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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별 Oct 18. 2020

원초적인 사랑이 필요해

너무나도 소소한, 그렇지만 다정한

카페에 앉아 있으면 많은 사람들을 본다. 말이 끊기지 않은 커플,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 억울한 일을 공유하는 어머님, 아버님들까지. 귀만 기울여도 재미있는 썰들을 하나, 둘 주워들을 수 있다.


얼마 전, 카페에서 엄마와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아들을 봤다. 아들은 취업부터 연애까지 다양한 분야의 고민을 엄마와 이야기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부럽기도, 조금 쓸쓸하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엄마랑 저렇게 편하게 대화할 수 있을까? 친구처럼.


종종 사람이 바라는 건 그렇게 큰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뭐랄까.. 그냥 내가 바라는 건 저렇게 소소하고, 다정한 거. 그뿐인데. 이런 생각이랄까?

어릴 적 나는 아빠와 빵집에서 빙수를 먹는 게 소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별거 아닌데 그땐 정말 그걸 원했다. 엄마와 이혼 후, 아빠를 자주 못 봐서 그런 소원을 빌었는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소원은 이루어졌다. 아빠가 나의 소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우리는 파리바게트에서 빙수와 빵을 먹었다. 아빠가 내 소원을 이뤄주는 모습을 보며 오빠는 비싼 가방이 가지고 싶다 했다. 어이없다 정말.


성장할수록, 뭔가 그 설명하긴 어려운, 원초적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 사랑. 안정감, 유대, 그런 거 말이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필요한지 체감한다.


소설 <아몬드>를 좋아한다. <아몬드>에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근데 이 사랑이 남과 여의 사랑의 형태는 아니다. 보다 조금 원초적이랄까.


저자 손원평 님이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인상 깊다.


인간은 고등동물이지만
결국 굉장히 원초적인 어떤 것이 없으면
인간으로 성장할 수 없는 거 같아요.


어떤 것이 뭘까? 딱 정의하기 어렵지만, 따뜻함, 사랑, 믿음.. 뭐 이런 게 아닐까 싶다. 확실히 사랑받고 자란 사람은 안정적인 게 있다. 뭔가 다른 사람한테 크게 기대하지도, 의지하지도 않는 그런 자존감이랄까.

얼마 전에 정신과 의사가 나오는 팟캐스트를 듣는데, 의사는 현재의 갈등 대부분의 원인이 과거에 있다고 했다. 와, 이 얼마나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일인가 생각했다. 인지하지 않으면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거 아닌가? 너와 나의 문제가 아닌, 그냥 나의 문제일 수도 있는 거다. 그리고 한편으론 씁쓸했다. 사랑 못 받은 것도 서러운데, 성장하고 나서 이런 부작용이 따른다니.


요즘 내가 느낀 걸 이것저것 써봤는데, 그냥 사실 내가 좀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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