태는 얼마든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예지
저는 지금이 과도기인 것 같아요. 우리가 항상 하는 말이지만, ‘겪어보지 못하면 모른다’ 처럼 따라가보고 직접 경험해봐야 아는 거라고 생각해요. 버틸 힘이 있어서 근육이 생긴다기보다, 조금씩 근육을 키워가면서 버티는 힘을 늘려나갈 때 깨달음이 올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단순히 일을 때려치우는 문제에 대해 말해보자면, 삶이 아프고 힘들면 그만둬야 하고, 좀 힘들지만, 월급날 ‘음 좀 살만하네?’ 하면 계속 하라고 얘기할 거 같아요. 월급날에도 이건 진짜 최악이고, 괜찮다는 느낌이 없으면, 그렇게까지 인생 버리며 일할 필요는 당연히 없죠.
빈다은
밀레니얼이 직업을 선택하는 모습은 진짜 다양한 것 같아요.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진정성 있는 결정인가'임과 동시에 다른 직업으로 이어나갈 때 ‘얼마나 각을 잘 재는가'도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예전처럼 어떤 일에 100% 커밋해야하거나, 완전히 때려쳐야 하는 극단적인 선택지만 있던 상황에서는 살짝 벗어났다고 봐요. 사이드프로젝트 / 슬래셔 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도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여러 개 할 수 있게 된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반증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제가 처음에 창업할 때 킴(공동창업자)에게 세 가지 조건을 얘기하면서 조인을 했었어요. (1)투자를 무조건 받을 것, (2) 연말에 어디까지 성장할 것, (3) 팀 멤버를 어떤 방식으로 꾸릴 것. 결론적으로는 딱 6개월만 커밋을 해 보면서 각을 보겠다는 거였는데, 제가 더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안전망을 만들어둔 것이라고 생각하고, 훨씬 좋았거든요. 남들이 ‘버텨라', ‘버티지 말라'라고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을 잘 재면서 내가 확신이 들 때까지 안전하게 도전하고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세 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각자가 자아 실현을 하기 위해 커리어를 선택하고 버텨내는 선은 천차만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궁극적으로 본인이 이루고자 하는 삶, 꿈의 모습에 따라서 차이가 있겠죠. 위대한 스포츠 선수의 모습처럼 대단해지는 게 본인의 꿈일 수도 있고, 그것보다는 일상적인 레벨에서 자신만의 꿈을 꿀 수도 있는 거고요. 한편으로는, 누가 봐도 멋있는 사람들, 잘하는 사람들이 가진 욕망과 꿈을 나와 동일시하기에 선택하기도 전에 불행해지는 것도 같습니다. 나의 일상과 커리어를 온전하게 잘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서 지켜야 하는 선이 각자 다르니까요. 직업 선택 이전에, 이런 부분들은 훈련을 통해서 늘기도 하지만 꼭 그런 장치가 아니어도 나의 일상적인 스트레스 강도나 견딜 수 있는 수준 등을 고려하여 균형감 있게 판단해야 하는 거 같습니다. 욕심이 있다면, 검증해나가면서 훈련하는 거고, 아니면 그 자리에서 루틴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 상이 불분명하면 너무 괴롭죠. 내가 이만큼 될 수 없겠구나, 당장 이 사람만큼, 혹은 이런 회사만큼 할 수 없겠구나 막연히 비교하기 시작하면 괴로워지는 것 같아요. 내가 지금 커리어를 시작해야 한다면, 어쩌면 지금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오히려 가장 건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첫 번째 세션이었습니다.
- fin.
작성/정리 : 루트임팩트 권용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