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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고향 감상문

진실로서 나타나는 꿈과 현실의 아이러니

by 조한서

영화 초반엔 주인공인 도성이 어린이라는 점이 계속해서 부각된다. 순수하게 기뻐하거나 슬퍼하는 모습을 통해 이가 잘 드러난다. 주인공에게 어떤 일이 생겨 슬퍼하는 모습이 나온다면, 바로 그다음 장면에 웃는 모습을 찍어 순수하면서도 단순한 어린이의 특징을 부각시킨다. 특히 주지스님에게 한 소리를 들은 후 서울 아씨와 함께 있을 때 웃음을 보이는 장면 등을 통해 슬픔과 웃음의 전환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이는 절에서의 슬픔을 외부 세계로부터 치료하는 주인공을 나타내기도 한다. 다른 아이들이 노는 것을 멀리 바라보는 주인공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것, 볼록 솟아있는 밥그릇을 들고 불안하게 계단을 올라가는 장면 등을 통해 주인공이 일반 어린이와 다르다는 것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어린이면서도 어린이같지 않은 주인공의 상황을 이런 요소들을 통해 보여준 것은 주인공에 대해 마음 또한 열게 만들어 좋았다.

도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를 이야기한다. 영화 초반엔 마치 엄마는 도성이를 버리고 가고 다시는 오지 않은 것처럼 표현되는데 엄마를 바라는 마음은 이는 대비되어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느껴진다. 중간에 도성의 꿈에 엄마가 나타나는 것이 이 상징을 강화시켜 준다.

하지만 도성은 꿈꾸는 곳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 불편한 현실로 다가간다. 엄마가 자신을 버리고 갔다고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엿듣거나 엄마가 찾으러 올 거라는 말을 안 믿는 등 점점 현실을 깨닫고, 마주하게 된다.

그 이후로도 도성은 점점 더 현실에 다가간다. 꿈속에서의 엄마가 털부채를 가지지 못한 것을 보고 비살생이라는 불교의 교리를 어기는 것은 꿈을 좇다 현실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로 인해 결말에서 엄마와의 이별 이후에도 서울 아씨와도 다시 이별하는 것은 영화가 도성에게 현실을 알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와 반대로 서울 아씨는 꿈에 다가간다. 도성을 만나고 난 뒤 도성을 데리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커지는 것이 이를 나타낸다. 서울 아씨는 점점 더 꿈을 키워나가고 결국 도성을 데리고 키우겠다는 결심까지 하게 된다. 이러한 꿈과 현실의 갈래들이 만나는 지점들과 그 마음들이 계속 커져나가고 있단 걸 이 영화는 지속적인 은유들로 훌륭하게 표현해 낸다.

도성과 서울 아씨 모두 이별을 겪었다는 점에서 공통되지만 영화에서 도성은 현실을, 서울 아씨는 꿈을 마주하면서 대비가 드러난다. 이런 점이 어린 도성에겐 매우 가혹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꿈을 꾸지만 점점 현실의 슬픔을 깨닫게 되는 아이, 현실 속 슬픔을 마주한 뒤 꿈을 다시 꾸게 되는 어른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만들어낸다.

도성의 원래 엄마는 현실과 꿈 사이에 대치되어 있다. 아들을 버리는 현실을 택했지만 그 속에서도 꿈을 꾸는, 하지만 다시 현실로 나아가는 엄마는 꿈과 현실을 비판적으로 표현해낸다. 영화는 엄마가 돌아옴으로써 긴장감이 흐른다. 이는 꿈을 꾸는 서울 아씨와 대립되면서도 현실에 다가오는 도성과도 대비되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인물들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인물들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든다.

결국 도성이 산비둘기를 죽인 것이 들통나 서울 아씨를 따라가지 못하게 된다. 이 부분은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 엄마를 위해 준비한 것이 엄마의 사람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는 점에서 발발된 것이 이상하면서도, 도성의 잘못을 알고도 도성을 데리고 가려는 서울 아씨의 말들이 모두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젠 서울 아씨가 영화 초반 도성이 엄마가 돌아오길 바라는 것처럼 꿈꾸는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주지 스님의 거절로 도성은 서울 아씨를 따라가지 못한다. 서울아씨는 절에 잠깐 와있는 동안 꾼 꿈을 저버리게 된 것이다. 다시 현실로 돌아간 것이다. 현실을 거의 깨달은 듯한 도성은 꿈을 향해 절에서 도망친다. 꿈에서 다시 현실로, 현실에서 다시 꿈으로 돌아가는 두 인물은 꿈과 현실 속 아이러니함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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