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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별 Aug 12. 2023

나이아가라 폭포 절벽 아래까지 다녀오다.

클라쓰가 다른 요즘 액티비티

토론토에 가면 꼭 해야 할 게 있다. 바로 나이아가라 폭포 관람하기. 그냥 큰 폭포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모두 입을 모아 다녀오라 해서 가기로 했다. 왜 이렇게 입을 모으는 사람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앞선 밴프는 자유여행으로 다녀왔기에 투어를 신청했다.


이제는 익숙한 표지판 없는 곳에서 무작정 버스 기다리기. 다행히 다른 사람들도 기다리고 있어 기사님께 전화 걸 일은 없었다.


피곤한 몸을 버스에 실었다. 출근길 기분이 드는 건 기분 탓이리라. 연이은 비행과 자비 없는 코스로 지쳐 있었다. 창문에 머리를 맞대어 투어를 신청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투어에서 짜준 코스대로 따라가면 되니까.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나이아가라가 살짝 보이는 언덕 위였다. 큰 나무와 숲 사이로 나이아가라가 슬쩍- 보였다. 김성주의 60초 후에 공개합니다 같은 느낌인가. 진하게 푸른빛의 물이 출렁이는 걸 보니 감칠맛이 났다.


조금 보이는 나이아가라를 등지고 혼자 셀카를 찍었다. 찰칵찰칵. 깜찍한 미키마우스를 닮은 기사님이 내게 달려왔다. 시크릿 장소를 소개해주겠다 이야기했다. 10초 걸어가니 폭포가 더 잘 보이는 곳이 있었다. 이어 기사님은 뿌듯한 얼굴로 사진을 찍어주시겠다고 했다.


사진에 진심



사진을 보니, 폭포는 조금 보이고 나만 거대하게 나왔다. 아니 기사님 폭포를 같이 찍으셔야지 저만 찍으면 어떡해요! 하지만 잘 나왔으니 용서하겠습니다.


두 번째론 메이플 시럽 기념품샵에 갔다. 도착하자마자 10% 할인권을 나눠주셨다. 샵에 들어가 옷부터 구경하는데 또다시 기사님 등장. 지금 옷을 구경할 때가 아니라 메이플 시럽을 구경해야 한다 말씀하셨다. 투어와 가게가 사전 협약을 맺어 판매 수익을 늘리려는 것으로 보였다. 아유 참. 안 사요 안 사~!


라고 생각했지만, 기념품샵을 나올 땐 메이플 시럽 두 개를 들고 있었다. 엠버맛을 살짝 맛봤는데, 퐁글한 핫케이크에 뿌려먹으면 참 맛있을 것 같았다.


4시간의 자유시간과 함께 버스에서 내렸다. 바로 내 앞에 나이아가라가 있었다. 물이 들끓었다. 우그럭우그럭. 그리고 콸콸 쏟아졌다. 흘러내리는 물엔 자비란 없었다. 광활하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했다. 약간 무섭기도 했다. 어떻게 이런 자연이 가능한 걸까. 인간이 아무리 무언가를 각 잡고 만들어도 자연의 웅장함은 따라갈 수 없을 테다. 


나이아가라를 등지고 다시 셀카를 찍었다. 찰칵찰칵. 혹시 나를 찍어줄 사람이 있을까 하고 괜히 폭포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어슬렁거렸다. 그때, 나처럼 주변을 배회하고 있는 백인 여성분을 발견했다. 투어 버스를 같이 탔던 사람이었다. 운명처럼 약간 확신했다. 오늘은 당신이군요. 우리는 눈이 마주치자 어색한 듯 웃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같이 다니게 되었다. 우린 운명이니까.


그녀는 독일에서 온 멜리나 씨였다. 멜리나는 국제학 박사를 시작하기 전 5주 여행을 온 거였다. 나는 3주도 많다 생각했는데 5주라니. 세상엔 참 스케일이 큰 여행자들이 많다. 간단한 소개를 끝내고, 쭈뼛쭈뼛 서로를 찍어주었다.


투어에는 나이아가라 크루즈 이용권이 있었다. 크루즈를 타 폭포 근처로 가 폭포를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는 액티비티다. 인간은 왜 이런 게 좋을까. 아무 문제 없이 잘 살다 초당 7,000톤의 물이 수직낙하 하는 곳으로 굳이 간다니.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배를 기다리며 받은 붉은 비옷을 열심히 여맸다. 폭포로 갈수록 튀길 물로부터 비옷이 지켜줄 테다.


크루즈에 탑승했다. 그리고 폭포로 향했다. 폭포 아래에서 본 나이아가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절벽 아래엔 고대 사전에 나올 법한 이끼가 낀 건물이 늘어져있었다. 센과 치히로의 한 장면 같았다.


폭포에 가까워질수록 자비 없이 물이 튀기기 시작했다. 폭포의 위력을 증명하듯 눈을 더 이상 뜰 수 없었다. 크루즈에 탑승한 사람들은 물 때문에 소리 지르고 난리가 났다. 반면 근처의 새들은 평온하게 둥둥 떠다녔다.


오리야 이게 맞아?



멜리나 씨는 더 이상 물을 맞고 싶지 않았는지 배 안쪽으로 들어가 물을 피했다. 반면 나는 물을 계속 맞기로 했다. 여기서 물을 안 맞기엔 크루즈 표 값이 아깝게 느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좀 기괴한 것 같다. 여하튼 눈을 열심히 감고, 비옷을 세게 여매면서도 물을 피하진 않았다.


비 옷은 제 할 일을 잘 해냈다. 덕분에 생각보다 덜 젖은 채로 크루즈 이용은 끝났다. 이래서 다들 자연 여행을 하는 걸까. 개운하기도 하고, 힐링된 기분이 들었다. 멜리나 씨도 재미있었는지 빙그레 웃고 있었다. 만족스러웠던 액티비티에, 우린 따봉을 날리며 밥을 먹으러 갔다.


나이아가라 맞은편은 음식점과 카페, 기념품 숍으로 가득했다. 놀이공원과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를 섞어 놓은 컨셉이었다. 멜리나는 자연 바로 옆에 극강의 자본주의가 있다며 웃었다.


우리는 웬디스에 들어가 햄버거를 먹었다. 햄버거를 먹으면서 어딜 여행했는지, 어딜 갈 예정인지, 혼자 하는 여행이 어떤 지 등을 이야기했다. 그 후 다시 투어 버스를 탔고, 집으로 갔다. 멜리나 씨와는 오늘 즐거웠다는 인사와 함께 헤어졌다.


나이아가라 여행은 웅장하고, 재미있었다. 사실 떠나기 전에는 ‘안 가도 되긴 해’ 입장이었는데, 다녀오니 ‘와.. 진짜 안 갔으면 어쩔 뻔했어’ 입장이랄까. 그만큼 익사이팅했다. 내가 아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는 경험은 지겹기도, 귀찮기도 하지만 세상을 좋아하는 이유가 하나라도 늘어난다면 참 괜찮은 여행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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