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잘 사주는 예쁜 회사

점심시간은 특별하니까요.

by 꿀별

25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을 살아왔다. 그러면서 깨달은 게 있다. 나는 먹는 게 좋다. 대학 때, 알지도 못하는 프로그램에서 치킨을 공짜로 나눠준다고 하면 두말할 것 없이 참여하고, 친구들이랑하는 맛집 탐방을 가장 좋아할 정도로. 그래서일까. 내가 회사에 갈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밥!


일을 시작하고부터 빠르면 출근하자마자 늦으면 오전 11시쯤부터 고민하는 게 있다. 당연히 오늘 점심 뭐 먹지다. 왜냐면 밥은,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직장인의 삶에 EVENT와 같기 때문이다.






식사를 주지 않는 일터, 유죄

식사를 챙겨주는 일터의 중요성을 깨달은 건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했던 곳은 꽤나 규모가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하지만 직원들 밥을 잘 챙겨주는 곳은 아니었다.


물론 챙겨준 것도 있었다. 그들이 먹다 남긴 볶음밥. 비록 볶음밥에는 기존 메뉴에 들어가 있던 스테이크 따윈 보이지 않았지만 그때는 그것마저 좋다고 맛있게 먹었다. 다른 메뉴는 먹어본 적이 없으니 맛을 물어보는 손님에게 즉석에서 지어냈다. 추측하면서.


"이탈리아 정통이 느껴지는 이 고기는 약간 탄맛이 나고, 소스는 좀 상큼한데 달짝지근해요.(아마도)"

맛은 풍미가 깊어 좋더라고요.


기본적인 것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 곳에서 경험하며 느낀 것은 밥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후 굉장히 퐝당한 사회생활을 하면서 앞으로는 밥을 잘 챙겨주는 일터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밥 잘 사주는 회사 최고시당!

신이 나의 소원을 들어준 것일까? 나의 소망은 곧 이루어졌다. 맛있는 밥을 먹으며 회사를 다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다녔던 회사는 구내식당이 있었고, 달에 몇 번은 외식을 하는 복지가 있었다. 그 덕에 회사 주변의 여러 맛집을 찾아다니며 배를 불렸던 기억이 난다. 돈가스, 마라탕, 떡볶이 등 그 종류도 다양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전 회사처럼 많이 먹진 않지만, 구내식당이 일품이다. 식권을 사면 한식뷔페를 누릴 수 있고, 라면, 계란 프라이, 보리밥 등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처음엔 믿을 수 없어서 무슨 이런 구내식당이 있냐며 행복해했다.

사실 전 다 맛있더라구요.


그리고 이런 회사를 다니면서 기본적인 것이 해결되는 곳은 적어도 내가 아르바이트때 경험한 것처럼 비상식적인 것은 피해 갈 수 있다는 혼자만의 결론에 이르렀다. 물론 성급한 일반화일 수 있다.



기본적인 것을 잘하는 회사

사실 밥 이야기로 시작을 했는데, 그냥 기본적인 게 충실한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별 사람들을 다 만난다. 그러면서 내 상식과 내가 생각한 기본이 통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기본이 충실한 회사를 가고 싶다는 목표가 생긴 이유도 그거였다.


종종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기본을 잘해주는 곳만 가도 운이 좋은 거지 하며 하하 웃는데 이는 진심이 담긴 이야기였다. 그래, 기본만이라도 즈에발..! 이 담긴 나의 염원이랄까. 몇 년 전 많은 사람들한테 주목을 받았던 구인광고가 있다. 바로 김보통 작가님의 어시스턴트 광고.


작가님 저 데려가 주세요.



당시만 해도 노동조건을 보장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금 더 만연했다. 그리고 광고는 꽤나 이슈가 됐다. 이에 작가님의 덤덤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냥 당연한 걸 하는 거죠.



이 이후로 가족같은 회사를 핵심 문구로 내지 않은 회사가 매우 당연해졌으니 얼마나 센세이션했던 것인지 알 수 있다.


밥밥 맛있는 밥밥


나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해 일하는 곳에서 불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맛있는 밥 먹고, 잘 일하고 싶다. 어차피 우리가 회사에 가는 이유는 다 먹고살기 위함이니까. 그러니 내 브런치에서 소심하게 외쳐본다. 밥 제대로 안주는 회사, 모두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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