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으면서도 꽉 차있는 마음에 대한 관계들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샤를르를 기다린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가득 차있다면 그 마음엔 더 이상 자리가 없어지게 된다. 처음엔 주인공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제멋대로에, 자기가 마음먹은 행동일지라도 길게 유지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주인공의 마음이 비어있다곤 느껴지지 않는다.
기다림에 대한 간절함 혹은 갈망이 주인공의 마음을 채워낸다. 간절함 혹은 갈망이기에 어쩌면 비워져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영화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성당, 천주교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계속 기다리고 바라며 살아가는 것, 천주교의 교리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성당에 다녀온 뒤 마음이 변화되었다는 주인공의 말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다.
초반에 등장하고 사라져 버린 맥상스는 주인공을 변화시키는 도구에 불과하게 되어버린다. 그와 동시에 맥상스와 주인공의 비슷한 점들이 둘의 대화를 통한 답답함으로 드러나게 된다. 이러한 점은 인물에 대한 깊이를 약화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인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
그와 반대로 처음부터 후반까지 등장하는 로익은 매우 똑똑하게 묘사된다. 주인공이 처음부터 후반까지 자신이 무지하다고 말하는 것과 대비된다. 어쩌면 맥상스는 주인공을, 로익은 주인공의 반대를 비춰준다고 볼 수 있다. 인물의 대조가 주인공을 강조시킨다.
이러한 연출들은 결국 마지막에 가선 사라지게 된다. 주인공이 샤를르에게 말하는 대사를 통해 이가 드러난다. 맥상스와 로익은 샤를로로 인해 나타난 것이라고 말할 때, 주인공이 맥상스와 로익을 아주 잊을 것처럼 느껴져 나타나는 왠지 모를 씁쓸함은 달게 느껴지기엔 다소 강하다.
이로 인해 주제가 증폭되는 반면 쌓여온 이야기와 인물은 무너져버린다. 그렇기에 샤를로를 다시 만나는 시퀀스에서 장단점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럼에도 쭉 고민해 온 주인공을 향한 감독의 선물은 보는 관객들에게 편안함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