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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만 있다면 뭐든 별거 아니니까

시간이 해결해주는 문제가 있다.

by 꿀별

<이태원 클라쓰>를 좋아한다. 주인공 박새로이의 성공을 향한 여정이 담긴 웹툰이다. 그중 최애 장면을 꼽으라면 역시 죽은 아버지와 꿈에서 만난 씬이다. 아버지는 새로이에게 지금까지 고생했다며 함께 가자고 이야기한다. 그런 아버지의 말에 새로이는, 가지 않겠다고 말한다. 지금 나는 좋은 친구도 만났고, 생각보다 이 삶도 살아볼 만하다고. 재미있다고 말이다. 이어 아버지가 하는 말이 감동 그 자체다.


그래 새로이
살아만 있다면, 뭐든 별거 아니야



솔직히 이 웹툰을 처음 봤을 때는 이 장면이 이해가 될듯말 듯 했다. 살아만 있다면 뭐가 별거 아니라는 거지? 어떻게 살아만 있는 것으로 별거 아닌 일이 되지? 어려웠다. 당시 내 삶의 문제들이 너무 복잡하게 느껴져 더욱 그랬다.




얼마 전 몇몇 사람들로부터 평생 받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사과를 받았다. 의외다 싶은 사람도 있었고, 되려 내가 미안해지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건, 내가 그때 했던 생각이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주는구나'


한때 죽네 사네, 울며 불며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들이 있다.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일들도 있고, 진로와 관련된 일도 있었다. 당시엔 당장 답을 내리지 못하니 답답했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 무력하게 쓰러졌다. 왜 내 인생에는 이런 일만 일어나는 건지 묻기도 했고, 억울해하기도 했다. 그 끝에는 극단적인 생각도 했다. 내가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지니까.


죽는 것 말고 해결되는 일이 없는 것처럼.


하지만 사람은 변한다. 문제를 보고, 해석하는 관점이 변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들을 하나하나 배워가기도 한다. 나에 대한 빅데이터가 늘어가는 만큼 다양한 대처법을 배우고,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처럼 까먹기도 한다. 실제로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도 있다.


어른은 버겁지만, 그래서 좋다.


살아만 있다면 뭐든 별거 아니라는 말처럼 결국 시간이 흐르면 별거 아닌 일이 된다. 인간은 본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기에 어떻게든 그렇게 만든다.

영원한 어둠이란 없다. 놀랍게도.


시간, 당신의 나의 용사님



그럼 그제야 참 살아볼 만하다고 느낀다.


어쩔 땐, 그때 죽었으면 어쩔뻔했어! 싶기도 하다. 농담처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새로이 아버지가 꿈에 나오는 장면을 보며 나는 엄마가 생각났다. 만약 우리 엄마가 같이 가자고 한다면, 나는 어떻게 말할까? 당시에는 답을 못내렸다. 그냥 답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엄마 돌아가시고 진심으로 내 인생은 망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냥 살아있다보니,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멋진 기억들을 차곡차곡 모았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이해받았고, 소중한 사람들이 생겼다. 하고 싶은 일도 있고, 이왕 태어난 거 이루고 싶은 꿈도 있다. 이젠 제법 살아 볼 만 하다.


무한한 가능성!



그래서 난 새로이처럼 말할 것 같다.

지금이 너무 재밌어서 안가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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