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라 Mar 07. 2024

어쩌면 기회일지도



주상복합 실시 납품과 인허가를 투트랙으로 진행하는 와중에

계륵같은 아기 프로젝트가 있다.



아기라고 할만큼 작은 필지인데

실시납품을 앞둔 프로젝트의 1/10규모...



그러나 강남이다.


초호화 최고급 주거로 설계해달라는 제안

강남이긴 하지만 대지가 가진 조건들이

초호화를 말하긴 어려운 상황인데...


그러나 생각해보면 언제나 땅은 어려웠다.

쉬운땅이 없었지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최선을 만드는 것

그리고 어쩌면 그게 설계의 매력이기도 한데



땅이 이상해서라고 말하는건

왠지 비겁한것 같다.






바쁜 와중에 또다른 어려운 일이 생겨난 셈이라

이도저도 못하게 되진 않을까 싶은 마음에

마음이 무겁다.


차라리 전념할 수 있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들고

못할까봐, 좋은걸 만들어내지 못할까봐

도망치고 싶은건 아닐까 싶은 마음도 든다.




이걸 해낸다해서 회사에서 노고를 알아주고 인정해주진 않을거다.

회사에 이익을 줄 수 있을 만한 규모가 아니고

발주처의 친분으로 서비스 개념으로 설계해주는 것인데


난이도는 최상이다...


오히려 이걸 하느라

기존 프로젝트의 실시납품 성과물의 품질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게 더 치명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그만큼 해낸다면

나의 개인적인 성장은 있으리라 본다.

이렇게 작은 땅에선 어떤걸 더 봐야하는지

법적인 사항도 그렇고


고급 주거는 도대체 어떤건지

그냥 넓기만한 고급주거가 아니라

하이엔드


흔한 하이엔드 오피스텔 그런 느낌이 아니라

하이퍼 하이엔드...! 인 것이다.



세대당 100억, 200억 분양가를 이야기 하는데

현실감이 없었다.




당장 나는 10억도 없는데

100억짜리를 설계해야 되는 상황이다


100억짜리 집을 사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소비패턴,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그들의 집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켜야

가치있는 상품이 될텐데



캐드만 들여다본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그리고 나 혼자 머리싸맨다고 될 일도 아니다.

시간과 인원이 투입되어야 뭐라도 될것 같아서

팀원들과 상의했다.






다행히도 팀원들은 하고싶어하는 의지가 있었고

그렇지만 개인적인 시간을 희생하면서까지 하는것에는

대답이 없었다.



나도 그렇긴하다.

하고 싶으면서도 내 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 하고 싶은가에서는

주저하는 마음이 든다.


칼퇴하는 라이프를 만들고 업무시간에

밀도있게 일하는 걸 추구하는데


아이디어는 밀도있게 나오는게 아니다.

항상 염두해야하고 밥먹으면서도 생각하고

잠을 자면서도 꿈에서도 생각이 되어야

그 영감이라는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까 말까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그렇다고 생각만 해서는 안되고

여러가지 사례도 찾아보고

고급주거 사례만이 아닌 조금더 다방면에서의 리서치와

깊이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오랜만에 느끼는 기획설계의 말랑말랑한 기분

그러다 뭔가가 잡히면 짜릿하겠지만

잡히지 않으면 답답함에 말라가는 기분이 되겠지


그런 두려움에 하지 않으면

도망치면 나는 영영 기획설계를 할 기회조차 잃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게 기회다.

내가 얼마나 할수 있는지 알아볼 기회

증명할 기회


어쩌면 그 기회가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형태로

다가온 것일지 모른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될지 안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







작가의 이전글 퇴근 10분 전에 시키는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