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려운, 하지만 나아가지 않는 생각들
영화는 여사친과 여친이라는 그 오묘한 관계에 집중한다. 영화의 등장하는 모든 인물과 주인공은 그러한 관계로서 나타나는데, 영화는 처음부터 주인공인 가스파르가 레나에게 그러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는 이후에도 계속 나오는 레나에 대한 언급으로부터 영화를 흥미롭게 볼 수 있게 해 준다.
특히 가장 큰 특징인 날짜가 하루하루 지나면서 진행되는 이야기 연출은 관계가 쌓여 나가는 것이 중요한 영화인만큼 그 부분이 잘 표현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좋았다. 또, 꽤 기간의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그 사이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이 다소 많은 관계가 나타나는 영화 내에서 생각, 혹은 상상할 거리를 더해주었다.
맨 초반 부분, 영화는 가스파르의 행동을 찍으며, 그가 어딘가 방황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동시에 별생각 없이 돌아다니는 자유로운 모습 또한 보여준다. 이러한 초반 장면은 가스파르라는 인물의 캐릭터성을 어느 정도 나타내고, 앞으로 나올 이야기에 대한 가스파르의 마음을 예고하기도 한다. 특히 가스파르가 영화의 첫 대사를 먼저 뱉지 않고 마고가 다가와서 말을 걸자 말을 꺼낸다는 점은 수동적인 가스파르의 특징을 재밌게 보여준다. 이후 마고를 우연히 만났음에도 굉장히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는 가스파르는 이러한 성격 자체가 앞으로 일어나는 상황들에 대해서도 연관을 미친다는 걸 볼 수 있다.
영화는 인물들의 대화 사이에 계속해서 또 다른 인물을 언급한다. 이러한 점은 다른 에릭 로메르 영화에서도 나타나는 특징인데, 나는 이런 점이 좋다. 두 인물 사이에서 오고 가는 대화를 통해 그 인물의 캐릭터성, 개성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파티 장면이 지나고 나면 새로운 인물이 추가되는데, 이후 마고와의 대화 장면 사이에 그 인물에 대한 정보를 나타낸다. 그런 대화들은 마고의 감정과 가스파르의 반응과 함께 나타나게 하기에 영화의 디테일이 엄청나게 쌓이게 만든다. 또한 마고와 솔렌느, 레나와 함께하는 가스파르가 교차되어 연출될 때, 그 안에서의 대화를 통해 연결성을 지속해서 나타낸다.
대화를 할 때의 카메라 연출 또한 매우 좋았다. 대화하는 인물사이를 이리저리 오고 가는 가스파르의 모습이나 대화를 할 때에 보이는 걸음이나 행동들이 인물의 마음을 대변해 줌과 동시에 재밌다고도 느껴졌다.
세 여자를 대하는 가스파르의 방식이 다 비슷하다는 점도 영화의 주요적인 부분이 된다. 가스파르는 그 누구에게도 확신을 가지지 않는다. 이는 수동적인 가스파르의 성격에 다시 한번 연관되는데, 이처럼 인물의 여러 특징이 겹쳐서 나타난다는 점도 영화를 재밌게 만든다. 가스파르의 비슷한 행동들에 나타나는 세 여자의 반응을 살펴보고 비교하는 것도 잘 짜인 연출 안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든다.
그와 동시에 가스파르는 영화 내내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계속 혼란해하고 자신이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확신하지 못한다. 레나에 대한 마음은 버린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가스파르는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다. 영화 내내 모순되는 이야기를 해왔고, 모순되는 것들을 꿈꿔왔던 가스파르였기에 이러한 결말은 가스파르라는 인물의 특징을 끝까지 유지시켜 준다. 또한 가스파르가 딱히 변한 게 없어 보이는 모습을 가진 채 돌아가게 된다는 점도 잠깐의 휴가 같은 이야기들을 휴가 같은 이야기처럼 느끼게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