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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리영 Jul 22. 2024

고맙다 아들,덕분에 또 배웠다.

13살 아들을 통해 성찰하는 40살 엄마

감정을 숨기고 애써 괜찮은 척하며

스스로에게 늘 가스라이팅으로

이 정도는 괜찮은 거야라고 참기를 강요했던 나는


성장하는 내내 나의 불편한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자랐다.


감추고 괜찮은 척할수록 사람들은

날 좋게 생각했고 편하게 여겼으며 착하다고 했다.


늘 웃상인 내가

나는 스스로 잘 사는 중이라고 착각했다.


그러나 내 아이에게는

그러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불편하면 불편하다고 정중하면서

무례하지 않게 말하는 법을 가르쳤다.

무조건 일방적으로 참지만 말고

그 상황이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는 게 좋다고

하지만 상대가 전한 다정함과 따뜻함에는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이 되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런 아이가 우연히 cctv속에

한 아이의 지나친 장난을

계속 참고 있는 걸 보게 되었다.  

나는 내 아이가 자신의 불편함을

 어떻게 표현하나 지켜보게 되었다.


말로 상대에게 표현했지만

그 아이는 계속 지나치게 내 아이를 건들고 있었다.

그것을 보는 내 눈에는

붉은색 불빛이 타오르게 되었다.


집에 돌아온 아이에게 물었다.


너의 불편한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왜 그 상황에서 참고만 있었는지.

너의 불편함을 표현하지 않았는지를


아들이 말한다.


엄마~ 그 애는 그런 말이 안 통해요~

괴롭힘으로 남의 기를 다 빼면서

자기 기를 채우는 성격이에요.

결국 실랑이를 하면서

내 기를 빼면 그 애는 더 신나해요.

그냥 남들과 다른 아픈 아이라고 생각해야 해요.


내가 일반적인 대화가 안 통하는 아이와 싸워가며

내 기분을 망치기 싫어서

하지 마!!라고 말은 계속했지만

불편함을 똑같이 과격하게 티 내면

그 애는 더 신나 할게 뻔해서 무시하고 있었어요.

더 이상의 내 기를 그 아이가 빼앗아 가지 않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상황을

유지하고 있었어요.


듣고 보니 맞는 말...




상대의 마음과 불편함을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과

실랑이하거나 투닥거리지 않고

적정선을 유지하는 법.


상대의 무례함에 맞서서

그때마다 오기를 내고 싸우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무심함으로 대하는 법.


잠깐 오늘 보고 말 사람이기에

잠시만 참아보자 하며

그 시간을 이겨내고 있었던 아이

자신의 마음을 지키고

생각을 지키고 있었던 거 같아서

야무지게 대처하지 못함을 혼내려다

내가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상황마다 불편함을 부딪혀가며

갈등상황을 만들어가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상대의 성향을

인정해 버리고 넘어가는 마음이 필요했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괜히 그 사람이 바뀌길 위해서

내 기운을 필요 없이 쓸 이유는 없다.


그게 말다툼이든 서로의 상처를 주는 일이든 결국은 토라져버린다면

그 시간 동안 내 감정과 나의 생각은

필요 없이 소모될 것이다.


애쓰지 않고 내가 거리를 두는 법을

택하는 것도 하나의 지혜였다.

 

나를 먼저 지키는 법을 알고 있었던 아들은

그 시간 동안 부당하게 당하기보다

그저 상대할 가치가 없는 상대로

무심히 넘겨갔던 거였다.


 때로는 아들이 했던 방법도 맞다고 생각하니

마흔 살이 되고도 껄껄하게 남았던 관계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문제인가 했던 부분도 있고

타고난 타인과 나의 결이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그때마다 내가 굽히거나 때로는 내가 맞춰가며

껄껄함을 유지하느라

내 마음은 스크래치가 나곤 했다.


그러나 나이가 마흔이 되니 아들의 방법처럼

때로는 모두와 잘 지내려고 애쓸 필요 없이

적정한 거리 두기와 무심함의 힘을 믿고

불편한 인간관계를 이겨내는 내가 되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맙다 아들아, 덕분에 엄마가 하나 또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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