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펀드 뉴스레터 '에디터가쓰다'
구수하고 포근한 밥 짓는 냄새
가족 구성원이 달라지니 핫플레이스 카페와 맛집을 찾아다니는 주말보다는 집에서 차분히 주말을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일하면서 바쁘게 보내는 주중을 대신해 일주일 먹을 식단을 준비하고 밀려있는 빨래를 하며 차분히 주말을 보냅니다.
시골에서 할머니가 보내주신 햅쌀을 씻어 밥솥에 넣으면 얼마 지나 밥 짓는 냄새가 포근하게 집을 가득 채웁니다. 구수한 냄새와 온기로 가득 찬 집에서 편안하게 보내는 주말 시간으로 다음 주를 보낼 에너지를 또 만들어냅니다.
구수한 밥 냄새를 맡고 있자니, 얼마 전 출근길이 생각났습니다. 점심 무렵 사무실에 들어선 저는 입구부터 나는 구수한 냄새를 쫓아갔습니다. 농사펀드가 입주해있는 ‘서울먹거리창업센터’ 공용 주방에는 마침 점심을 먹는 직원들이 있었고, 주방 한 켠 밥솥에서 조관희 농부님의 흑향찰과 홍미 테스팅을 위해 밥을 짓고 있었습니다. 밥이 다 되길 기다렸다가 따끈한 밥 한술을 입에 넣는 순간 톡톡 터지는 흑 향찰의 밥맛에 기분까지 좋아졌습니다.
밤에 주문한 식료품이 다음 날 새벽이면 문 앞에 쓱 - 도착하는 빠른 세상에 살고 있지만, 볍씨의 싹을 틔우고 모를 심어 벼를 수확하는 과정이 결코 빨라질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쌀을 씻고 불려 밥솥에서 익기를 기다리는 시간도 없어질 수 없는 시간이지요.
세상엔 맛있는 냄새가 정말 많습니다. 빵집에서 새어 나오는 구수하고 달콤한 빵 냄새,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갈 때 향기롭게 퍼지는 커피 냄새 등. 하지만 밥을 짓는 냄새처럼 포근함을 주면서 나를 무장해제 시키는 냄새는 드물죠.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한 번은 집안가득 구수한 밥 짓는 냄새로 채워주세요.
2018년 1월 10일
아무리 바빠도 배는 고픕니다. 끼니 거르지 말아요.
이주영 에디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