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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트임팩트 Jan 31. 2017

[오늘의솔루션]당신의 커뮤니티는 안녕하십니까?-3

해외 사례로 보는 커뮤니티 솔루션 : 베델의 집



[오늘의솔루션]당신의 커뮤니티는 안녕하십니까?-1('토트네스 타운'편)


[오늘의솔루션]당신의 커뮤니티는 안녕하십니까?-2('다운타운프로젝트'편)





Solution 3. 커뮤니티 에고(Ego)

(베델의 집, 홋카이도)

: 커뮤니티는 때로 개인의 자아를 찾는 길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것이 어떤 사람이든.


사진제공 : 오마이뉴스




정신질환 장애인을 대하는, 조금은 다른 방향성


  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치료와 대우는 물론, 필요한 경우도 있을지 모르나 약물 치료라든지, 격리라든지, 일방적인 교화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무조건적으로 ‘사회 복귀’나 ‘사회 참가’로 향하는 것이 치료의 종착점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는, 사회학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비장애인들이 생활하는 사회를 ‘준거집단’으로 설정하고 장애인들의 사회를 ‘준거집단에 미치지 못하는 집단’으로 설정한 잘못된 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베델의 집은 이러한 정신질환 장애인들을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도록 한 성공사례이다.


흔히, 조현병 환자의 대우는 약물과 감금, 격리로 대표될 뿐이다.



  홋카이도의 우라카와 시는 어업이 중심인 마을로써, 중심산업에서 어업이 조금씩 멀어지면서 쇠락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역 사회 경제를 지탱하는 다양한 종류와 층위의 산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러던 1978년, 일본 홋카이도 우라카와 시의 적십자 병원에 근무하던 사회복지사인 무카이야치 씨가 낡은 교회당 건물에 자리를 잡으면서 베델의 집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우라카와 적십자병원의 정신과를 거친 이들 가운데 주로 조현병인 사람들이 하나 둘씩 낡은 교회로 모이면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베델의 집이 정착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베델의 집이 문을 연 이후 ‘사회와 이웃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취지로 다시마 포장사업을 시작하지만, 재료를 공급해주던 공장과의 다툼으로 거래가 끊기게 된다. 결국 하청 사업을 그만두고, 직접 산지에서 다시마를 넘겨받아 가공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원재료 구입, 자금확보, 판로 개척 등의 해결해야 할 사항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를위한 돌파구로써 지역주민들과 협력을 시작, 사회와의 접촉면을 넓혀간다. 산지 직송 사업 시작 후 5년(1993년), 유한회사 ‘복지숍 베델’을 설립하였고, 현재 연간 매출액 1억엔 초과 달성 및 지역경제에 비중 있는 파급을 내는 기업체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사진제공 : 오마이뉴스


  베델의 집은 장애인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제공한다. 활동보조인(헬퍼, ヘルパー)제도가 그 중 하나이다. 이 제도의 서비스 이용가능기준을 보면, 한국보다 일본이 훨씬 세부적으로 설정되어 있다. 한국은 문답형식으로 되어 있는 활동보조 인정조사표를 당사자가 작성하게 하고,그 점수를 토대로 서비스 이용여부를 결정하지만, 이는 신체장애인 중심으로 되어있다. 정신장애인은 실질적으로 중복장애가 아닌 이상(신체장애를 가지지 않는이상)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


  일본은 인정조사표 내에도 정신적 장애에 맞춘 문항들이 항목별로 존재하며, 당사자가 장애의 특성상 불리한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이면 컴퓨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문항을 변경하여 조정한다. 이후 조사원이 가정방문하여 당사자 실태를 살피고, 그 조사원의 점수와 컴퓨터로 조정한 점수 차이가 크면 별도의 위원회를 오픈하여 최종적인 서비스 이용여부를 판단한다. 이처럼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실질적인 혜택을 위한 이중, 삼중의 장치가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베델의집이 이러한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은 핵심가치들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왼쪽 : 내려가는 삶의 방식 /  오른쪽 : 열심히 하지 않기 (사진제공 : 오마이뉴스)


1.고생을 되찾자 

2.환청에서 환청씨로(환청의대상화)

3.편견/차별 대환영

4.세 끼 밥보다 회의가 좋아

5.아래로 내려가는 삶

6.자신의 병을 자랑하기

7.이익이 나지 않은 것을 소중하게

8.안심하고 땡땡이 칠 수 있는 회사

9.약함을 유대로





에고(Ego)가 모여 커뮤니티가 되는 아이디어


1. SST(Social Skills Training)


  이러한 핵심가치들이 담긴 베델의 집의 제도는 실로 획기적이다. 일례로, 베델의 집에서는 매 주 1회씩 정기적으로 당사자연구(SST : Social Skills Training)가 열린다. 이는 곧 장애인 스스로가 정신장애를 연구하는 방법이다. 당사자들이 돌아가며 각자의 증상을 공유하고, 서로 조언하며 ‘질병과 함께 살아갈 힘’을 나눈다. 


  이곳에서는 당사자들이 환청을 ‘환청 씨(대상화하여)’라고 부른다. 비당사자에게는 환청이나 망상은 무시해야 할 대상이지만 베델의 집에서는 당사자에게 환청이나 망상의 대상은 이미 하나의 인격이라고 본다. 일례로, 베델의 집 일원인 야마토 씨는 ‘환청 씨’가 자꾸 남의 것을 훔치라고 한다며 고백했다. 큰 돈은 아니지만 베델의 집 내부인의 돈을 훔치기도 했단다. 돈을 돌려주고 사과하고 싶었지만 환청 씨는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야마토 씨는 환청 씨를 설득했고, 역할극을 통해 야마토 씨가 사과하고 돈을 돌려주는 연습을 한다. 이를 통해 환청 씨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고 설득하는 모습이 좋았다는 칭찬도 듣는다. 결과적으로, 야마토 씨는 다음 시간까지 실제로 상대방에게 돈을 돌려주고 직접 사과하는 약속을 한다. 이후 환청 씨와의 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준비하기로 계획을 잡고, 연구 활동을 마친다.


야마토씨가 '환청씨'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사진제공 : 오마이뉴스)


  당사자들에 의하면, 환청 씨는 당사자가 술을 마시거나,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사람들과 사이가 좋지 않으면 부정적이고 공포스러운 말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착실하게 일하면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 긍정적인 말을 한다고 한다. 환청도 역시 당사자의 내면의 소리이기 때문에, 자존감이 올라가면 그에 상응하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처럼, 당사자연구는 객관적 연구 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회복과 잔존능력을 향상시킨다. 즉, 환청이나 망상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면 환청 씨와의 관계 맺기를 통해 환청 씨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도와준다.



공익인권법재단의 염형국 변호사도 베델의 집 연수를 다녀왔다고 한다.(사진제공 : 허핑턴포스트)


 


2. 함께 살며 일하기


 또한 '함께 살며 일하기'의 일환으로 다시마 포장작업이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다시마 포장작업은 베델의 집을 일으킨 최초의 사업이다. 베델의 집 사람들은 주로 그룹홈에 살고 있다. 그룹홈은 베델의 집, 플라워하이츠, 역전하우스 등 총 6동에서 총 59명의 헬퍼의 도움을 받으며 지낸다. 그룹홈 내부는 매우 깔끔하게 인테리어 되어 있고, 남녀가 공동으로 생활하는 그룹홈도 있다.(남녀가 함께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용료는 한화로 월 24만원 정도.)


  '부라부라(어슬렁어슬렁) 카페'라는 곳 역시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운영되고 있는데, 내부는 흙과 짚으로지어진 친환경 카페이며, 식사와 다과를 즐길 수 있다. 내부에는베델의 집 사람들이 직접 만드는 공예품과 책, 음반, 수첩, 달력 등이 전시되어 있다. 스탭은4-5명이 상주하고 있고, 하루 평균 30여명의손님이 방문한다.




안에서 안으로, 안에서 밖으로

: 그렇다면, 베델의 집은 내부 구성원과 지역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었을까?


  첫째, '나답게 질병에 대응하기’가 익숙해졌다. 베델의 집 커뮤니티 멤버들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덕분에 나았다’거나, ‘의사 선생님 덕분에 나았다’라는 말보다는 오히려 ‘의사 선생님의 실패작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먹는 약이 ‘증상 완화’에는 효과가 있지만 ‘어떻게 살아나갈까’라는 당사자의 인생 과제를 해결하는 데는 당연히 무력하기 때문에,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가지고 이리저리 부대끼며 만나는 과정에서 그 사람다운 멋이 드러나는 진정한 회복이 시작된다고 믿는다.


  둘째, 약점을 ‘유대’라는 수단으로 극복하게 되었다. 일례로, 하야사카 기요시 씨는 조현병으로 인해 무슨 일을 하건 오랫동안 계속할 수 없고 길어야 3분 정도 일에 집중할 수 있다. 그것마저도 이내 곧 몽롱한 상태가 되기에 동료가 데리러 와야만 했다. 하지만, 베델의 집에서는 하야사카 씨의 노동시간인 ‘3분’을 ‘10분’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대신, 본인의 현실을 당당하게 주위에 알려 도와줄 사람을 찾도록 유도했다. 이를 통해 시간은 조금 걸리더라도 하야사카 씨를 도와주기 위해 다른 멤버들이 정기적으로 찾아오게 되었다. 즉 다른사람과의 협력을 통해 통해 약점을 보완하도록 한 것이다.


  셋째, ’아래로 내려가는 삶의 방향’을 찾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병에 걸리면서도 '정상범주'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그렇게 되면 ‘누가 더 빨리 낫는가’를 서로 경쟁하게 된다. 이는 곧 ‘위로 올라가는 삶의 방향’이다. 정신질환은 그렇게 ‘위로 올라가는 방향’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는 곧 ‘재발’이라는 형태로 완고하게 저항한다. 마치 '그것은 당신 자신이 살아갈 방향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베델의 집에서는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센서’가 매우 정밀한 사람들이라고 오히려 스스로에 대해 깨닫고, ‘아래로 내려가는 삶의 방향’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깨닫도록 유도하면서 오히려 자신의 상태에 대한 자신감을 얻고, 반감을 줄어들게 한다.


  넷째, 지역 사회와의 연대가 이루어졌다. 앞서 언급했듯이, 베델의 집은 하청을 받아 운영하던 다시마 포장 사업을 직거래 방식으로 바꾸면서 지역 주민들과 거래를 시작하여 외연을 넓혔다. 이후 연 매출 1억엔 이상을 초과달성하며 지역사회 내에서 주요한 파급을 담당하는 기업체로 성장한다. 퇴락하던 어촌 마을인 우라카와에서 이제는 지역 주민들이 베델의 집 장애인들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베델의 집 사람들이 비장애인과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는 모델이 된 것이다.







  베델의집 사례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에 둘러 놓은 울타리를 걷어낼 수 있도록 하고, 그들과 함께 '공동체'로써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장애인이 증상에서 반드시 벗어나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이를 유동적으로 삶 속에 녹여내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장애인도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했다는 점에서 커뮤니티 혁신을 제고하는데 많은 영감을 줄 수 있다. 베델의 집의 핵심 가치와, 이러한 가치들이 배어있는 시스템을 통해 포용력있는 커뮤니티의 가능성을 본다.



이런 점이 궁금하다!


1.한국에도 커뮤니티 에고(ego)의 사례인 베델의 집 같은 커뮤니티가 있을까?

 가장 쉽게 불현듯 떠올리게 되는 것이 충북 음성의 꽃동네일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접근방식에서 베델의 집과는 차이를 보인다. 베델의 집에서 최우선으로 삼는 가치가 '사회복귀를 목표로 삼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있는 반면, 꽃동네의 경우 목표를 사회복귀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많은 복지시설이 있지만, 이는 모두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이라는 호칭 아래 묶이게 된다.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운영된다는 점에서 비교우위를 논하지는 못하겠지만, 결이 다른 사례라고 볼 수 있겠다. 

 다만, 확실한 것은 한국에서도 정신장애인 및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가 선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공익인권법재단(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를 비롯한 비영리단체, 시민단체, 연구단체 등에서도 역시 베델의 집에서 시도하고 있는 것과 같은 '당사자연구'의 필요성에 동감하고, 지속적인 연구와 법령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이상으로, 총 3편에 걸친 전 세계의 "커뮤니티 혁신사례" 소개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너무나도 상투적인 말일지 모르겠으나, 나름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세 가지의 사례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징은 '자연스러움'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억지로 만들어낸다기보다는 있는 것을 활용하거나 숨겨져 있던 것을 불러냈다는 점이다. 물론, 커뮤니티도 사람들이 구성원이 되는 곳이고 이에 따라 사람 사는 세상에서 어찌 문제가 전혀 없겠냐만은- 중요한 것은 곧 커뮤니티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주체들의 진정성이며 단순히 누군가를 돕겠다는 시혜적 접근에 대한 경계일 것이다.  -fin-







리서치ㅣ디벨롭ㅣ정리 :  권용직 오늘살롱 프로그램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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