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꿀별 Mar 28. 2021

'너에게 밥을 보낸다'의 의미

밥한 끼,살아온 용기, 살아갈 용기

나는 밥을 좋아한다. 정갈하고, 따뜻한 밥 한 끼만큼 힘나게 하는 것이 있을까.


최근 나는 불행했다. 내가 그린 이상과 현실의 모습이 맞지도 않고, 어떻게 하면 거기까지 갈 수 있는지, 과연 갈 수나 있는 건지, 나는 왜 이렇게 꿈만 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일까 하며 불행해했다. 일을 할 때도 힘을 줄수록 불행해지는 나를 발견했다.


하루는 도서관에 앉아있다가 오한이 서렸다. 뭔가 큰일 난 것 같은, 괜히 망한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도주하듯 달려 본가로 갔다. 걱정을 안고 달려간 곳에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가족들을 보았다. 그러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누군가 나를 위해 차린 따뜻한 밥을 먹으면서 다시 힘이 났다.



아 행복이란 이런 거구나





고 3 시절, 엄마가 돌아가시고 친구와 은사님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한 친구의 부모님은 매달 반찬과 국을 싸서 보내주셨고, 은사님 역시 좋은 식당에서 나에게 맛있는 걸 사주셨다. 그 어떤 대가도 없는 도움들. 그때는 몰랐다. 그렇게 얻어먹는 한 끼의 힘을.


오늘 밥을 먹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군가의 한 끼 덕분이었구나.'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이거였구나.', '이 한 끼가 나를 살게 했고, 앞으로도 살게 하겠구나.'

몽글한 말이 마음에 폈다. 그리고 편안해졌다.



가끔 나에게 지나치게 집중하면, 불행해진다. 나를 살아낸 사람은 나밖에 없기에, 내가 불행한 이유도 누구보다 잘 안다. 내가 얼마나 별로인지 이렇게 잘 알 수가 없다. 그걸 나열하다 보면 내가 너무 싫어지고, 이런 나를 데리고 살 자신이 없어진다. 그렇게 무너진다. 내 주변에 얼마나 좋은 사람들이 있는지도 모르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나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사람들을 잊는다.



이런 생각을 러프하게 블로그에 정리했다. 그 글을 보고 앞서 매달 반찬과 국을 보내줬다는 친구가 배민의 <너에게 밥을 보낸다>를 보내줬다.



딱히 노리고 올린 건 아닌 그 글을 보고, 또 한 번 힘을 내라는 친구의 선물에 새삼 주변을 둘러보게 됐다.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데, 왜 그 소중한 사실을 잊었을까?


지금까지 그랬듯, 나란 사람은 앞으로도 주변에 한 끼씩 얻어먹으며 힘낼 것 같다. 또, 나도 열심히 살아서 소중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우리 함께 즐겁게 살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은 열심히, 재밌게 살 가치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앞으로도 행복하게 살기 위해.




아 그리고 다음번엔 차 가지고 싶다고 올려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망각이라는 축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