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이라는 새로운 행성
"너 왜 이렇게 INFP 같지?" 친한 언니가 말했다. 그 언닌 MBTI 도사다. 영화를 보고 나면 스토리가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가 아닌, 주인공의 MBTI가 뭔지 추측한다고 한다. 나원참. 여하튼 도사님의 눈썰미는 나를 충분히 당황하게 만들었다. 왜냐면 맞기 때문이다.
사람 좋아하고, 새로운 만남에 격렬히 열광했던 나는 이제 INFP가 되었다. 앞자리가 바뀌었으니 외향인에서 내향인으로 바뀐 거다. 본인 역시 몹시 당황스럽다. 사람이 너무 좋아서 친구들과 기숙사 룸메이트 신청도 하지 않았던 나니까. 맨 앞에 나와 내 생각을 담은 발표하는 것이 즐거웠던 나니까. 모르는 사람에게도 호기심을 가득 안고 먼저 말을 걸었던 나니까. 활발하고, 외향적이다라는 말을 평생 들어왔던 나니까.
내향적으로 바뀐 나의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람들 속에서 에너지를 충전했던 그때는 훨씬 역동적으로 살았기 때문이다.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짜릿함이 매일을 설레게 했다. 지금의 고요함은 좋지만, 어색할 때가 있다.
성격이 바뀐 가장 큰 이유는 주변 환경이다. 사람을 좋아했던 만큼 사랑을 받았지만, 상처도 받았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마다 매번 기스가 났다.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나의 인생일대의 일들이 타인에겐 단지 하나의 에피소드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내 인생을 휩쓴 슬픔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내가 한 선택에 사실은 더 깊은 일들과 배경이 얽혀있다는 걸 알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었다.
그 순간 남들한테 하는 말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사실 나는 나와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다. 오히려 안 좋았던 날들이 더 많다. 혼자 있을 때 느끼는 외로움이 싫어서 다른 사람들과 매일 약속을 잡기도 했고, 내 감정을 마주하기 싫어서 폭식도 많이 했다. 이 세상에서 내가 없어지길 간절히 바랬던 때도 있다.
하지만 내향인이 되니 혼자 있는 게 너무 좋아졌고, 반강제적으로 나와 친해져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그놈의 러브 마이셀프를 진정으로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같이 있는 친구와 사이가 좋아야 인생이 행복해지니 말이다.
오글거리지만 나에게 조용히 말을 걸어본다.
나 자신아, 우리.. BF(Best Friend)가 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