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워홀러의 현실
밴쿠버에 도착한 지 4일 차, 어제는 잠을 새벽 5시까지 못 잤다. 자고 싶은데 잠이 안 왔다. 처음엔 시차 적응에 실패한 줄 알았는데, 콩콩 뛰는 가슴이 묻고 있었다.
'나.. 방 구할 수 있을까?'
밴쿠버에 도착한 지 어느덧 4일 차, 매일 물가에 놀라고, 집값에 놀라고, 옆 사람이 입은 옷에 놀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 오늘은 밴쿠버에서 생활하기 위한 월세방을 알아보고 다녔다.
우선 내 두 눈으로 보고 더 깜짝 놀란 사실이 있다. 바로 밴쿠버의 '방' 하나 가격이 기본 100만 원이라는 것이다. 한국 서울에서는 그래도 70만 원 정도면 주방과 화장실을 포함한 신축 오피스텔에서 묵을 수 있다. 그런데 밴쿠버는 꽤나 오래된 아파트도 우리가 아는 기본 방 한 칸에 100만 원을 내야 한다.
밴쿠버 쉐어하우스 기준 방의 시세는 보통 다음과 같다.
(*100불 = 10만 원)
마스터룸: 가장 큰방으로 보통 화장실도 단독으로 함께 사용한다. 한국으로 치면 안방의 개념이다. (1600불~)
세컨룸: 마스터룸 보다 작은 방으로 쉐어하우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방 사이즈이다. (1100불~)
솔라리움: 베란다를 개조해서 방처럼 사용하는 형식이다. 우리가 아는 그 베란다가 맞고, 한쪽 벽은 유리이다. 맞은편에 사는 사람이 까꿍 하고 손 흔들 거 같다. (800불~)
덴: 쉐어하우스에 딸린 창고방이다. 창문이 없고 매트리스 하나 정도 들어갈 것 같다. 정말 딱 잠만 자면 좋을 것 같다. (750불~)
오늘은 앞으로 지낼 방을 뷰잉 하러 갔다. 사실 이 집은 사진으로 봐도 괜찮아 보이진 않았지만, 내 기준 혀 깨물고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은 가격(은 85만 원..)이라 보러 갔다.
집은 주택가에 있었다. 마켓을 가려면 한 참 걸어가야 하는 게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다. 또한 집 바로 맞은편에 당장이라도 양들이 뛰어다닐 초원을 닮은 공동묘지가 있었다. 방을 보기도 전에 왠지 내 마음은 정해진 듯했지만 이왕 온 것 그래도 구경을 해보기로 했다.
보통 주택 집은 외관만 봐도 집의 내부가 보이는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각 주택은 집주인의 취향과 개성에 맞게 꾸며져 있기 때문이다.
정갈하게 페인트가 발린, 아기자기한 하늘색 주택 옆에 껍데기가 벗겨지고 허름허름한 주택이 눈에 들어왔다. 믿고싶지 않았지만 문에 붙여진 숫자가 말하고 있었다. 너가 뷰잉할 집이 바로 여기라고.
인도계의 아저씨 한 분이 나를 맞이해 주셨다. 큼직한 새장이 있었다. 귀여운 새 여러마리가 지저귀고 있었다. 왼쪽에 있는 줄도 몰랐던 문을 열자 복도가 나왔고, 복도엔 3개의 문이 있었다. 다른 룸메이트들도 있었나 보다.
내가 뷰잉 하기로 했던 방은 일본인 친구가 쓰고 있는 방이었다. 귀여운 일본어가 쓰인 물건들이 인상 깊었다. 방은 꽤나 넓었지만, 큰 창이 있었음에도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왠지 적응되지 않는 냄새가 났다. 역시 여긴 못 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주인님께 인사를 드리고 나오는데 아무래도 집 주인님 역시 나의 동태눈깔을 읽으신 것 같았다.
밴쿠버에서 내 몸 하나 누일 방 구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다니. 듣기는 했지만 직접 와서 내 눈으로 선택하고 보니 더 답이 없다.
이런 나.. 잘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오늘은 푹 자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