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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사펀드 Feb 06. 2018

#3. 서로에게 감동을 주는 사이

농사펀드 뉴스레터 '에디터가쓰다'

서로에게 감동을 주는 사이


농부님이나 상품에 대한 소개가 아닌 다른 글을 쓰려니 새삼 부끄럽습니다. 언젠가 에디터의 생각을 전하고 싶기는 했지만요. '에디터가 쓰다'에는 펀딩글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아주 솔직한 이야기를 말이죠. 


에디터로 일하면서 정말 좋은 농부님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농부님의 목소리로 직접 듣는 농사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과 삶의 태도는 언제나 배울 점이 많습니다. 그런데 종종 놀라운 투자자들도 만납니다. 농사펀드는 아직 완벽하지 못합니다. 함께하는 농부님들 또한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중이기에 상품이나 배송 관리가 완벽하지 못하지요. 자주 발송일이 지연되고, 다른 리워드로 오배송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명절 때 일입니다. 품질 확인을 위해 원래 계획했던 농부님의 사과를 샘플로 받아보았습니다. 안타깝지만 보관상태가 좋지 않아 이대로는 선물용으로 내보낼 수 없다고 판단했지요. 이미 21명의 투자자가 펀딩해주신 상태였습니다. 협력사의 같은 스펙의 사과를 보내고자 투자해주신 분들께 전화를 돌리기로 했습니다. '회사는 손해를 보고, 신뢰도 깎이겠구나' 자신 없는 목소리로 차근차근 상황을 설명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21명의 투자자 모두 아주 흔쾌히 협력사의 사과를 받겠다는 답변을 주셨습니다. 한 분씩 통화를 하며 표시했던 엑셀 시트가 일제히 '대체 발송'으로 보여지는 순간, 고마움보다는 농사펀드를 향한 이 신뢰가 내 생각보다 거대하구나, 저버리지 않도록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지요. 


농부와 소비자와 농사펀드는 하나의 공동체가 아닐까 합니다. '신뢰'와 '좋은 먹거리'라는 끈으로 서로가 이어져 있으니까요. 명절 사과 사건이 벌어진 후 오히려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과연 우리 투자자들 같은 소비자인가.' 


응원 한마디에 쓰인 한 줄을 읽고 화면을 캡쳐해서 당장 농부님께 보내고는 합니다. 농부님께는 희망이 되는 그 글을요. 이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감동을 주는 관계입니다. 투자자는 믿음으로, 농부는 농사로, 농사펀드는 끊임없는 고민으로. 



2017년 4월 14일 

오늘도 어떻게 농부님과 투자자에게 감동을 줄까 고민하는, 

에디터 장시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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