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소소한, 그렇지만 다정한
카페에 앉아 있으면 많은 사람들을 본다. 말이 끊기지 않은 커플,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 억울한 일을 공유하는 어머님, 아버님들까지. 귀만 기울여도 재미있는 썰들을 하나, 둘 주워들을 수 있다.
얼마 전, 카페에서 엄마와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아들을 봤다. 아들은 취업부터 연애까지 다양한 분야의 고민을 엄마와 이야기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부럽기도, 조금 쓸쓸하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엄마랑 저렇게 편하게 대화할 수 있을까? 친구처럼.
종종 사람이 바라는 건 그렇게 큰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뭐랄까.. 그냥 내가 바라는 건 저렇게 소소하고, 다정한 거. 그뿐인데. 이런 생각이랄까?
어릴 적 나는 아빠와 빵집에서 빙수를 먹는 게 소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별거 아닌데 그땐 정말 그걸 원했다. 엄마와 이혼 후, 아빠를 자주 못 봐서 그런 소원을 빌었는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소원은 이루어졌다. 아빠가 나의 소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우리는 파리바게트에서 빙수와 빵을 먹었다. 아빠가 내 소원을 이뤄주는 모습을 보며 오빠는 비싼 가방이 가지고 싶다 했다. 어이없다 정말.
성장할수록, 뭔가 그 설명하긴 어려운, 원초적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 사랑. 안정감, 유대, 그런 거 말이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필요한지 체감한다.
소설 <아몬드>를 좋아한다. <아몬드>에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근데 이 사랑이 남과 여의 사랑의 형태는 아니다. 보다 조금 원초적이랄까.
저자 손원평 님이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인상 깊다.
인간은 고등동물이지만
결국 굉장히 원초적인 어떤 것이 없으면
인간으로 성장할 수 없는 거 같아요.
어떤 것이 뭘까? 딱 정의하기 어렵지만, 따뜻함, 사랑, 믿음.. 뭐 이런 게 아닐까 싶다. 확실히 사랑받고 자란 사람은 안정적인 게 있다. 뭔가 다른 사람한테 크게 기대하지도, 의지하지도 않는 그런 자존감이랄까.
얼마 전에 정신과 의사가 나오는 팟캐스트를 듣는데, 의사는 현재의 갈등 대부분의 원인이 과거에 있다고 했다. 와, 이 얼마나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일인가 생각했다. 인지하지 않으면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거 아닌가? 너와 나의 문제가 아닌, 그냥 나의 문제일 수도 있는 거다. 그리고 한편으론 씁쓸했다. 사랑 못 받은 것도 서러운데, 성장하고 나서 이런 부작용이 따른다니.
요즘 내가 느낀 걸 이것저것 써봤는데, 그냥 사실 내가 좀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