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AI가 대체할 수 없는 것, 런닝

경량문명 속에서 냅다 달리기

by 꿀별

오늘은 한강을 뛰었다. 마음속에 한강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소망이 막연히 있었는데, 오늘부로 벌써 3번째 뛰고 있다.


2번째로 뛰었을 때 너무 추웠던 기억이 있어 단단히 여미고 갔다. 그런데 오늘은 또 덥다. 같이 뛰는 러닝크루는 15도 이상이면 반팔, 반바지가 좋다고 했다. 나 원 참 그걸 왜 지금 말해요! 그래도 늘 그렇듯 런닝은 재미있다.


KakaoTalk_Photo_2025-10-24-22-29-17.jpeg 오늘의 기록




최근 송길영 작가님의 <시대예보 경량문명> 편 북토크에 다녀왔다. 그는 AI의 등장으로 문명이 바뀌고 있는 현재의 사례들을 모아 설명해 주었다. 가장 먼저 대행사가 기존 체제를 유지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망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대행사에 다니는 나의 마음은 착잡했다.


위로가 될 것이 있다면, 아마 그 자리에 있던 어떤 업종의 사람들도 마음이 편치 않았으리라.


작가님이 던진 메시지는 결국,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좋아하는 일을 하여 깊어져라. 그렇게 자신의 고유성을 표현해라’였다.


그럴 때면 나는 또 짱구를 굴려본다. ‘나는 앞으로 뭘 해야 하지’. 모든 것이 대체되는 경량문명 속에서 나는 어떻게 빛을 발할 수 있을까.


짱구를 굴려보면 뭐 하겠는가. 그걸 알면 내가 오늘도 출근을 했을 리 없지.




답답한 마음에는 역시 냅다 달리기다. 런닝을 하면 몸이 힘들다. ‘어떻게 하면 고유한 내가 될 수 있을지’ 같은 답도 안 나오는 생각으로 가득 찼던 두뇌에 긴장이 풀린다. 걱정과 막막한 생각들은 잠시 저편으로 넘겨두고, ‘아 너무 힘들어. 몇 km 남았지’만 머릿속에 채우면 된다. 인생이 제법 쉬워지는 느낌이다.


AI 관련해서 말이 많다. 빅테크 시장들은 꾸준히 대거 해고를 하고 있고, 신입사원이 갈 자리도 점점 줄고 있다. 선배도 세상을 모르겠는 시대 속에 살고 있다. 늘 내가 하는 일에 더 효율적인 방법이 어디에 있을 것 같고, 지금 하고 있는 반복 작업도 '자동화'시켜야 할 것만 같다. 가만히 있자니 바보가 되는 것 같은 느낌들에 뭐라도 해보지만 그걸 또 꾸준히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런닝을 한다. 런닝이라는 경험은 AI가 대체할 수 없으니까. 마음이 갑갑할 때면 런닝을 찾게된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나도 모르겠을 때 일수록 냅다 뛰고 본다. 그럼 좀 나아진다.



런닝이라는,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영역이 있어 다행이다. 아직은 그저 즐겨보기로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0km 마라톤에 나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