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회사인간은 안돼야지 했다가

그럼 넌 뭘로 돈 벌래?

by 꿀별

내 인생에 자격증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옆에서 친구가 취업을 위해 컴활 공부를 시작할 때도, 친한 선배가 일러스트레이터 자격증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때도, 나와 무관한 이야기로 여겼다.


나는 회사에 입사할 생각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멋진 커리어우먼이 꿈이었던 적도 없다. 오히려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들을 많이 접해 회사인간은 절대 안 돼야지 생각했다.


가끔 친구들로부터 어느 회사에 가고 싶냐는 질문을 받을 때, 외주 잔뜩 들어오는 프리랜서가 될 거라 이야기했다. 그림 그리면서 여행하는, 자유로운 히피가 되고 싶었다. 대학이라는 소속에 안도감을 느끼며, 막연한 미래에 대고 말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어떻게도 안됐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고, 대학을 졸업했다. 회사에서 일하는 인턴이 됐지만, 불행했다. 한 번도 그려본 적 없는 내 모습을 보며 '이게 진짜 내가 원하던 삶인가?' 하는 의문을 안게 됐다. 고민이 깊어지자 하루도 견딜 수 없었다. 결국 수습기간이 끝나기 전, 회사를 나왔다.


회사를 나왔으니 이제 내가 원하는 진짜의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이것이 얼마나 현실반영이 전혀 안 된, 오만한 생각인지 알게 됐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외주를 받을 만큼 어떤 기술적 실력도 나만의 스토리도 없었다. 그냥 취미로 브런치나 블로그에 글 쓰는 사람 정도였다.


결국 그렇게 백수가 되어버렸다. 하고 싶은 게 딱히 정해지지도, 뚜렷한 준비가 되어있는 것도 아닌. 어떤 직무가 있는지, 보통 신입사원의 연봉은 얼마인지, 회사의 복지가 왜 중요한지 등 기본적인 이해도도 낮은, 그런 준비 안된 사람이었다.



전지적 자기 객관 시점

그제야 나 자신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했지만 그걸 전문적인 업으로 삼는 것을 진지하게 시도하지 않은. 여행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했지만 그 또한 생각으로만 남겨뒀던. 희망사항 뒤에 숨어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무책임한 나를 말이다.


급한 마음을 안고 직무 적성 검사를 받고, 다시 회사를 찾기 시작했다. 경쟁률을 보며 황당했고, 전 회사만큼의 조건을 갖춘 곳은 생각보다 없었다. 이력서를 돌리며 생각했다. "와- 진짜 별 회사가 다 있네"


입사 지원할 때 내 모습



다시 시작

불합격을 경험하면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그리고 고민 끝에 눈에 보이는 성장을 할 수 있는 곳,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곳이면 들어가서 열심히 해보자는 기준이 생겼다. 다행히 집과 가까운 곳에 있는 회사를 구했고, 콘텐츠 마케터로서 직장인의 삶이 시작됐다. 이제는 마음 편히 커피를 사 마실 수 있겠다는 생각에 조금은 행복한 그런 요즘이다.


회사 먹어야지~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언젠간 인생을 바꿔 줄 큰 한방이 있을 거라 기대했던 것 같다. 내 인생은 뭔가 다를 거라는 그런 기대말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나는 생각의 나에서 빠져나와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비록 외주 많이 들어오는 프리랜서는 못됐지만 회사에서 프리랜서라는 마인드로 일하고 있다. 근데 이제 직장과 나인투식스를 곁들인.


후리하지 않은 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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