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되는 미래를 기다리는 즐거움
지금의 나를 결정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아마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거라 이야기할 것이다. 현재의 나를 이야기할 수 있는 건 과거 내가 한 선택들이니까. 내가 선택한 학교와 직업, 쌓아온 경험과 생각까지. 현재의 나는 과거의 모든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최근, 신수정 작가님의 <일의 격>이라는 책을 읽고 이 질문에 완전히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었다.
'현재의 나'가 과거가 아닌 미래로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멋진 곳에 여행을 가겠다는 계획을 가지면 현재 기분을 들뜨게 한다. 그러므로 '미래'가 '현재'를 결정할 수도 있다.
돌이켜보면, 행동에 보상이 있다는 걸 알 때, 상황을 버티고, 지혜롭게 해쳐나갈 용기가 생겼다.
대학에서 시험기간은 피곤하고,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시험이 끝난 후 동기들과 즐겁게 치맥 할 수 있음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지루한 시간을 버틸 힘이 생겼다. 방학이 시작되는 때로 맞춘 베트남 여행 일정은 학기 내내 즐거움과 기대감을 주었다.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고단한 생각이 들 때도 다음 스텝으로 괜찮은 행선지를 정해놓으면, 행복한 마음으로 할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끝나고 집 가서 옛날 통닭 먹어야지'하는 별 거 아닌 기대가 주는 기쁨처럼 말이다.
무슨 경험을 하든, 결과적으로 나에게 좋은 일이 일어날 거니까. 그 미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현재가 충족되는 느낌.
그렇게 생각해보면, 새삼 '미래'도 현재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미래에 어떤 행복한 일이 있을거라 기대하는 것이 오늘의 나를 살게 할 수 있으니까.
이어서 저자는 과거의 생각과 성과에 근거하여 현재의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통념이라 이야기한다. 그리고, 미래에 근거하여 목표와 방향을 설정해볼 것을 권한다. '상상'이 동력이 되어 삶을 더욱 나은 방향으로 끌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종종 언젠가는 돈을 모으고, 캐나다로 워홀을 떠나는 모습을 상상한다. 세계 각국의 여행지를 돌아다니며 그림과 글을 쓰는 모습,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자연경관을 누리는 모습, 내가 쓴 책을 내고, 여러 사람들에게 뻗어나가는 모습을 상상한다. 지금 글로 쓰면서 느끼는 건데, 상상만으로도 웃음이 난다.
미래를 상상하는 순간, 어쩐지 고단한 오늘은 더 멋진 꽃을 피우기 위해 씨앗을 뿌리는 시기처럼 느껴진다. 어제와 같은 평범한 오늘일지라도 더 나은 내 모습이 있을 거라는 기대는 지금의 나를 충족시킨다.
어른이 될 수록 기대하고, 상상하는 삶에 허탈함을 느낄 때도 있다. 현실에 치이다보면 더 좋은 삶을 기대하는 게 사치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럴때 일수록 더 나은 삶을 상상하는 마음을 놓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상상은 엄청난 동력으로 오늘을 채울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